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덕 맛 대 맛, 승자는 누구?

입력 : 2010-10-14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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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PB상품 vs 중국음식점 '마오'

중국 레스토랑 '마오'의 주방에서 중국인 요리사 류우타오(28) 씨가 전통 방식으로 조리한 베이징덕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북경오리'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베이징덕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베이징덕을 PB상품으로 선보여 시판 한 달 만에 당초 계획했던 6개월 판매분을 모조리 팔아치웠다.

얼마나 맛있기에? 궁금한 건 바로바로 풀어야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유명 중국음식점의 베이징덕과 대형마트의 베이징덕을 비교해 봤다. 출신 성분이 전혀 다른 두 오리의 '최고의 맛'을 향한 한 판 승부다.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 그래도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식당에서 손수 조리한 음식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다. 체급부터가 다르다. 그러나 체중에 따른 핸디캡을 충분히 고려했다.


중국음식점 '마오'
중국 현지 방법 그대로 요리
기존 훈제구이보다 훨씬 바삭
껍질 주위 고기 사용, 맛 한수 위

롯데마트 PB상품
한 달 만에 6개월분 모두 판매
양 넉넉하고 가격 1만 원대
고기 써는 방식 아쉽지만 소스 훌륭



우선 베이징덕에 관한 간략 소개다. 베이징덕은 오리의 살과 껍질 사이에 대롱을 꽂아 공기를 집어넣고 달콤한 소스를 바른 뒤 갈고리에 걸어 장작불에서 장시간 훈제한 요리. 바삭한 껍질이 고소한 맛과 잘 어울린다. 공기를 불어넣으면 피부와 지방이 분리되고, 요리를 해도 오리 껍질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고.

다음은 대전 상대의 선정. 처음엔 금정구의 '전취덕 북경오리 전문점'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워낙 널리 알려진 가게여서 지면을 통해 따로 소개하기가 머쓱했다.

때마침 두 달 전 해운대에 중국 레스토랑 '마오'가 생겼다. 세기의 타이틀매치에 데뷔 2개월차 '루키'를 출전시키냐고? 그런 걱정은 붙들어매어도 좋다. 이미 서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부산으로 진출한 음식점이다.

복싱으로 치자면 WBA(World Boxing Association·세계권투협회)를 석권하고 WBC(World Boxing Council·세계권투평의회)에 진출한 선수라고나 할까. 게다가 대표적인 요리 역시 베이징덕이다.


제1라운드. 가격이다. '마오'에서는 베이징덕을 그 양에 따라 3만 원, 5만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반면 롯데마트의 베이징덕은 포장 용기 하나에 1만 4천 원. '마오'의 작은 접시에 비해도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양도 롯데마트 쪽이 많다. 그러나 '마오'에선 오리 다리와 밀전병, 그리고 파 등 베이징덕과 함께 먹어야 할 것들이 따라 나온다. 롯데마트 쪽은 소스 뿐이다. 그래도 절반 가격이면 롯데마트 쪽에 더 구미가 당긴다.

제2라운드. 맛이다. 예상대로 '마오'의 승.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다. 얇게 썬 고기를 파와 함께 둥근 밀전병 위에 올리고 돌돌 만 후 첨면장(甛麵醬)이라는 소스에 발라 한 입에 집어 넣는다. 밀전병에 싸인 고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씹는 순간 밀전병 속에서 무언가 '바삭'하고 부서진다. 바로 그 유명한 베이징덕 껍질의 느낌이다. 기름기가 전혀 없으면서도 바삭한 느낌이 기존에 먹어봤던 오리 훈제구이와는 전혀 다르다. 3만 원 짜리면 둘이 먹기 부족하겠다 싶었는데 밀전병에 싸 먹으니 2인분으로 딱 적당했다.

'마오'는 제대로 된 베이징덕을 만들기 위해 가게 4층에 '공장'을 두고 있다. '공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작은 시설이지만 이곳에서 중국에서 하는 방법 그대로 오리를 요리한다. 다만 중국 현지의 가게들만큼 판매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커다란 가마 대신 특수 제작한 대형 솥에, 장작 대신 숯으로 오리를 훈제한다. 베이징덕 뿐만이 아니다. '마오'의 모든 요리는 4명의 중국인 요리사 손을 거친다. 이들은 모두 중국 베이징 현지의 유명 호텔, 음식점에서 수 년에서 십 수 년간 요리를 한 경험이 있다.

롯데마트의 베이징덕은 그에 비해 (절반 밖에 안되는 가격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좀 모자란다.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을 대량 판매한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 아쉬운 것은 고기를 써는 방식이다.

'마오'의 베이징덕은 바삭한 껍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껍질을 따라 가로썰기를 한 반면, 롯데마트의 베이징덕은 반대 방향으로 썬다. 그런 까닭에 '마오'의 베이징덕은 잘린 고기 한 점의 넓은 부위가 모두 껍질인 데 비해 롯데마트의 것은 껍질이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마오'의 방식으로는 온전한 한 마리 오리에서 그다지 많은 고기가 나오지 않는다. 껍질 주변의 고기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마트 베이징덕의 소스만은 입 맛에 제격이었다. 알고 보니 전통 첨면장이 아니라 데리야키 소스를 첨가한 것이라고.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배려가 느껴진다.

전체 평가는 '마오'의 판정승. '싼 음식'에 과도한 애정을 보이는 기자로선 롯데마트 오리의 손, 아니 날개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아쉽다. 그러나 1만 원대의 가격으로 손쉽게 베이징덕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마트 오리의 선전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 후로 '마오'에 한 번 더 들렀다. 베이징덕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풀고 자장면을 시켰다. '중국집은 뭐니뭐니 해도 자장면부터 맛있어야 된다'는 게 기자의 지론. 맛있다. 한 그릇 5천 원. 그 외 다양한 중국 음식들을 단품으로 경험할 수 있다. 베이징덕을 맛보기 위해 시작한 취재에서 뜻밖에 괜찮은 음식점 하나를 발견한 셈이다. 해운대해수욕장 글로리콘도 뒤편. 오전 11시∼다음날 오전 5시. 연중 무휴. 051-746-3888.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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