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비상계엄 후 1년, 지방선거 전 6개월

입력 : 2025-12-02 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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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몰이’ 유혹에 빠진 집권 민주당
‘계엄의 강’에서 허우적대는 국민의힘
지난 1년간 국론 분열 골 더 깊어져

수도권 일극주의 국가 구조적 문제
지방선거 통해 개혁의 불씨 만들어야
계엄과 결별하고 미래로 가야 할 시간

딱 1년 전 오늘 밤의 일이다. 가짜 뉴스 같았던 비상계엄 소식을 접하고 TV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 지켜봐야 했던 초현실적 장면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 국회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계엄군과 시민들의 몸싸움, 국회 상공으로 날아든 헬기와 무장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부수고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렇게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뒤흔든 비상계엄은 다행히 국회와 시민들의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 계엄군의 느리고 소극적인 대응 덕분에 6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태극기와 응원봉으로 갈라진 광장, 국론 분열 속 국가 신인도와 경제의 추락은 비상계엄의 값비싼 대가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에 따라 대통령 윤석열은 파면되고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과 탄핵, 석방과 재구속의 과정을 거쳐 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는 중이다. 법정에서 쏟아내는 피고인 윤석열의 언어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부끄러움은 생중계를 지켜보는 국민의 몫이 됐다.

동시 출범한 3대 특검을 통해 드러난 국정 난맥상에 말문이 막힌다. 비상계엄의 동기 또한 국가적 위기보다 ‘김건희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것이었다는 혐의가 더 짙어지는 상황이다. 아무리 ‘윤 어게인’을 외친다 한들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어쨌든 지금은 윤석열 정권 청산과 함께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국가적 혼란과 국민적 고통 속에 사계절을 보낸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론 분열은 더 심화했고, 도탄에 빠진 민생 경제도 기대감만 한껏 부풀어 있을 뿐 여전히 백척간두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압도적 권력으로 국가의 미래 비전을 주도할 절호의 기회인데도 ‘내란 몰이’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내놓은 게 내란전담재판부와 2차 종합 내란 특별검사다. 추경호 의원 구속 여부에 따라 야당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 정당 해산까지 밀어붙일 기세다. 헌재가 탄핵 결정문에서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함께 ‘줄탄핵’을 남용한 민주당 폭주도 지적했건만 자성은커녕 승자인 양 의기양양이다.

‘빛의 혁명 1주년,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과 외신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저녁에는 시민단체 주최 ‘시민 대행진’에 참석한다. 국론 분열 행보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정부와 집권 여당의 ‘내란 몰이’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 국민의힘이다.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상계엄 1년이 지나도록 사과는 고사하고 윤 전 대통령과도 단절하지 못한 채 자중지란에 빠졌다. 집권 여당의 사법개혁 폭주와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등 유리한 정치적 국면에서도 ‘우리가 황교안이다’를 외치며 모든 이슈를 비상계엄의 공포 속으로 함몰시킨다. 1년 내내 20%대 초반에 갇혀 있는 지지율도 이런 상황의 반영이다.

마침 오늘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날이기도 하다. 지금 정국 상황이라면 소멸의 벼랑에 선 지역의 미래도 ‘내란 몰이’와 ‘계엄의 강’에 휩쓸려 내려갈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내란 프레임을 지방선거까지 몰고 갈 생각이고 국민의힘 또한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할 골든타임도 놓치게 된다.

특히 해양수산부 시대를 맞는 부산은 지역의 힘을 모아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해양수도와 글로벌 허브도시는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한국산업은행과 동남권투자공사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지방시대위원회의 ‘5극 3특’과 부울경 행정통합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지 숙의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의 미래도 주요 이슈다. 해수부 기능 강화, HMM 등 해운 대기업과 해양 공공기관 이전도 지방선거 기간에 못 박아야 할 일들이다.

이는 지역 현안만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수도권 집값과 국가 잠재성장률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수도권에 대응할 새로운 성장축을 키우는 일이고 그게 바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권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윤 정부의 과거로의 퇴행을 비판하며 AI 기술 경쟁에서 하루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했다. 국가의 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한가하게 ‘내란 몰이’와 ‘윤 어게인’이나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계엄 1년의 혹독한 대가가 헛되지 않게 지방선거 6개월의 골든타임을 잘 보내야 한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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