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5개월 전부터 시작된 만큼 이미 유출된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기 시작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 에서는 인터넷 주소(URL)이 포함된 피싱 문자를 받거나 쿠팡에 가입한 이메일이 해외에서 이상 접속했다는 경험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 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43) 씨는 “한 달 전 쿠팡 회원에 가입한 이메일 계정이 해외에서 접속됐다는 메세지를 받아 긴급히 비밀번호를 변경했다”며 “당시에는 원인을 알기 어려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쿠팡을 통해 유출됐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번 유출 정보는 배송 사칭 뿐 아니라 여러 형태의 범죄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가족 사칭이나 금융 앱을 흉내 낸 환불 사기, 우체국과 택배사 배송 안내로 위장한 문자 등이 대표적이다. 주소와 전화번호, 구매 이력까지 갖춰지면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고객님이 주문하신 상품 관련 확인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에도 악용되면서 범죄의 정교화가 우려된다. 모르는 번호로 온 환불·배송 오류 안내는 일단 의심하고, 링크 클릭이나 앱 설치, 결제 정보 입력은 피해야 한다.
카카오톡으로 가족을 사칭해 금전 요구가 들어올 때도 본인에게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쿠팡 공식 공지나 앱 내 메시지를 제외한 외부 연락은 고객센터를 통해 재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구매 정보가 포함되면 사칭 전화 성공률이 월등히 높아진다”며 “설령 상대가 정확한 제품명을 말하더라도 무조건 상담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역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각종 금융사기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융위·금감원은 “정부기관과 금융회사는 전화나 문자로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발신자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의 인터넷 주소(URL)는 절대 클릭하지 말고 메시지를 삭제하라”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