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다양할 순 없다" 초밥의 변신은 무죄!

입력 : 2011-10-27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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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명 초밥 요리사들이 만든 이색 초밥

'길스시'에서 맛볼 수 있는 말고기 초밥. 말고기의 영양을 그대로 전한다.

초밥. 초로 간한 밥에 생선이나 채소 따위 여러 재료를 얹거나 말아서 만드는 요리. 일본말로 '스시'라 하죠. 그런데 이 요리 참 재미있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천변만화의 기법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곁들이는 재료에 따라 독특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만큼 미지의 맛을 기대할 수 있는 요리입니다. 

부산에서 초밥 좀 한다 하는 몇몇 요리사에게 '시중에 흔치 않은 초밥'을 부탁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색적인 초밥을 주문한 것이지요. 모두 흔쾌히 응해 주었습니다. 그중엔 자기네 가게 차림표에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습니다. 차림표에 없는 것을 맛보고 싶다면 어떡하냐고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미리 부탁하면 웬만하면 다 내놓을 수 있답니다. 적당한 가격을 붙여서 말입니다.

·밤새 달리는 말의 힘을 담은 초밥!

말고기로 초밥을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길스시'(051-804-3690·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12의 3)입니다.

길스시가 초밥에 얹는 말고기는 주로 엉덩이살이나 안심살을 이용합니다. 세 종류로 나옵니다. 거의 생육회 수준인데 겉표면만 불에 살짝 그을린 것, 다타키라고 겉을 전체적으로 토치불로 구운 것, 그리고 특별히 만든 간장소스에 절인 것입니다.

셋 다 씹는 식감은 괜찮았습니다. 쇠고기보다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 밥알 사이로 느껴졌습니다. 생육회 수준의 것은 안좋은 냄새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일본에선 생육회 그대로를 쓰는데, 그럼 누린내 비슷한 게 남아 우리나라 사람들 비위에 맞지 않다네요. 살짝 그을려 냄새를 날려버렸답니다. 다타키로 한 것은 겉은 고슬하고 안은 육즙이 잘 배어 있었습니다. 간장소스에 절인 것은 훨씬 부드럽고 단맛이 났습니다.

말고기 초밥 외에도 말고기 육회가 이 집의 또다른 별미랍니다. 야구선수 추신수 씨가 이 집에 가끔 들러 말고기를 먹고 간다네요. 이 집 사장인 이길수 셰프는 "말고기 먹고 나면 그날은 밤 새도록 달려도 된다"는 묘한 말을 합니다. 이 집 말고기 초밥은 한 점당 5천 원쯤 합니다.



·초밥의 외도, 그 또한 무죄!


모자이크 초밥 홍시, 멜론, 용과, 카스텔라를 올렸다.  칵테일 초밥 바나나와 키위, 용과를 얹었다.  멜론치즈 초밥 상큼함과 고소함의 조화를 노렸다.

초밥은 눈으로도 먹는 음식입니다. 예뻐야 합니다. '진수사'(051-557-0676·부산 동래구 명륜1동 433의 14) 박명호 사장의 초밥에 대한 생각은 그러합니다.그는 "차림표에는 없지만 제철 과일을 주제로 보여주겠다" 했습니다.

모자이크 초밥. 박 사장 스스로 그리 이름 붙였다 합니다. 주황색 홍시, 연두빛 멜론, 분홍색 용과, 계란색 카스텔라를 하얀 밥 위에 단정하게 네모 지어 올려 놓았습니다. "과한 조합 아닌가?" 하고 의심을 눈길을 보내니 의외로 과일과 빵이 초밥에 잘 어울린다 합니다. 먹어 보니 '따로 또 하나'로 제법 화(和)를 이루었다 싶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바나나와 키위, 용과를 넣어 칵테일처럼 꾸민 초밥, 참치·치즈·멜론을 조합한 토핑에 커피로 만든 소스를 뿌린 초밥, 빵과 요구르트로 만든 초밥, 베이컨에 블루베리 소스를 끼얹은 초밥 등도 선보여 줬습니다. 그러고 보면 젊은 층, 여성들에게서 특히 호응을 얻을 것들이었습니다. '초밥의 변신은 무죄'라는 사실을 역설하는 듯 했습니다.

박 사장은 그런 자신의 초밥들을 두고 "초밥의 외도"라 표현했습니다. 초밥에 욕심이 많은데, "뻔하지 않은 초밥"을 항상 고민한다 했습니다. 여하튼, 손님들이 주문하는 대로 내주겠다 합니다. 1인분 세트로 5만 원 정도?



·초밥은 항상 고민해야 하는 창작 요리!


유바 초밥 구수한 콩맛이 살짝 느껴진다. 복껍질 초밥 말랑말랑한 식감이 특이하다. 오크라 초밥 건강과 미용에 좋은 재료다.

유바. 두부 만들 때 표면에 엉기는 얇은 막을 말합니다. 일식 요리 중 조림이나 튀김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 '요시노스시'(051-808-7774·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25의 2)의 오너셰프 김영길 씨는 그 유바로 초밥을 만들어 내놓았습니다. 초밥 위에 얹힌 노란 유바에 윤기가 흐릅니다. 유바 자체에는 이렇다 할 강한 맛이 없습니다. 구수한 콩맛이 살짝 느껴지는 정도.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초로 간한 밥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줍니다.

김 씨는 창작 초밥을 항상 고민한다 합니다. 창작은 평범치 않은 걸 의미합니다. 복껍질 초밥이 그 하나입니다. 복어 껍질을 삶아서 식힌 뒤 한천에 넣어 굳힌 것인데, 말랑말랑한 식감이 특이합니다. 맛은 좀 심심한 편입니다.

