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에서 즐기는 자연산 생선회] 제철이라 한 점… 개성 넘쳐 또 한 점

입력 : 2014-11-27 07:54:45 수정 : 2014-11-28 1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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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락수변공원 '대영횟집'은 자연산 횟감에 숙성의 미각을 더해서 차려낸다. 사진은 이름표를 달고 나온 우럭 3종 세트와 방어 등 자연산 코스 회 요리.

자연산 생선회의 미덕은 제철의 미각이라는 점에 있다. 요즘 같으면 감성돔과 줄가자미, 방어, 부시리 등이 꼽힌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즈음 맛의 꼭짓점에 오르는 것이다. 산란을 앞두고 살이 차지고 기름기가 오르는 시기와 겹친다. 광안리에서 자연산 전문을 내걸고 개성적인 회의 맛을 선보이는 두 곳을 찾았다. 민락수변공원 공영주차장 옆 '대영횟집'과 해수욕장 입구의 '이어도'. 생선살에 제대로 된 '칼 맛'을 넣은 다음 개성을 담아 차려내니 비교음미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우럭''홍우럭''개우럭'. 민락수변공원 '대영횟집'의 자연산 코스 회 상차림에서 적잖이 놀랐다. 자연산 우럭 3종 세트라니. 차진 살점의 씹는 맛과 적절한 감칠맛으로 유명한 귀하신 몸들 아닌가! 부산에 횟집이 널렸지만 이런 구색을 갖춰 차려내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민락수변공원
대영횟집

'자연산 우럭 3종 세트'
흔치 않은 상차림 시도

횟감엔 귀여운 '이름표'
숙성회 전문집 '이름값'


회를 담아내는 모양새가 재밌다. 횟감마다 각자의 이름표를 꽂아 놓았다. 세 종류의 우럭은 껍질 쪽이 순백색 혹은 회색을 띄거나 불그스름해서 색감으로도 차이가 나지만 이름표를 떡 하니 붙여 놓았으니 눈치 볼 필요 없이 비교음미할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

'쏨뱅이' '뽈락' '방어'…. 이어지는 생선회마다 플라스틱 명패가 꽂혀 나왔다. 손으로 쓴 것도 아니고 플라스틱에 새겼으니 자연산 구색을 모두 다 갖추겠다는 뜻인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생선회에 해당되는 일본어 사시미(刺身)가 '살을 찌르다', 즉 어종을 적은 깃발을 횟감에 찔러 놓은 데서 유래했으니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꽁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김밥. 비릴거라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이다.
'대영횟집'은 숙성의 맛을 중시한다. 살점의 단백질 결합 끈이 풀릴 때 우러나는 깊은 맛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예컨대 저녁 예약이 들어오면 아침에 횟감을 떠서 저온에서 잰 다음 차려낸다. 광어 등의 흰살 생선도 6시간 이상 냉장고에 넣어두는 식이다. 기름기가 많은 생선도 마찬가지. 단골손님들은 미리 예약해야 졸깃함과 감칠맛을 살린 숙성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안다. 광안리에서 자연산을 내세우는 횟집은 널렸어도 이렇게 숙성의 미각을 가미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펄떡이는 활어의 맛을 내세우는 일반 횟집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고급스런 횟집을 지향하고 있는데 굳이 구분하자면 횟집과 일식집의 중간이라고 할까요."

전영학(37) 사장은 부산에서 회 코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광안리 방파제횟집 주방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전국 어디가도 똑 같은 천편일률적인 횟집의 차림새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묻어가지 않고 제 색깔을 뚜렷이 드러내려는 쪽이다.

