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하기 좋은 음식점 2곳] 여럿이 둘러앉아 뜯고 굽고… 다음 모임은 여기서?

입력 : 2015-03-11 18:58:39 수정 : 2015-03-13 16: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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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족'의 '참족+직화불족' 세트는 일반 족발과 양념 족발을 반반씩 먹을 수 있다.

어제도 차를 타고 가다 전화를 받았다(시도 때도 없이 그렇다). 몇 명이 모임을 하는데 지금 당장 장소를 추천해 달라는 용건이었다. 잠시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뒤 정신을 가다듬는다. 가끔 나에게도 네이버 같은 검색 포털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W&J 맛면에 나오는 기사만 꼼꼼히 챙기시라.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모임을 하든지 문제가 없다. 이번 주에는 서면과 해운대에서 모임을 하기 좋은 곳을 각각 골랐다.

어디에 살든 서면만큼 약속을 잡기에 무난한 지역이 없다. 하지만 세대에 따라 서면에서도 선호하는 지역, 가게, 심지어는 메뉴까지 달라 고민이 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괜찮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곳은 없을까? 답이 될 만한 새로운 개념의 족발집 '참족'을 소개한다.

카페 같은 인테리어로 유명한 '더도이 종가집 돼지국밥'의 장석봉 대표가 족발집을 새로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장 대표는 이미 15년 전부터 공장과 연구실을 만들어 끊임없이 음식 연구를 하고 있다. 돼지고기로 국밥을 만들지만 돼지 발을 각을 떠서 조리면 족발이 된다.

장 대표가 하는 음식점은 일단 믿고 먹을 수 있다. 어느 매장이든 주방을 30평 이상으로 갖추고, 직원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참족'은 직원 샤워실까지 별도로 마련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이 나온다.

'참족'은 '참 맛있는 족'의 준말이다. 메뉴에는 일반 족발인 참족과 양념 족발인 직화불족이 있다. 짜장면과 짬뽕처럼 고민이 된다면 반반씩 나오는 '참족+직화불족' 세트가 답이다.

서면 참족

'참족'='참 맛있는 족'의 준말
남녀노소 사로잡은 신개념 족발집
일반 족발+양념 족발 세트 인기
헛개 수프·샐러드·홍합탕 무한리필


먼저 샐러드와 헛개나무 수프가 애피타이저로 나왔다. 헛개도 강하면 씁쓸한 맛이 나는데 연해서 좋다. 주당을 위한 배려심이 고맙다. 족발은 끝까지 따뜻하게 먹어야 맛이다. 족발을 놋그릇에 담아 할로겐램프로 식지 않도록 데워 준다. 

다른 데서 족발 먹을 때면 따뜻한 국물이 없어서 늘 아쉬웠다. 여기선 음식 궁합까지 고려해 홍합탕이 나온다. 수프, 샐러드, 홍합탕까지 무한리필이다. 참족은 인생의 참맛을 아는 중년, 불족은 가슴이 뜨거운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초콜릿 색깔 돼지껍질의 참을 수 없는 매력! 
치즈 불족.
치즈불족은 불족에 모차렐라 치즈를 섞어 먹는 재미와 맛을 더했다. 조금 느끼하다 싶으면 칼칼한 홍합탕이 언제나 기다린다. 지하에는 깨끗한 화장실(여자 화장실이 더 크다)과 흡연실까지 갖췄다.

장 대표는 "이익 중심을 고객 중심 가치로만 바꾸면 음식점도 참 재미있는 사업이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미국에서 금융마케팅을 전공하고 멀쩡하게 은행에서 근무하던 아들까지 데려와서 양념을 만들게 하고 있단다.

참족·직화불족·참족+직화불족·야채족 2만 5천~4만 5천 원. 치즈불족 2만 8천~4만 8천 원. 포장 4천 원 할인. 13:00~05:00.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240-4. 서면 복개천 메가박스 건너편. 051-818-1800.


지난해 연말 서부산에서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송년회가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해운대 구석진 곳에서 열렸다. 이들은 오는 순서대로 한 마디씩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불과 몇 분 뒤에 상황이 달라졌다. 분명히 자주 먹던 돼지고기인데도 왠지 낯선 고기를 먹어 보고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날 모임 장소를 정한 총무도 당연히 칭찬을 많이 받았다. 꽃 피는 봄이 되니 이 도령이 춘향이 생각하듯이 자꾸 그 고기 생각이 떠올라 다시 찾아갔다. 해운대 '꽃고기' 전문점 '시골한우 시골돼지'이야기다.

해운대 시골한우 시골돼지 마린시티 본점
'시골한우 시골돼지'는 두툼한 제주도 흑돼지에 칼집을 깊숙하게 넣은 꽃고기로 이름이 났다.
한우보다 주문 많은 제주 흑돼지
촘촘히 칼집 넣어 구운 '꽃고기'
부드러운 식감·풍부한 육즙 자랑
비법 액젓·케일 쌈 더해 절묘한 맛

한우 특수부위부터 맛보기로 했다. 1+ 이상의 소고기만 사용한다. 마블링도 괜찮고 맛도 고소해서 좋다. 그래도 마음은 해운대 꽃고기로 향해 벌써 양 조절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시골한우'라는 상호로 소고기만 팔았단다. 한 단골의 조언으로 돼지고기를 같이 취급하며 상호 뒤에 '시골돼지'를 붙였다, 지금은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90%라 '시골한우'를 간판에서 떼야 하지 않을까, 고민할 정도가 되었다.
꽃 피는 계절에 꽃고기 구경해 보시라. 두툼한 제주도 흑돼지 고기가 5분의 4 정도까지 빗살무늬로 칼집이 깊숙하게(너덜너덜할 정도로) 들어갔다. 갑오징어에 칼집을 낸 느낌이랄까. 이일해 대표가 칼집을 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실로 놀라운 스피드이다. 이 대표는 "고기는 칼맛이고, 칼집은 스피드가 관건이다. 순식간에 근육의 결을 끊어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숙성한 뒤 칼집을 넣고 다시 숙성을 시킨다. 칼이 들어간 자리에는 산소가 들어가 더 숙성이 잘된단다. 천천히 썰면 손의 온기에 고기가 녹아서 빨리 해치워야 하는 것이다. 
별미인 묵은지찌개와 차돌된장.
그 모습이 과연 꽃이 핀 것 같다. 해운대 꽃고기는 식감이 부드러운면서도 톡톡 튀고 육즙도 많다. 남해 젓갈을 가져와 비린 맛을 없애고 짜지 않게 가공을 해서 비법 액젓을 만들었다. 케일로 만든 특별한 지와 비법 액젓 도우미를 만나 꽃고기 맛이 하늘을 난다. 만나 보니 이 대표는 아주 유쾌한 캐릭터이다. 사훈을'고기는 나의 자존심이다'로 정하고 유니폼에도 새겼다. '고기계의 에르메스'를 꿈꾼다나. 그는 고기의 맛이 100점이라면 흑돼지라 40점, 숙성 20점, 칼맛이 40점이라고 했다. 열정과 분위기에 10점쯤 더 주고 싶다. 메트로점이 2년 차이고 기장의 동부산점이 이번 주에 문을 연다.

꽃고기(흑생오겹살) 600g 6만 원,한우 특수부위 100g 3만 3천 원, 김치찌개 점심식사 7천 원(월~금 12:00~14:00). 12:00~24:00.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35 벽산e오렌지프라자 122호. 051-746-7784.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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