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자꾸만 당기는 불 같은 맛 '나 오늘 떡볶이 중독됐네'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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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학을 가서도 김은자씨의 '도날드' 떡볶이를 보내달라는 열성 고객들이 있다.

언제부터 지금같은 떡볶이 먹게 됐나?

국어사전에서 떡볶이를 찾으면 '가래떡을 토막 내어 쇠고기와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양념을 하여 볶은 음식'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이 떡볶이는 오늘날 즐겨 먹는 떡볶이가 아니라 '궁중식 떡볶이'이다. 이 궁중식 떡볶이는 궁중에서 아주 좋은 간장 양념에 재어둔 쇠고기를 떡과 같이 볶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매운맛이 나지 않았다.

현재의 떡볶이는 대개 고추장과 설탕을 통해 매운맛과 단맛을 강하게 낸다. 지역에 따라 후추, 겨자, 케첩 등의 재료를 첨가해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추가하는 양념과 재료에 따라서 치즈떡볶이, 곱창떡볶이, 자장떡볶이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그러면 언제부터 오늘날과 같은 떡볶이를 먹게 되었을까? 요즘과 같은 떡볶이는 1950년대 서울 신당동에서 배고픔을 달래는 서민들의 음식으로 출발했다는 게 정설로 전해진다. 지금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떡볶이골목은 떡볶이 가게가 밀집한 곳으로 유명하다. 또 대구시 동구의 신천동은 매운 떡볶이로 이름이 났다.

'떡볶이는 움직이는 거야' 운영자 강미경씨에게 부산의 떡볶이에 어떤 특징이 있느냐고 물었다. 강씨는 "서울이나 대구에 가서 떡볶이를 먹으면 별로 맛이 없다. 다들 '부산 오뎅'을 쓰기는 하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오징어 튀김이나 만두처럼 떡볶이와 곁들여서 나오는 게 맛이 있을 뿐"이라고 부산 떡볶이의 유별한 맛을 치켜세웠다. 강씨는 또 "동호회 요리 대회를 열어 궁중식 떡볶이도 만들어 먹어 보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진 고추장 떡볶이가 역시 우리 입맛에 맞는 떡볶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호 기자


떡볶이, 좋아하십니까? 학창시절 즐겨 먹었던 간식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맛을 못 잊고 지금도 떡볶이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축구나 야구 같은 종목의 운동선수들 중에도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군요. 떡볶이를 먹고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 때문일까요? 유명 연예인 가운데는 자기가 가게에 나타나면 시끄러워진다며 사람을 시켜서 사오게 한 뒤 호텔방에서 혼자 먹는 이들도 있었습니다.(숨어서 먹으면 그래, 맛있냐?)

부산·경남을 위주로 떡볶이집을 찾아다니는 동호회 '떡볶이는 움직이는 거야(cafe.daum.net/ddbbs)'의 회원 수는 7천500여명에 달합니다. "떡볶이가 왜 좋으냐"고 뻔한 질문을 하자 "맛있으니까 좋아하잖아요"라는 뻔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떡볶이를 먹으러 다니고, 너무 많이 먹어 위장병이 나서도 또 떡볶이를 찾는 '떡볶이 중독 환자'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부산에서 소문난 떡볶이집을 고르고 골라 취재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NO"였고, 어떤 이야기로 설득해도 필요없다고 거절당했습니다. 혹시 아십니까? 1천원짜리 떡볶이에 거절당한 기분이 어떤지…. 그래서 떡볶이 취재는 무작정 가서 먹고, 돈을 낸 다음에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주변의 추천과, 떡볶이동호회의 도움말, 그리고 직접 먹어본 결과 선정한 부산에서 손꼽히는 떡볶이집들입니다.

