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승부하는 푸짐한 점심특선

입력 : 2011-03-31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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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의 점심특선 A코스. 닭가슴살 냉채와 류산슬, 탕수육(아래 오른쪽부터)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점심특선'이란 게 있다. 식당의 주된 요리를 새롭게 구성해, 점심시간에만 맛볼 수 있도록 선보이는 메뉴다. 대개 가격과 음식의 양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음식점의 주 요리가 맛이 뛰어난 대신 비싸다면 점심특선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진다. 고물가 시대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맛은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점심특선이 알찬 두 곳을 소개한다.


# 깔끔한 맛에 반하다 … 해운대 '박선생'

해운대 신시가지 외곽에 위치한 작은 가게다. 서울 청담동의 한 중국집에서 주방장을 하던 박상선(39) 대표가 부산에 내려와 2년 전 차렸다. '퓨전 중화요리 전문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가게 내부는 물론 요리의 맛도 깔끔하다. 중국음식 특유의 느끼함이 없다. 중식과 양식 스타일을 적절하게 잘 배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닭 가슴살 냉채의 소스를 만들 때 중국식 간장을 사용하지만 오렌지와 당근을 넣어 산뜻한 맛을 더하는 식이다. 박 대표는 "양식과 중식을 모두 배운 덕분에 이 둘의 조화를 시도했다"며 "요리법에서 중식이 70%, 양식이 30% 정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 집 점심특선의 묘미는 박 대표의 범상치 않은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별미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는 점. 2종류가 있다. 닭 가슴살 냉채와 류산슬, 산둥식 탕수육, 자장면 또는 짬뽕 등 4가지로 구성된 것이 A세트이고, 여기에 게살스프를 더하고 류산슬 대신 팔보채를 선보이는 것이 B세트다. 가격은 각각 1만 원과 1만 5천 원. 많이 팔리는 메뉴는 A세트다.

양식과 중식의 조화
퓨전 중화요리전문점
오징어 먹물 면 특색

'박선생'의 점심특선 A코스. 닭가슴살 냉채와 류산슬, 탕수육(아래 오른쪽부터)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A세트를 주문했다. 닭 가슴살 냉채는 닭 가슴살과 팽이버섯 등 각종 야채를 매콤한 소스에 버무렸다. 밑에 깔린 아삭한 샐러드와 특유의 산뜻한 소스를 함께 먹으면 입안이 시원하고 상큼해진다. 류산슬은 죽순의 서걱거리는 씹히는 맛과 부드러운 해삼과 돼지고기의 맛이 조화롭다. 소스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어 나오는 탕수육은 이 집의 대표 메뉴다. 박 대표는 간장소스에 달콤한 맛을 더한 산둥식 탕수육이라 설명했다. 이 집의 탕수육은 이 산둥식 외에도 케첩이 가미된 광둥식, 쫄깃한 맛 때문에 인절미 탕수육으로도 불리는 북경식, 매콤한 소스의 사천식으로 구분되어 있다. 점심특선에는 산둥식이다. 탕수육의 쫄깃한 튀김옷 맛이 이색적이다. 탕수육의 주된 재료인 돼지고기 등심은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다. 거기에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혀끝을 녹이는 소스 맛이 일품이다.

이어서 자장면이나 짬뽕 중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이 집은 특이하게 모든 면에 오징어 먹물을 넣는다. 특선이지만 자장면과 짬뽕의 양은 적지 않다. 특히 짬뽕에 들어간 해산물의 넉넉함에 흐뭇해진다.

점심특선은 오후 3시까지 선보이고. 배달은 안 된다.

점심특선 A세트 1만 원·B세트 1만 5천 원. 탕수육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4시. 오후 5시~9시 30분.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중동 141의 3. 해운대신시가지 한일아파트 옆. 051-747-9333.



# 푸짐한 양에 놀라다 … 양정동 '밀양횟집'

'밀양횟집'의 회 정식. 넉넉한 상차림이 돋보이며 시원한 매운탕이 인기다.

인근의 관공서나 회사의 회식 자리로 괜찮은 곳으로 알려진 횟집이다. 가게가 크지 않은데도 그런 평가를 듣는다. 어지간한 이는 이 집 음식에 만족한다는 말이다. 이곳에 가게를 연 지 6년 동안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가게가 자리 잡았다.

간단하게 먹자고 주문한 회 정식에 상이 비좁을 만큼 수많은 반찬이 나와 놀라는 이들이 많다. 점심특선으로만 나오는 회 정식을 주문하면 호박전을 시작으로 고기전과 수수떡, 문어, 각종 나물류, 심지어 물만두까지 나온다. 10여 종에 이른다. 수수떡을 포함해 모든 반찬은 직접 주방에서 만든다.

두툼한 광어·우럭회
수수떡에 물만두까지
상이 비좁은 회 정식


이것저것 다 먹어보기도 전에 광어와 우럭, 밀치가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양을 보고는 "이게 1인분 맞냐"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세어봤더니 1인 접시에 두툼한 회가 30점가량 올라와 있다.

회의 육질이 쫄깃하고 탄탄하다. 주방에서 직접 회를 뜨는 김창수(54) 대표는 회 맛을 위해 활어가 아닌 선어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고기는 부위마다 시간을 달리해 많게는 서너 시간가량 숙성을 시킨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집 회 맛의 또 다른 비결로 통영 등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횟감을 꼽았다. 푸짐한 상차림이 가능한 이유도 사장 내외가 직접 주방에서 일해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

배가 불러 더 먹어야할지 고민 중인 때에 매운탕이 나왔다. 빵빵해진 위가 더 이상 먹는 것이 무리라는 신호를 보내서 맛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매운탕 한 숟가락을 떴다. 결과적으로 밥 한 공기를 거의 다 먹고 말았다. 시원한 맛이 매력적인 매운탕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

시원함의 비결을 김 대표에게 물었더니 별다른 요리법이 없다고 했다. 계속 추궁하자 평소 육수를 낼 때 재료를 아끼지 않지만, 근래는 봄동을 써서 시원한 맛이 더한 것 같다고 했다. 매운탕만큼이나 수수한 답이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얼큰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약간 싱겁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점심특선인 회 정식은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에는 부담 없는 양(?)의 회덮밥도 인기다.

회 정식 1만 2천원, 회덮밥 6천 원. 매운탕 3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275의 4. 양정청소년수련관 옆. 051-867-2378.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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