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 월남쌈집 '자작나무'

입력 : 2012-11-01 07:56:23 수정 : 2012-11-06 06: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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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듯 한입에 쏙 "자기 하나, 나 하나"

얼마 전 회사 여자 후배에게 밥을 사주다 잊었던(?) 나의 과거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선배인 내가 말도 안 되는 심부름을 시켜 이 회사를 때려치워야 할까, 진심으로 고민했다는 것이다. 앙금이 사라졌으니(위대한 밥의 힘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었단다. 뒤늦게 이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사과했지만,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므니다'.

음식에 대한 태도에 분명 남녀의 차이가 존재한다. 월남 쌈 전문 '자작나무' 해운대점에 갔다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느꼈다. 그동안 해장에 좋은 쌀국수는 좋아했지만 월남 쌈은 멀리했다. 알록달록하게 생긴 모양 하며, 한 줌도 안 되는 걸 먹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까지 왠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작나무'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꼭 카페 같은 느낌이다. 김병호 대표가 직접 월남 쌈 먹는 법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이게 꼭 이벤트 같았다. 주인이 '계산돌이' 하는 시대는 끝났다니 창업 준비하는 분들 명심하시라.

월남 쌈 쌀 때에도 요령이 있다. 무엇보다 쌈을 입의 크기보다 작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자기가 먹을 욕심에 많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남자여, 여자의 감성을 알아야 성공한다. 모자란듯 넣는 게 비법. 처음에는 약간 쑥스럽지만 할수록 재미있다. 내 사랑 작은 한 쌈을 바치고, 그녀의 큰 사랑을 받는, 수지 맞는 음식이다. "자기 하나, 나 하나" 먹여주다 보면 사랑이 싹튼다.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좋아한다.

월남 쌈 안에는 '스페셜'의 경우 소고기 샤부샤부, 나중에는 해물 샤부샤부가 곁들여진다. 샤부샤부를 만든 육수는 개운한 매운맛의 김치만두 전골로 1차 변신한다. 이 국물에 쌀국수를 넣어 볶음 쌀국수로 2차 변신, 밥을 넣어 죽으로 3차 변신한다. 쌈부터 죽까지 재미있고 맛있는 음식이 이어진다. 이러다 보니 테이블 위는 남은 것 하나 없이 깨끗이 치워졌다. 하도 음식물을 안 남겨서 표창까지 받았다. 버릴 게 없는 나무가 자작나무, 여기서 상호를 따왔다. 월남 쌈을 싸는데 시간이 꽤 걸려, 천천히 먹고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최근 서면에도 직영점인 부전점(051-802-5454)을 열었다. 김 대표는 소스 3가지를 마련하고, 물에도 레몬을 넣어 라이스페이퍼의 쌀가루 냄새를 잡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프랜차이즈로 한 번 말아먹고 칼을 단단히 간 모양이다.

월남 쌈 스페셜(해물+소고기) 1만 6천 원, 점심 특선 9천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부산 해운대구 좌1동 1461의 1 울트라타워 201호. 해운대문화회관 사거리 카페베네 2층. 051-731-7786.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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