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고는 못 배기는 '중독의 맛'… 그냥 못 지나가지요

입력 : 2011-12-01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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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명품' 길거리음식

전통시장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에 '명품'이라는 수식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먹고 나면 '명품'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집들이 있다. 좋은 재료와 차별화된 노하우로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는

내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이 저절로 치켜세워지는 전통시장의 길거리 음식점을 소개한다.



·서대신동시장 '사거리 튀김집'

큼직한 튀김에 알찬 속재료 '바삭'

서대신동시장은 족발 거리로 유명하다. 서대신동 토박이들에게 족발집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곳이 있다. 바로 '사거리 튀김집'이다. 즐비한 족발집 사이에 위세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30년 동안 튀김만 내어놓고 있는데, 한 가지 종목만 고집해 온 내공이 튀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집에서는 오징어 튀김과 고추 튀김이 유명하다. 이들은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오징어 튀김은 기본적으로 길이가 25㎝ 안팎이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튀김의 길이는 이 집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황옥화(51) 사장은 27년 동안 장사를 해 온 언니에 이어 3년째 장사를 해 오고 있다. 처음 언니가 장사를 할 때 다른 집과 차별화하기 위해 큰 튀김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간에 길이를 좀 줄여봤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손님들이 큰 튀김을 계속 찾았고, 스스로도 작은 길이가 성에 안 찼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다른 집보다 개당 가격은 비싸도 크기를 감안하면 양이 더 많은 셈"이라며 푸짐함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워낙 크다 보니 포장해서 들고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그 자리에서 먹는 이들을 위해 가위가 준비되어 있다. 한 입 베어 먹으니 부드러운 오징어 살이 무척 부드럽다. 오징어에 입힌 튀김옷은 맛이 순하다. 튀김용 기름의 질이 좋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맛이다.

오징어 튀김 바로 옆에 속이 꽉 찬 고추 튀김이 있다. 재료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고추 튀김이라기보다 만두에 가까웠다. 황 사장은 들어가는 양으로 보면 일반 크기의 만두소보다 훨씬 많은 양이 들어간다고 했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에 견줄 만한 지름의 튀김 안에는 돼지고기와 양파, 당면이 가득 들어 있다. 당면이 주로 많이 들어간 다른 집 고추 튀김과 달리 고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수준급 손만두집의 소를 연상 시킨다. 양파와 고추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제대로 살아 있다.

이 집 튀김은 재료 맛이 살아 있어 좋다. 오징어 튀김과 고추 튀김은 튀김 옷을 먹은 것이 아니라 오징어와 고추에 만두 소를 넣은 음식을 먹은 느낌이다. 튀김 기름 맛만 입안에 남는 다른 튀김과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오징어·고추 튀김 3개 2천 원.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7시(재료 상황에 따라 유동적). 일요일 휴무. 부산 서구 서대신동 2가 142의 7. 서대신동시장 족발골목 사거리. 010-4930-2220.



·부평시장 '원조 비빔당면'

50년 내공 깊은 맛… 비결은 최고급 재료


부평시장과 국제시장 일대에는 이름난 길거리 음식이 많다. 비빔당면도 그 중 하나다. 다른 지역에서는 만나기 힘든 음식이라 여행안내 책자에 명물 음식으로 반드시 소개되는 먹거리. 수많은 가게 중에 '원조'인 집을 찾았다.

'짝퉁에 속지 말고 명품 찾아 입맛 살립시다.' 가게에는 1963년 시작한 원조임을 강조하는 재미난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다. 서성자(47) 사장은 깔끔한 맛을 좋아했던 시어머니가 잡채의 느끼한 맛이 안나는 당면 요리를 구상하다가 비빔당면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좌판에서 당면에 참기름과 고추장 양념만 얹은 소박한 형태로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씩 고명을 추가해 지금의 비빔당면이 완성됐다. 서 사장은 23년 동안 음식을 해 왔다.

당면 위에는 시금치 또는 부추, 단무지, 어묵과 비법이 담긴 양념장이 올라가있다. 단출한 구성이지만 다른 집 비빔당면과 차별화된 맛을 낸다.

