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만날까?" "뭐 좀 특별한 곳 없나?" 마땅한 곳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 데서나 먹을까? 밖에서 먹는 한 끼의 식사가 왜 중요한 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쳇바퀴를 돌듯이 비슷한 생활에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맛있는 식사는 그 평범한 일상에 찍는 하나의 방점이 아닐까. 특별한 음식을 하는 곳이 있는지 둘러봤다. 이번 주에는 부산에서 좀처럼 맛보기 힘든 초계탕과 골뱅이 회를 찾아갔다.
전복보다 좋은 골뱅이 회
'혼자 외롭게 살던 총각이 커다란 우렁이를 집에 가져왔다. 그날 이후, 집에 돌아와 보면 맛있는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총각이 숨어서 지켜보니 우렁이가 예쁜 색시로 변해서 밥을 차렸다. 총각은 우렁이 각시 손을 덥석 잡고…." 골뱅이 회를 하는 연제구 연산동 '골뱅이랑 대게'에 갔다 우렁 각시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렁이는 골뱅이의 다른 말이다. 골뱅이는 무침만 하는 줄로 알았다. 골뱅이를 이렇게 다양하게 먹는다. 가게 벽에 걸린 영양 비교표를 보니 골뱅이가 전복보다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 골뱅이 만세!
강도환 대표가 살아있는 골뱅이를 보여주는데 그 크기가 담뱃갑만하다. 일단 숙회부터 맛보기로 하자. 삶은 골뱅이를 살짝 돌려서 발라내자 허연 게 서서히 나온다. 은은하면서도 섹시한 자태가 드러난다. 우렁이 각시가 고개를 내미는 것 같다. 침이 넘어가고, 덩달아 술도 넘어갔다. 우렁이 각시만큼 기다렸던 골뱅이 회가 나왔다. 눈부시게 흰 골뱅이의 속살이 깻잎 위에 누워 있다. 맛도 양식 전복보다 훨씬 낫다. 소라에 비하면 육질이 단단해 오도독하고 씹히는 식감이 참 좋다. 졸깃졸깃한 느낌이 일반 생선회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소주 안주로는 세상에 이만한 것이 없다. 생회보다 숙회가 더 낫다고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회를 먹다 숙회를 먹으니 별로다. 신선하지 않으면 골뱅이 회를 먹을 수 없다. 신선한 골뱅이를 사용했으니 무침 또한 맛은 보장되었다. 여기다 국수 소면을 추가해 비벼먹었더니 그 맛이 또 끝내준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무침만 하다 도전 정신을 가지고 회를 해보게 되었다. 일을 하는 아줌마들이 조미료를 많이 써서 마음에 안 들어 혼자 일한다"고 말한다. 혼자 일하면 뭐 어떨까. 조개탕, 문어탕도 괜찮다니 한번 먹어보고 싶다. 연산동 한창정보타운 앞 편의점에서 안락동 방향. 골뱅이 무침 소(小) 1만5천원, 골뱅이 숙회 소 1만5천원, 문어탕 중(中) 2만원, 영업시간은 오후 6시∼다음날 오전 6시. 051-853-2235.
궁중 연회상에 올랐던 초계탕
담백한 초계탕에 막국수를 넣어 먹고 나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