즉석 떡볶이의 유아독존 '도날드'

부산에서 드물게 즉석 떡볶이를 23년째 고수하고 있다. '도날드'는 떡볶이의 맛이라는 면에서 동호회의 집중적인 추천을 받았다. 영도구에 있는 데다 찾기도 쉽지 않지만 한번 이 집 떡볶이 맛을 본 손님들은 잊지 못하고 멀리서도 찾아온다. 심지어 외국으로 유학간 뒤 김치와 함께 이 집 떡볶이도 보내달라는 학생들도 제법 있다고 한다.

떡과 수제비, 어묵, 야채, 고추장, 사리를 넣고 가스불에 올려 끓여 먹는다. 달콤새콤한 특유의 맛은 힘들게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만든다. 이 집 주인 김은자(58)씨는 "겨우 떡볶이 먹으러 여기까지 오느냐고 부인을 타박하다 한번 맛보고 나면 자꾸 가자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처가가 영도에 있는 야구선수 홍성흔도 딱 그 사례이다. 떡볶이 1인분에 1천200원, 사리 추가에 600원. 영선로터리에서 남항초등학교 가는 길에 있다. 051-413-9990.

세상에서 가장 깔끔한 '다리집'

수영구 남천동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25년째를 맞이한 '다리집'은 유별난 이름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처음에 공터에서 포장마차로 장사할 때 근처의 모 여고 학생주임 선생님이 떡볶이집을 유해업소(?)로 간주해 "밖에서 보면 다리밖에 보이지 않는(포장이 딱 거기까지 내려왔다) 그 집에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워낙 맛이 좋아 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즐겨 찾아 결국 '다리집'이라고 이름이 났다.

3년 전부터 주차장까지 갖춘 어엿한 떡볶이전문점으로 변신했다. 빵집과 함께 하다 떡볶이집이 너무 잘되는 바람에 빵집을 접었다는 주인 정상식(66)씨가 청결과 위생에 유난을 떨어 오히려 떡볶이집답지 않은 분위기이다. 떡볶이를 잘라 먹으라며 포크와 함께 가위도 주고, 간장도 딱 먹을 만큼만 준다. 이날도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공연히 다리만 눈에 들어온다. 참, 망측하게스리…. 떡이 졸깃졸깃해 맛이 난다. 떡볶이 1인분에 1천300원. 부산 KBS방송국에서 부산자모병원 방향 맥도날드 골목 안. 051-625-0130.

일본에도 소문난 '상국이네'

해운대시장 입구 '상국이네'를 찾은 29일은 포장마차 시절을 포함해 장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4일간 쉰 뒤 새로 영업을 시작한 날이었다. 30년 동안 명절을 포함해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가게 앞 도로 공사로 시장 내 업소들이 모두 문을 닫았지만 손님들의 성화에 '상국이네'만 부랴부랴 먼저 문을 연 것이다. 가게 앞 도로는 지금도 파헤쳐져 엉망인 상태.

'상국이네'는 이 집 주인 김상국(37)씨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김씨의 어머니가 해오다 15년 전부터 김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얼마나 장사가 잘되었나 하면 예전에는 하루에 쌀 한 가마니씩 팔았다고 한다. 떡볶이 맛에 반해 소스를 좀 달라고 해서 가져간 뒤 집에서 라면이나 밥에 비벼먹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돈을 따로 더 받지는 않는다).

맛의 비결을 묻자 김씨의 누나 상수씨가 "최상급 고춧가루로 만든 고추장을 쓰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는다. 재료는 똑같아도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24시간 영업하고 배달도 한다. 1인분에 2천원. 서울 등지의 외지는 물론 심지어 일본 관광객들도 어떻게 알았는지 알고 찾아온다. 051-742-9001.

이밖에도 전통의 남천할매떡볶이(뉴비치아파트 앞 제과점 '옵스' 옆골목), 범어사역 포장마차 떡볶이, 부산대앞 해바라기 분식 등이 떡볶이가 맛있다고 이름난 집들이다. 이종남매운떡볶이집(일명 '범일동매떡')은 너무 매워서 논란의 대상이 다. 서면과 남포동 먹자골목의 떡볶이도 유명하지만 맛에 특징이 덜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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