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사용후핵연료] 3. 건식저장소 운영 현황과 지역 반발

입력 : 2016-11-13 23:01:23 수정 : 2016-11-15 10: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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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부지에 건식저장소 건설' 놓고 정부-주민 대립·갈등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

영구처분 전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방법으로는 폐연료봉을 물속에 담가놓는 '습식저장'과 지상에서 보관하는 '건식저장'이 있다. 현재 국내 모든 원전은 습식보관 중이고, 이중 경북 경주시의 월성원전은 유일하게 건식저장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원전 부지에 건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원전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 "고리·한빛·한울원전도
월성처럼 건식저장소 불가피"
월성원전도 '건식' 포화 임박

안전성·투명성 강조하지만
지역 주민 "일방 결정" 반발

■건식저장 어떻게 이뤄지나

지난달 19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내부 3만 3000㎡ 부지에는 흰색 기둥 모양의 '캐니스터(높이 6.5m, 직경 3m)'와 회색 콘크리트로 외벽을 감싼 '맥스터(조밀건식저장시설·길이 21.9m, 너비 12.9m, 높이 7.6m)'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월성원전은 1992년 4월부터 캐니스터 300기와, 2010년 4월부터 맥스터 7기에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으로 보관하고 있다. 캐니스터에는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실린더 하나만 있지만 맥스터에는 실린더가 40개가 모여있는 구조다.

맥스터. 월성원전의 건식저장시설은 2019년께 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 내부 저장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6년가량 식힌 뒤 일부를 꺼내 건식저장소에 저장하고 있다. 건식저장소가 같은 원전 부지에 있더라도 사용후핵연료 이동 과정에서 핵물질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이동 절차가 정교하게 진행된다. 우선 저장조에서 특수 제작된 '바스켓'에 폐연료봉을 담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이어 물속에서 인양된 바스켓은 차폐작업장에서 용접을 거쳐 운반용기에 실린 뒤 통째로 건식저장소까지 이동된다.

건식저장소에서는 바스켓을 다시 운반용기에서 꺼내 실린더에 담고 이중으로 봉인하면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 봉인을 해제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즉시 알려지는데, 봉인 해제는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꺼내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핵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식저장소로 이동된 사용후핵연료는 영구처분시설 가동 이전까지 캐니스터에서는 자연복사, 맥스터에서는 공기대류 방식으로 냉각된다.

■월성 건식저장소도 턱밑까지

국내 원전 중 월성원전에서 유일하게 건식저장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월성 1~4호기가 중수로이기 때문이다. 경수로는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8개월에 한 번씩 전체 핵연료의 3분의 1을 교체하는 반면 중수로는 매일 16다발씩 교체해줘야만 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원전 내부 저장조만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월성원전의 건식저장소도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는 것. 현재 캐니스터에는 16만 2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 중인데, 이미 2010년 4월에 100% 저장 완료된 상태다. 맥스터는 저장용량이 16만 8000다발 중 11만 4360다발을 보관(2016년 4월 기준)하고 있어 저장률 68%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2019년이면 1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8년 동안 사용후핵연료 16만 8000다발을 추가 보관할 수 있는 맥스터 7기를 짓기 위해 올해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한수원 관계자는 "건식저장시설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표면선량률과 표면오염도 측정, 저장 실린더 누설 검사를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주민 협의하겠다고 하는데…

정부는 올해 7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전 외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 불가피하게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리와 한빛, 한울원전에도 월성과 같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원전 지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고리원전을 끼고 있는 부산 기장군청은 성명을 내고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까지 짓겠다고 나선 정부를 규탄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전 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기장군, 경주시, 영광군, 울주군, 울진군)는 지난 9월에도 기장군청에서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채택하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서 권고한 대로 2020년까지 원전 이외 지역에 관리시설 부지가 선정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전절차가 이행되지 않으면 원전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은 절대 불가하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경주=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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