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을까예] 오대산메밀가

입력 : 2015-08-26 19:14:55 수정 : 2015-08-28 14: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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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뼈 육수에 막 반죽한 메밀면의 깊고 시원한 맛

도시철도 동의대역에 내려 동의대 아래쪽에 있는 '오대산 메밀가'로 향했다. 경사가 꽤 심해 오대산은 아니라도 동네 뒷산쯤 오르는 기분이었다. 산(?)에 오르며 메밀을 생각했다. 메밀은 추위에 잘 견디면서 생육 기간이 짧고 성질은 차다. 기후나 토양이 나쁜 산간에서도 잘 자라 예전부터 구황식물로 많이 재배되었다. 메밀의 속은 의외로 따뜻할 것 같다. 메밀! 이렇게 땀깨나 흘리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다.

메밀전을 시켜 '봉평 메밀 막걸리'의 안주로 삼았다. 특별한 맛이 없어 심심한 메밀전에 자꾸 손이 간다. 한잔 술에 달뜬 마음은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으로 날아갔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메밀막국수는 육수나 면이 평양냉면과 흡사하다. 부산에서 이름난 막국수는 밀면을 닮았는지 양념이 강한 편인데, 스타일이 좀 다르다. 한우 뼈를 고아 만든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메밀면은 좀 전에 손으로 익반죽(곡물의 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하는 것)한 것이다. 메밀면은 금방 삭아 숙성이 안 된다. 막 반죽했을 때가 맛있다니 꽤 까다로운 녀석이다. 100%짜리 순 메밀면에 비하면 면발이 졸깃하다. 메밀 함량이 60%라고 했다. 보통 사람의 입맛에는 메밀 함량 60~80%가 적당하다. 차가운 메밀 막국수가 들어가니 속에서 쨍하는 소리가 나며 서늘해진다. 막국수에 든 고소한 육전, 만약 네가 빠졌으면 많이 서운할 뻔했다.

메밀 만두도 구경해 보았다. 빨간 만두의 소에는 김치, 푸른 만두에는 고기가 들었다. 얇은 피를 메밀로 만들었단다. 김재봉 대표의 모친은 내년에 여든이 된다. 주말이면 노모를 비롯한 온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다. 김 대표의 고향은 경남 거창의 두메산골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은 손님이 오시거나 명절 때면 직접 농사지은 메밀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단다.

그는 '폼생폼사' 체육교사로 교직 생활을 20여 년 했지만 꿈은 언제나 요식업이었단다. 대학 가서 첫 아르바이트도 만둣집 주방. "교직이나 음식이나 양심이 없으면 못 하는 직업"이라는 말에 믿음이 생겼다. 전국을 맛탐방하고 돌아다닌 그가 직접 음식을 담당한다. 식당은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밖에서 친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형수와 누나까지 가게에 와서 서빙을 도우니 그만 가업이 되었다.

김 대표는 "메밀묵, 메밀 양갱까지 만들어 최고의 메밀 전문점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메밀닭칼국수나 메밀콩나물국밥도 별미겠다.



물메밀막국수 6천 원, 비빔메밀막국수·메밀닭칼국수·메밀 만두 7천 원, 메밀전 5천 원, 영업시간 11:00~21:00. 부산 부산진구 엄광로 131. 051-898-0365.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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