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특별한 돼지고기 맛집] 쫄깃, 고소, 입에 착~ 그래, 바로 그 맛!

입력 : 2015-07-01 19:06:51 수정 : 2015-07-02 11:22:4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돼지고기 좋아하세요? 짭조름한 족발이나 삼겹살은 어떨까요? 맛은 물론이고 푸근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동네 시장의 족발집과 맛있는 부위를 한 판에 가득 담아내는 돼지구이집을 소개합니다.

이 판이든 저 판이든 한 판에 끝내야 한다. 무슨 이야기이냐고? 장대민(40) 대표가 운영하는 '유명한 돼지'의 메뉴 이야기이다. 메뉴 중에 '두껍게 한 판'과 '얇게 한 판'이 있는데 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삼겹살, 목살처럼 부위를 따지기보다는 좋은 부위를 한 판에 담아낸다. 그 고기를 두껍게 잘라 겉은 바싹하게, 속은 육즙 가득 먹을 것인지, 아니면 얇게 잘라 고소하게 먹을 것인지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장 대표는 원래 고기 유통업을 했다. 그러다가 좋은 고기가 있으니 아예 음식점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것이 벌써 3년이 되었다. 

■수영 '유명한 돼지'

삽겹살·목살 등 한 판에 담겨
육즙 '뚝뚝' 두꺼운 고기
고소한 맛 일품 얇은 고기
취향 따라 주문 가능


이 집을 추천한 지인은 '두껍게'를 추천했다. 그래서 자리에 앉자마자 고민할 것 없이 "두껍게 한 판"을 외쳤다. 주문과 함께 그는 주방으로 사라졌고 고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오픈형 주방이라 고기를 자르는 것이 다 보였다. 나온 고기는 두껍게 썰어졌는데, 모양으로 봐서 스테이크 같았다. 그는 '두껍게 한 판'이 손님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얇게 한 판'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성격이 급한데다, 술을 마실 때 고기를 빨리 익혀야 하기 때문이란다. '두껍게 한 판'은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두껍게 한 판'은 '유명한 돼지'의 인기 메뉴이다. 양념장을 바른 깻잎과 고기를 함께 먹으면 별미다.
고기는 천천히 익고, 탁자는 모두 8개밖에 없다보니 장 대표는 자연스럽게 손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듯했다.반찬과 함께 차려진 김치찌개를 먼저 먹으면서 기다렸다. 찌개 안에 들어 있는 꾸미는 생각보다 더 크고 부드러웠다. 고기 손질을 하고 남은 것으로 끓인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내가 먹기 싫은 것은 손님에게도 안 내놓는다"고 말했다. 따로 맛있는 부위를 손질해서 넣은 것이란다. 이러니 그가 다듬는 고기는 버리는 부위가 많다. 이후 부위별로 팔기보다 두께만 정해서 '한 판' 단위로 팔게 됐단다.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기가 다 익었다. 밑반찬 중 깻잎에 양념장을 조금씩 올린 것이 있었다. 여기에 고기를 싸 먹으면 별미라고 그가 설명했다. 고기도, 반찬도 모두 맛있었다. "깻잎 양념 말고 다른 반찬은 자주 바뀝니다. 계속 연구 중이지요." 그가 말했다. 유명해지고 싶어 '유명한 돼지'로 이름을 지었다는 그의 바람처럼 이 맛이면 곧 유명해질 것 같다.

'두껍게 한 판'(생고기500g), '얇게 한 판'(급랭 500g) 각 2만 5천 원. 영업시간 17:00~22:30. 일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황령대로473번길 25 목연 마이텔 1층. 051-628-8552. 
■사상 '할매족발'

질 좋고 양까지 넉넉
퍽퍽하지 않은 살코기에
쫄깃하게 잘 삶긴 비계
이유 있는 40년 전통의 맛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비가 내리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가 '40년 전통'이라고 쓰인 현수막 앞에 멈췄다. '할매족발'이었다. 포장을 해 가려는 손님, 비가 오니 한잔하고 가려는 손님으로 가게는 바빴다.

가게 입구에는 송순이(73) 대표가 열심히 족발을 썰었다. 그런데 포장 손님들은 나란히 서서 그의 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족발을 썰던 그가 대뜸 고기를 크게 한 점 잘라 손님들 입에 쏙쏙 넣어 주는 것이었다. 엄마 제비가 새끼 제비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이 연상됐다. 그는 "시장에 오면 이런 재미가 있어야지"라고 혼잣말을 던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주 왔다는 꼬마 손님에게는 "한 입은 섭섭하지"라며 한 점을 더 입에 넣어 주었다. 그 꼬마는 행복한 표정으로 엄마 손을 잡고 가게에서 멀어졌다. 그 꼬마는 집에 가서 먹을 때보다 송 씨가 덤으로 건네 준 고기가 더 맛있는 추억이 됐을 것 같다.

기자도 군침을 흘리자 어김없이 족발 조각이 입속으로 쑥 들어왔다. 거부할 틈도 없었다. 질겅질겅 씹으면서 장사 비결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손님들이 자꾸 오는데, 나도 쉴 수가 없지 않느냐"며 선문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질 좋은 고기 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오래 하다 보니 허투루 할 수 없더라고."
모라전통시장에는 '할매족발'이 있다. 할매의 인심 덕분에 양도 넉넉하고 가격이 착해서 인기가 있다.
가게가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퇴근시간이면 술 한잔 하려는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지인의 집도 근처이고 해서 포장을 해 가서 먹기로 했다. 족발은 1만 원부터 시작이다. 양도 넉넉하고 가격도 착했다.

포장한 족발을 그릇에 담아냈다. 먹어 보니 살코기는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비계는 쫄깃하게 잘 삶겼다. 지인 집에 놀러 갈 때 한 번씩 맛있다며 먹었던 족발이 할매족발이었다. 늘 미리 사다 놓으니 어느 집인지 모르고 먹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그집이었다.

할매족발의 맛있는 비결은 할매의 따뜻한 정인 것 같다. 예전에 울 할매도 내 입에 맛있는 것을 넣어주며 좋아했는데…. 할매가 생각났다.

족발 1만 원, 1만 5천 원, 2만 원, 냉채족발 1만 5천 원. 영업시간 08:00~10:00. 명절휴무. 부산 사상구 사상로 481번길 23(모라전통시장 33호). 051-302-6200.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