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두구동 '손영환 비빔국수·칼국수'

입력 : 2010-03-18 15:47:00 수정 : 2010-03-23 15: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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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매운 비빔국수…1년만에 분점 5곳

봄이다. 식욕도 계절을 탄다. 겨우내 푸짐하고 따뜻한 국물이 그립다가도, 봄바람이 불면 산뜻하고 깔끔한 먹을거리가 입맛을 당긴다.

봄이 되니 떠오르는 식당이 하나 있다. 솔직히 자주 가는 식당은 아니다.

지난해 봄, 처음 가봤다. 그리고 몇 번을 더 갔다. 겨우내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봄이 돌아오니 이상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부산 금정구 두구동의 '손영환 비빔국수'다. 스포원파크 바로 뒤편에 위치했다. 정확한 명칭은 '손영환 비빔국수·칼국수'. 그러나 머릿속에는 비빔국수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비빔국수를 주문한다.

이곳 비빔국수의 특징은 과일로 소스를 만든다는 것. 사과, 배 등을 주 재료로 사용한다. 거기에 오이, 양파 등 야채를 섞어 발효시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곳만의 독특한 소스에 고춧가루 등 일반 양념을 보탠다.

여느 비빔국수보다 양념이 흥건하다. 국물이라고 하기엔 박하고, 양념이라고 하기엔 넘친다. 젓가락질에 앞서 먼저 숟가락으로 양념을 조금 떠 입에 넣어본다. 매우면서 시원하다. 보통 매우면 입 속에 불이 나기 마련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매우면서도 입 속으로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여운은 뭐랄까? 상큼한 샐러드 드레싱의 끝맛 정도랄까? 이상야릇하다.

한 그릇에 4천원, 곱배기는 5천원이다. 웬만한 장정이라면 곱배기를 시키는 편이 좋다.

한 그릇을 비울 때 쯤이면 입 안이 얼얼하다. 그래도 비빔국순데. 그 땐 물만두 한 점으로 입 속을 보듬어준다. 한 접시 3천원.

가게는 지난 2008년 11월에 생겼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양념 맛에 입소문이 제대로 돌았다. 도심도 아니고 부산 외곽까지 국수 한 그릇 먹자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 연제구 거제동, 남구 대연동 등 5곳에 분점이 생겼다. 불과 1년 만의 성과다.

현재 두구동의 본점은 손영환 씨의 처남인 임상수 씨가 운영하고 있다. 손 씨는 거제동 가게를 꾸려나간다. 그런데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도심의 가게는 여지껏 가본 적이 없다. 지금도 그 양념 맛이 생각날 때면 일부러 두구동까지 차를 몰고 가는 걸 보면 한 번 건넨 첫 정(情)은 쉽사리 되돌리기 어려운 법인가보다.

다가오는 주말에 봄바람이 살랑거리면 스포원파크로 봄 나들이를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입도 '봄 호강' 한번 시켜주는 거다. 둘째, 넷째 월요일 휴무. 오전 11시~오후 8시30분. 051-508-0480.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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