오크라 초밥도 보여줬습니다. 오크라는 겉모양이 고추처럼 생긴 녹색 채소인데, 갈거나 씹으면 마처럼 끈적입니다. 자양·강장에 좋아 클레오파트라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자주 먹었답니다. 김 씨는 밥 위에 그 오크라를 생으로 올리고 그 위에 하얀 거품을 또 올려 놓았습니다. 거품은 참치 연골을 치대어 만든 것이랍니다. 맛보다는 건강을 위해 먹어보랍니다.

내친김에 김씨는 여러 창작 초밥을 죽 선보였습니다. 아보카도 초밥, 멍게 초밥, 개불 초밥, 청어알 초밥, 키조개 초밥, 장어뼈 초밥, 마 초밥, 차조기(시소) 초밥…. 다 흔치 않은 재료의 초밥들인데, 시소 초밥의 느낌이 특히 강했습니다. 입안이 싸해지고 상쾌해지는 초밥입니다. 이런 것들을 두루 섞어 1인분에 5만~8만 원 정도 한답니다.



·내는 즉시 먹어야 초밥의 제맛!
 
갈치 초밥비린내 없이 담담한 맛이다.  한우 초밥 깨 소스를 발라 고소하다.  고등어다시마 초밥비린 맛 없이 깔끔하다.

호텔 롯데부산의 일식집 모모야마(051-810-6360·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03의 15)에 올해 일본에서 초빙돼 온 요리사 하야시타 가즈히사 씨가 있습니다. 초밥 전문가입니다. 흔히 초밥은 간장소스에 찍어 먹지요. 그런데 하야시타 씨는 처음부터 간장소스가 발린 초밥을 만들어 줍니다. 왜 그러냐 했더니 초밥은 만들어 내는 즉시 먹어야 맛있는 법인데, 간장 소스가 발려 나오면 내는 즉시 먹지 않을 수 없다네요.

여하튼 그도 독특한 초밥을 여럿 선보여 줬습니다. 재료들을 보니 한우 꽃등심, 활쥐치, 간장에 절인 참치, 학꽁치, 생갈치, 고등어, 귤피 뿌린 보리새우…, 그랬습니다.

갈치? 비려서 초밥 재료가 되나, 싶었는데, 정작 나온 갈치 초밥에서는 비린내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고 고급스러운 갈치향이 났습니다. 살도 퍼석이지 않고 꼬들꼬들 씹히는 게 요상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갈치 표면을 불에 살짝 그을렸네요.

고등어로도 초밥을 만들었는데, 그냥 밥 위에 고등어 살을 얹은 게 아니라, 밥을 고등어살로 둘러싸고, 그를 다시 다시마로 쌌습니다. 비린 맛이 전혀 없고, 다시마와 고등어가 밥알과 어울리는 게 오히려 깔끔할 정도였습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네요. 고등어를 소금에 2시간 절인 뒤 다시 식초에 절인답니다. 다시마도 물에 담가 은은한 불에 세 시간 정도 조렸답니다.

한우 초밥은 고기 겉면을 불에 구워 육즙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한 뒤 깨 소스를 발랐습니다. 고소했습니다. 아귀 간으로 만든 초밥도 있었는데, 아귀 간을 손질해서 핏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25분 정도 쪘다네요. 약간은 비릿한데, 뒷맛이 굉장이 고소했습니다. 이런 것들로 한 세트 8만 원 정도 받는답니다.



·기본이 바로 선 초밥이 오히려 독특한 초밥!


전어 초밥 정갈한 손질이 필요한 초밥이다. 붕장어 초밥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

'젠스시'(051-746-7456·부산 해운대구 좌동 1341의 22) 백선필 대표는 이른바 정통 초밥을 고집하는 요리사입니다. 그가 말하는 정통의 기준은 초밥에 들어갈 밥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 알알이 살아 있고, 입안에 들어갔을 땐 확 풀어지는 밥, 때깔과 온기가 온전한 밥입니다. 그 밥이 제대로 돼야 어떤 재료든 제대로의 초밥이 된다는 겁니다.

여하튼 그는 "특이한 초밥 같은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신 일본에선 기본이 되는 것이나 우리나라에선 잘 하지 않는 초밥을 보여주겠다" 했습니다. 바로 전어 초밥이었습니다.

전어 초밥은 손질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합니다. 그래서 보통 초밥집에서도 잘 안 하려 한답니다. 그는 먼저 손질해 놓은 전어를 보여줬습니다. 아주 정갈합니다. 꽤 정성을 들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온 전어 초밥도 정갈했습니다. 한 입 넣어보니 싸한 향이 입안에 퍼지며, 이유는 모르겠으나 전어살이 까슬까슬하게 씹혔습니다. 그 향과 식감에 밥알이 톡톡 튄다 싶었습니다. 백 대표는 "이런 전어 맛은 감흥이 좋아 혼자 있으면 은연중에 생각나는 맛"이라 했습니다.

붕장어(아나고) 초밥도 맛보라 했습니다. 참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이 또한 붕장어를 삶고 굽고 조리고 양념장 바르고…, 과정이 복잡하고 길어 잘 안 하려 하는 초밥이랍니다. 그는 "가벼운 초밥만 자꾸 만들려는 모습이 싫다" 했습니다. 전어 초밥 가격 개당 4천 원, 붕장어는 5천 원.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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