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12일 오전 3시 50분께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동쪽 약 35km 해상에서 부산 선박인 대형 선망 어선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서귀포 해양경찰서 제공
최근 10년간(2015~2024년) 겨울철 화재·폭발 사고 비중(단위: %). 출처: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해양사고 통계’. 분석: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최근 10년간 감소해오던 겨울철 선박 화재·폭발 사고가 최근 해양 기상환경의 지속적 악화(저수온·고파랑) 속에서 지난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하 공단)이 해양수산부 위탁으로 운영 중인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통해 최근 10년(2015~2024년)간 계절별 선박 화재·폭발 사고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계절에서 겨울철 선박 화재·폭발 사고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해 26.5%로 반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10년 평균치(22.9%)를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작년 겨울철 선박 화재·폭발 사고는 총 40척으로 전년의 22척 대비 81.8%나 급증하며 다른 계절이 모두 감소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공단은 이러한 변화가 겨울철 해양 기상환경 악화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화재·폭발 사고 안전취약선박 점검. KOMSA 제공
최근 5년(2020~2024년)간 계절별 인명피해 발생률(단위: %). KOMSA 제공
공단이 기상 패턴의 장기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10년(2015~2024년)간 이상 고파랑(너울성 파도) 발생 일수를 분석한 결과, 사계절 중 겨울철이 가장 높았다. 또한, 최근 5년(2020~2024년) 간 저수온 특보 발효일수는 해마다 늘어 장기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해양사고 발생 시 구조 지연과 탈출 곤란, 저체온증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2월 전북 부안 해상에서 선박 화재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못한 채 해상으로 탈출했으나, 높은 파도와 강풍, 거센 조류로 구조가 지연돼 12명 중 5명만 구조되고 7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통계적으로도 최근 5년(2020~2024년)간 해양사고 인명피해 발생률은 겨울(3.9%)이 가장 높았다.
화재·폭발 사고 예방 교육사항. KOMSA 제공
한편, 계절과 상관없이 선박 화재·폭발 사고는 어선, 특히 노후선박에서 많이 발생했으며 초기 발화의 상당수는 전기설비에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5년(2020~2024년) 간 화재·폭발 사고 선박의 72%(577척)가 어선이었으며, 이 중 연안(복합·자망·통발)과 근해어업선(자망·채낚기·안강망) 비중이 높았다. 사고선박의 41.5%(287척)는 선령 20년 이상 노후선박이었다.
공단은 발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개별 사고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지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해양사고 재결서 자료를 활용해 별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2015~2024년)간 화재·폭발 사고 선박의 초기 발화 절반 이상이 전선·축전지·배전반 등 전기설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겨울철 선박 화재·폭발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 중심의 안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에는 소형선박 밀집 정박지에서 선박 100척을 대상으로 전기·소방·조리·난방설비를 집중 점검했고, 올해는 화재 취약선박 200척에 대해 축전지·발전기·배전반 등 전기설비 점검과 문어발식 배선 금지, 단자 조임 점검 등 맞춤형 안전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소공간용 자동소화장치와 소화테이프 등 실효성 있는 안전물품도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김준석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정박 중 혹은 휴어기 선박 수리 과정에도 화재·폭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단도 취약선박 중심의 점검과 현장 맞춤형 안전지원을 강화해 겨울철 해양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