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장·박 기자의 '맛 대 맛' 2탄] 중년 사로잡은 태국의 맛 vs 젊은 입맛 놀랜 물메기탕

입력 : 2015-12-23 19:14:46 수정 : 2015-12-27 1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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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음식점 달타이의 뿌빳퐁커리 달타이 제공

중년의 입맛을 대변한 박 부장, 젊은 입맛을 대변한 박 기자에게 두 번째 주어진 미션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이번에는 박 부장이 분위기나 맛에서 젊은 층을 사로잡을 만한 곳으로, 박 기자가 세월의 깊은 맛이 나는 곳을 찾았다. 인생도 맛집도 가끔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똠얌꿍.
달타이

볶음면 '팟타이'
한국인 입맛에 '딱'
'커무양'도 별미예요


가수 최백호가 부산에 가면 무작정 올라가는 곳이 달맞이고개라고 그랬던가. 작정하고 올라간 곳이 달맞이언덕의 태국 음식점 '달타이(DAL THAI)'다. 촌스러운 간판만 보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몇 년 전 같은 장소에 베트남 음식점 '더 포'를 열어 쌀국수 바람을 일으켰던 이지용 대표가 컴백해 만든 작품이라 일단 신뢰가 간다.

달맞이언덕을 향해 열린 공간에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분위기가 훈훈하다. 이만하면 녹슬지 않은 젊은 감각 선보이는 데 손색이 없겠다. 주문이 문제인데…. 사실 태국 음식 메뉴 이름이 입에 붙지 않는다. 서툰 태국말보다 "볶음밥 이거, 볶음면 이거, 커리 이거 달라"고 메뉴판을 손으로 콕 찍으면 서로가 편하다. 
카우팟 핏타오 탈레.
태국식 고추장과 해산물을 넣어 매콤하게 볶은 볶음밥인 '카우팟 핏타오 탈레'나 달콤, 새콤, 고소함이 조화를 이룬 볶음면 '팟타이'는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세상의 맛난 음식에는 공통 분모가 있는 게 아닐까. 

자신감을 가지고 깊이가 있는 음식에 도전해 봤다. 뿌빳퐁커리는 소프트 크랩이 든 노란 커리이다. 커리를 뒤집어쓴 게가 맛난다. 밥을 올려 게 몸통을 오독오독 씹는 재미는 말로 다 설명 못 한다.

똠얌꿍! 레몬그라스는 시큼한 맛을 담당하고, 고수는 수프의 향을 돋워 준다. 똠얌꿍 윗부분에 하얗게 떠있는 카네이션 밀크 덕분에 묵직하게 진한 맛이 우러난다. 예전에 똠얌꿍 처음 먹었을 때는 시큼하기만 해서 이게 무슨 맛인가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맛있다. 세월이 변하며 입맛도 변한 것일까. 훈제한 항정살 구이인 '커무양'은 술안주로 그만이겠다. 피시 소스는 뇌쇄적인 중독성이 있다.

이 대표는 "태국 음식은 향신료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태국 음식은 한두 번 먹어 길들면 금세 매료되고 만다. 아직 젊은 우리, 편견을 깨어 볼까.

쏨땀(샐러드) 1만 1천 원, 커무양(항정살 구이) 1만 5천 원, 똠얌꿍 1만 5천 원, 팟타이(볶음면) 1만 3천 원. 카우팟 팟타오 탈레(매운 볶음밥) 1만 3천 원, 뿌빳퐁커리(게가 든 카레) 2만 8천 원. 영업시간 11:30~24:00.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93. 051-741-1122. 박종호 기자 nleader@
'진품 물회'에서는 겨울이 제철인 물메기탕과 물메기회를 맛볼수 있다.
진품물회

물메기회는 부드럽고
탕은 시원해요
반찬 맛도 최고!


부산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언제나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SNS에 올린 사진에는 부산 흔한 카페 풍경, 부산 흔한 밥집 풍경이라는 해시태그를 자주 쓴다. 메뉴는 상관없다. 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음식 사진이다.

기장읍 연화리에 자리 잡은 '진품물회' 앞에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곳으로 올 때는 해안도로를 따라와야 하니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가게 앞 수조에는 겨울이 제철인 물메기가 가득 들어 있다. 다들 몸을 동그랗게 말고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데 유독 한 마리가 헤엄을 치며 사진을 찍으라는 듯 자세를 취해 준다. 예전에 물메기는 환영 받는 생선이 아니었다. 잡으면 바로 바다로 던져지기도 해서 '물텀벙'이라 불렸다. 하지만 그것은 물메기의 진짜 맛을 모르던 시절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물메기탕과 물메기회 세트를 주문했다. 먼저 차려진 반찬 중에 어린 갈치가 들어간 섞박지가 눈에 띈다. 아삭하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기장의 겨울 맛이다. 6년째 '진품 물회'를 운영하는 한영애 대표는 필요한 농산물은 직접 농사를 짓는다. 섞박지가 아주 맛있다고 이야기하니 "해풍을 맞고 자란 무라 맛이 더 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쌀은 친정인 간절곶에서 농사지은 것을 가져온다. 기장에서 나는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반찬에 자꾸만 손이 간다.

드디어 주인공 물메기탕이 나왔다. 뜨끈한 국물은 첫맛은 달고 뒷맛은 시원하다. 속으로 들어가니 바다 향도 살짝 올라온다. 깊은 국물 맛에 감탄하며 먹기에 바쁘다. 물메기회는 살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한 대표에게 탕이 맛있다고 말하자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손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며 은근슬쩍 본인 자랑을 한다.

연말에 모임 핑계를 대고 술 좀 먹었던 사람은 해장하기 딱 좋은 곳이다. 한 가지 단점, 풍경 좋고 음식이 맛이 있어 다시 술을 부른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물메기탕 1만 5천 원, 물메기탕+물메기회 5만 원(2인 기준). 전복죽 1만 5천 원. 영업시간 9:30~21:00.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1길 65. 051-723-2597.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캐리커처=조소라 프리랜서 soraa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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