우선 주재료인 당면 면발이 부드럽다. 옥수수 전분이 들어가지 않은 고구마 전분 100%의 고급 당면을 사용한다고 했다. 옥수수 전분이 들어가지 않아 소화도 잘되고, 면발에서 거친 느낌도 없다는 것이 서 사장의 설명이다. 고춧가루와 갖은 재료를 이용한 양념장도 김칠맛을 더한다.

서 사장은 맛의 비결로 주저 없이 최고급 재료를 꼽았다. 고춧가루를 비롯해 단무지, 시금치는 국산을 사용한다. 수지타산 때문에 다른 재료를 넣어봤지만 맛이 영 아니었다. 어머니의 맛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어머니가 시작하셔서 앞으로 우리 자식들이 이어 받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하려면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단골 대부분이 10년 넘게 찾아온 이들이라 조금만 맛이 변해도 대번에 알아챈다. 지난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평시장 비빔당면을 소개해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최근 어떤 이는 그 방송을 보고 KTX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다른 집에서 큰 실망을 했다며 뒤늦게 이 집을 찾았단다. 결국 이곳의 비빔당면을 먹어보고는 기차푯값이 아깝지 않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원조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

비빔당면 이외에 단술이나 어묵 등도 파는데, 그 맛도 대부분 평균 이상이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단순 명쾌한 서 사장의 음식 철학이 모든 음식에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비빔당면 4천 원. 김밥 3천 500원. 영업시간 10시~오후 8시 30분. 부산 중구 부평2가 11의 34. 부평시장 부평아파트 인근. 051-254-4240.



·동래시장 '신가네'

차진 떡볶이·고소한 만두 "바로 이 맛이야"


동래시장 안에도 이름난 음식점들이 많다. 경기에 따라 이들 가게는 부침을 겪었는데, '신가네'는 가게가 생긴 이래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동래시장 안에서도 밤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처음에 떡볶이가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받아 이곳을 찾았다. 함께 먹은 어묵 국물이 맛나서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어묵을 먹었다. 걸어가면서 먹으려고 호떡을 주문했는데, 이 호떡도 예사로운 맛이 아니었다. 그리고 늦은 시간 출출함을 달래려고 찾았다가 만두를 먹고는 그 만두 맛에도 반해 버렸다. 이곳에 파는 모든 메뉴는 특성이 확연하고 맛이 남다르다. 이쯤 되면 가히 '분식 명가'라고 부를 수 있겠다.

떡볶이의 떡은 부드럽고도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매일 쌀을 시장 안 방앗간에서 찧어 가래떡을 뽑기 때문이다. 다른 재료가 전혀 섞이지 않은 100% 쌀로만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맛이다. 이재근 사장은 떡볶이의 고추장은 직접 이곳에서 만들어 사용한다고 했다. 일반 떡볶이 집에서 고추장에 물엿 정도만 넣어서 만드는 것과 달리 고춧가루에 양념을 넣고 발효시켜 며칠에 걸쳐 고추장을 만든다.

함께 나온 어묵 국물은 멸치와 다시마 새우 등 갖은 재료로 육수를 우려낸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 때문에 저녁에 술안주나 다음 날 해장용으로도 인기다.

이 집의 또 다른 비장의 메뉴는 만두다. 만두 공장에 특별 주문 제작해서 만드는 만두인데, 당면과 돼지고기가 적당히 들어가 소도 알차다. 소 재료에 후추 양념이 가미돼 뒷맛이 살짝 매콤한 것이 특징.

호떡에는 찹쌀이 많이 들어가서 '찰떡'으로도 불린다. 겉은 바싹하고 속을 차진 식감과 달콤한 호떡 소의 궁합이 환상적이다.

주변 여고생들의 단골 분식집이기도 해서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많았다. 서울로 시집간 후 이 맛을 못 잊어 부산에 내려오면 친정집보다 이곳을 먼저 찾는 이도 있었다. 또 딸의 입덧 때문에 음식을 해 주려고 하자 '엄마 음식보다 신가네 떡볶이와 호떡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에 속상해하며 가게를 찾은 어떤 중년 여성도 있었다. 떡볶이며 어묵이며 정신없이 먹다 보면 신가네 전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떡볶이 1인분 2천 원, 호떡 1개 500원, 만두 4개 1천 원. 영업시간 오전 6시~오후 11시. 매월 두 번째 화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복천동 216의 2. 동래 법륜사 사거리 인근. 051-552-2644.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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