부산 출신 임산부 코미디언 강안리가 6일 부산 수영구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펼친다. 강안리 제공
‘OPEN YOUR LEGS!’. 직역하자면 ‘다리 벌려!’라는 뜻인데, 여성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제목이라서 더 눈길을 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언 한 명이 무대에 서서 오직 자신의 정체성,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일상을 소재로 관객들을 웃기는 장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객과의 접점이 넓은 편이 아니지만, 대중 매체에선 금기시되는 소재나 표현들을 여과 없이 무대에 올려 미국 등 서구에선 인기가 높은 장르이기도 하다. 이번 주 토요일 광안리 해변에 있는 소극장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무대의 주인공은 여성 코미디언 강안리. 부산 출신으로 출산을 2주 앞둔 만삭의 코미디언이 임산부로서 일상에서 마주치는 정체성과 삶의 아이러니를 소재로 입담을 과시할 예정이다. 가령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임산부석을 대했을 때 든 생각 등에 대해 고정관념을 벗어난 화두를 던지며 웃음과 공감을 끌어내는 식이다.
부산 출신 임산부 코미디언 강안리가 6일 부산 수영구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펼친다. 강안리 제공
출산 코앞까지 무대에 서는 배경엔 ‘경단녀’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자리한다. 자신도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을 피할 수 없었다는 강안리는 “대다수 여성이 겪거나 겪게 될 일인 만큼, 회피하기보다 무대에서 표현하고 기록을 남기는 게 연기자로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강안리는 이번 부산 무대에서 금기에 대한 도전이라는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현해 보일 작정이다. 단순히 임산부로 시작해 임산부의 애환으로 끝낼 생각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강안리는 “고향 부산에서 선보이는 무대인 만큼, 소재나 수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스탠드업 코미디의 진수를 맘껏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준비하겠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강안리는 연기자로서 ‘OPEN YOUR LEGS!’라는 공연 제목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출산 과정과 성적인 뜻을 품은 이중적 의미”라고 밝힌 그는 “여성의 관점에서 성적으로 강요되는 표현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걸 타이틀로 내세워 금기에 대한 도발이라는 장르 특성과 고정관념에 대한 비틀기라는 제 공연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출신 임산부 코미디언 강안리가 6일 부산 수영구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펼친다. 강안리 제공
대연동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부산 토박이 강안리는 20대 때 서울로 간 이후 현재까지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꾸준히 서고 있다. 이번 부산 공연엔 강안리 외에도 작가이자 코미디언인 정성은, 음악인이자 코미디언인 전인 등 부산 출신 동료 연기인 2명이 오프너로 참여, 공연 전반부를 책임질 예정이다. 서울에서 지난달까지 공연을 이어 온 강안리의 부산 공연은 출산 전 마지막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임산부의 삶과 함께 서울 공연에서 다루지 않은 지역, 부산을 소재로 한 레퍼토리도 선보인다고 귀띔했다.
광안리에서 펼쳐질 강안리의 ‘OPEN YOUR LEGS’ 부산 공연은 오는 6일 오후 5시 수영구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단 한 차례 열리며 19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 5000원. 강안리 인스타그램 계정(@hahahabeach)에 링크된 구글폼으로 예매하면 된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