그런 포부는 회 코스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맛의 리듬을 타게끔 코스를 구성해 낸다. 횟감 전후에 해산물과 물회, 조림, 죽, 전, 초밥으로 입속을 가셔준다. 비린 생선을 먹으면서도 질릴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에 맛의 포인트가 있다. 김밥 한 줄이 나 왔는데 그 속에 꽁치 한 마리가 통째로 누워있다. 비려서 어떻게 먹냐고? 한 조각을 씹는 순간 선입견은 단박에 깨진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어울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상승작용이 일어난다. 전 사장은 "제주도에서 먹어보고 이거다 싶어서 부산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개량했다"고 했다. 꽁치김밥도 이 집의 명물로 인기가 높다. 직접 담근 된장에도 나름의 손맛이 숨어 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광안해변로344번길 17-20. 민락수변공원 공영주차장 옆 산바다빌딩 7층. 생선회 코스(1인분) 3·4·5·7만원(3만원 양식, 4만원 이후 자연산). 회 정식 2만 원. 무휴. 오전 11~오후 11시. 051-759-9002.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


부산이 아닌 외지에서 온 손님을 접대할라치면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간혹 있다. 하지만 부산하면 바다, 바다하면 생선회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럴 때 소개할 만 곳이 광안리 해변에 위치한 횟집 '이어도'이다.

이어도는 자연산 활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광안리해수욕장 입구 호메로스호텔 옆에 위치해 민락회센터와는 다소 떨어져 있다.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보니 전망이 좋다. 해변로와 모래 사장은 바로 인접해 있고, 저 멀리로 광안대교까지 보인다. 야경이 특히 좋은 곳이다. 하지만 경치만 좋다고 해서 좋은 음식점은 아니다. 손맛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과 함께 친절한 서비스가 있어야 가볼만 한 음식점일 게다. 회 전문 요리사가 정갈하게 손질한 생선회 맛은 물론이고, 제철 해물과 나물, 매운탕 등으로 짜인 마지막 식사까지 마치 집밥처럼 정갈하게 차려져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판촉을 위한 별도의 매니저를 두고 있는 점도 특별하다.

해수욕장 입구
이어도

매일 새벽 활어시장 찾아
최상의 신선함으로 승부

창밖엔 광안대교가 '쫙~'
외지인 접대 최고 포인트

"요즘같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줄가자미(이시가리)를 많이 찾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진한 핑크빛의 이시가리가 맛있는 줄 알지만 실제로는 연한 핑크색이 더 맛있답니다.기름기가 많아 된장에 찍어 먹으면 더 구수한 맛이 납니다." 
'이어도'횟집에서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을 조망하면서 생선회를 맛보면 입맛을 한껏 돋울 수 있다. 사진 위로부터 줄가자미회와 부시리회가 차례로 보인다.
정미영(49)매니저의 설명이다. 이어도의 손님 대부분은 예약 손님들이다. 그 만큼 단골이 많다는 얘기다. 인상적인 회 맛과 조망, 매니저의 친절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고정된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이어도가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생선회의 신선도다. 싱싱한 활어를 사기 위해 김형숙(48)사장은 거의 매일 새벽에 남들보다 더 일찍 인근의 활어차 시장에 나가는 열성을 보인다고 한다. 
 
12㎏짜리 부시리가 들어왔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우선, 전채요리격으로 들깨죽이 나온다. 때에 따라서는 우엉죽이나 호박죽, 소라죽이 나오기도 한다. 맛이 괜찮다. 다음으로 굴과 낚지, 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과 과메기,홍어삼합도 먹음직스럽다. 메인 요리인 부시리 회가 나왔다. 등살, 뱃살, 배꼽살, 턱살 등 13가지 부위로 나눠진 차림상이 인상적이다. 생선회를 담은 접시가 전통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 그릇인 점도 눈길이 간다. "배꼽살은 와사비, 등살은 기름장, 껍질은 초고추장에 찍어 드시면 맛있어요. 백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느끼함을 없애줍니다." 김사장의 친절한 설명이 회맛을 더해준다. 
활어회를 이어도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회를 먹고 난 뒤에 나오는 식사류에는 돌김과 젓갈, 나물, 매운탕 등이 나오는데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메주콩을 볶아서 촌된장과 멸치,다시마 등을 넣어 만든 이 집 특유의 된장은 특히, 인상적이라는 평가들이다.

※부산 수영구 광안로 62번길 39 대우아이빌 2층(호메르스 호텔 옆). 생선회 코스(1인분) 5만~15만 원. 점식 특선(물회정식 1만 8천 원, 회 비빔밥 1만 5천 원,활어 매운탕 3만 원 등). 무휴. 오전 11시~오후 11시. 051-755-0225.

글·사진=송대성 선임기자 sd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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