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개발 전초기지 부울경, 새로운 산업 생태계 창출 가능” [71%의 신세계, 해저시대로]

입력 : 2025-12-02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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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부울경과 해저벨트

해저 탐사 소수 그룹 분류 되지만
미일과 노하우·기술 격차는 여전
부산, 해양 연구 기관 퍼져 강점
해저 시대의 전초기지 가능성↑

2016년 11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해양과학 탐사선 ‘이사부호’가 취항하고 있다. 이사부호는 심해저 잠수정 등 해저 탐사 장비들을 탑재하고 있다. 같은 해 개발된 심해저보행 로봇 크랩스터6000이 수중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016년 11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해양과학 탐사선 ‘이사부호’가 취항하고 있다. 이사부호는 심해저 잠수정 등 해저 탐사 장비들을 탑재하고 있다. 같은 해 개발된 심해저보행 로봇 크랩스터6000이 수중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해저 개발, 해저 탐사는 미국 같은 초강대국의 영역으로 치부되기 쉽다. 우리나라는 선진 제품과 기술을 모방·개량해 성공한 경험이 많다. 남들보다 앞서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고 바닷속을 개척하는 게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해저 탐사의 세계적인 선두 그룹에 속한다. 특히 부울경을 중심으로 해저로 나아갔고, 앞으로 지역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해저 개발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미 시작된 해저 탐사

지난 40여 년 동안 국내에서도 해저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적 진보가 차곡차곡 쌓여왔다. 1986년 ‘해양250’이 승선원 3명을 태우고 해저 251m까지 잠수에 성공했다.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 유인 잠수정이었다.

10년 뒤 1996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옥포-6000’이 건조됐다. 대우중공업과 러시아 기술진이 공동 연구 개발한 국내 최초 자율무인잠수정으로, 동해와 태평양에서 2300~5000m 심해 탐사 업무를 수행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8번째 심해 자율무인잠수정 보유국이 됐다.

2006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심해 무인 잠수정 ‘해미래’를 개발했다. 미국·일본·프랑스에 이어 네 번째로 심해 6km 탐사가 가능한 무인잠수정을 확보한 것이다. 2016년 개발된 해저보행 로봇 크랩스터6000(CR6000)은 북태평양 해저 4700m를 넘는 구역에서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사부호’(5900t)는 2016년 취항한 과학 탐사선이다. 심해 잠수정 해미래를 비롯해 심해 시추 장비, 음향·지질 탐사 장비 등을 탑재하고 해저 지질·자원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사부호 급의 탐사선은 미·중·일·영국 등 세계 8개국 정도만 운용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이 바탕이 돼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태평양 망간단괴, 서태평양 망간각, 인도양 열수광상 탐사권을 받아 실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해저 탐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소수의 선두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다만 미국, 일본 등은 경험이 많아 해저 탐사 운영 노하우가 뛰어나고, 더 많은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장비의 성능과 안전성 등도 검증받아, 상당수가 실증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선두 그룹 안에서도 극복해야 할 차이가 있는 셈이다.

■해저 시대 전초기지 부울경

해저 개발은 육상과 해수면에 제한된 시각을 바닷속으로 확장하는 ‘패러다임’ 전환에 가깝다. 특정 몇 개 기술만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과제다. 로봇 기술부터 해양 생태 연구까지 관련 분야의 총체적인 도약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저 개발은 산업체, 연구 기관, 행정 조직의 네트워킹이 전제조건이다. 결국 관련 기관들이 집적된 부울경 벨트가 해저 개발의 과제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울경엔 대형 조선소와 해양플랜트, 선박기자재 사업체가 집중돼 있다. 철강을 비롯한 첨단 소재, 로봇 산업 등의 비조선 분야도 부울경에 산재해 있다. 그동안 해저 탐사를 실질적으로 설계하고 이끌어 온 KIOST를 비롯해 여러 해양 연구 기관과 대학이 부산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 더욱이 부산에 새 둥지를 튼 해양수산부가 해저 개발을 주도할 수 있다.

해저 개발 과정을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부산항, 울산항 등 세계적 규모 항만은 해저 장비의 실증·운송·조립·정비에서 유리하다. 초기 해저 상업화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추정된다. 분산에너지특구를 보유한 부산은 전력 관련 설비를 유치하기 쉽고 전력 수요도 풍부해, 이들 설비의 테스트 베드로서 활용도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한택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해저 공간 활용은 건설업, 중공업, ICT, 의료, 레저 등 다양한 산업이 융합돼 새로운 생태계가 생길 수 있다”며 “관련 요소들이 집중된 부울경이 해저 시대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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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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