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산정원박람회] 감천문화마을·송도 케이블카가 정원 속으로 들어왔다

입력 : 2017-10-22 19:02:43 수정 : 2017-10-22 23: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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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진행되던 부산정원박람회가 올해 처음으로 부산시민공원으로 옮겨 야외 행사로 치러진 가운데 12개 구청에서 선보인 자치정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사하구에서 박효주 정원작가에 의뢰해 조성한 '감천문화마을, 꽃으로 물들다' 정원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와~ 그림이다! 사진 찍으면 정말 예쁘겠다."

부산시민공원 남문 다솜관 일대에서 열린 '2017 부산정원박람회'에 쏟아진 시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금까지 5회를 이어오는 동안 벡스코라는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 개최하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야외로 나오면서 정원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새로운 욕구도 확인한 기회였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조경협회와 ㈜아이컨벤션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기획존, 전시존, 체험존, 공모전·경진대회, 학술행사 등으로 나눠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이어졌다. 총 관람객은 하루 평균 3만여 명으로 어림잡아 18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21일엔 6만여 명이 다녀갔다.

■올해 첫 시도한 자치구 정원 눈길

올해로 5회째… 첫 야외 개최
부산 구·군 '자치구 정원' 인기
지역별 특징, 창의적으로 살려

올 박람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2개의 자치정원 조성. 부산의 16개 구·군청이 사전에 위촉한 정원작가와 한 조가 되어서 사전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 중 심사를 통과한 12개 구청이 실제 정원을 현장에 조성했다. 자치구 별로 2000만 원 상당의 예산이 지급됐다.

이 중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곳 중 하나가 사하구에서 조성한 '감천문화마을, 꽃으로 물들다-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곳'. 독일 연방정부 공인 플로리스트 마이스터로 부산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효주 씨가 정원작가로 위촉돼 완성했다. 이 작품의 경우, 감천문화마을의 계단식 주거 형태와 미로의 골목길, 옹기종기 모여 사는 집 형태를 모티브로 했다. 알록달록한 작은 집들은 주민들이 작가와 함께 만들었으며,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했다. 박 작가 역시 세 군데의 구청으로부터 정원작가 제의를 받았지만 본인이 거주하는 곳에 더 애정을 갖고 사하구를 선택하게 됐다. 

전포카페거리를 모티브로 한 부산진구의 '카페 가든(Cafe Garden)'.
또 전포카페거리를 모티브로 한 부산진구의 'Cafe Garden-전포 카페거리에서, 찻잔과 쉼표'(정원작가 윤은주·부산 동래구), 해운대구의 높은 빌딩과 바다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Let's go!!! Everybody come to 해운대-해운대에서 즐거운 추억을'(길경희·해운대구), 케이블카 조형물이 눈길을 끈 '서구 풍경-함께 만드는 서구 풍경'(윤성융·북구), 사상구의 산업단지를 철제 프레임(녹색벽)으로 표현한 '사상 풍경-사상의 풍경을 정원에 담다'(송민원·경기도 김포시)도 인상적이었다.
2017 부산정원박람회에서 선보인 자치정원 중 케이블카 조형물이 인상적인 서구의 '서구 풍경'. 강선배 기자
이 밖에 참가 구청으로는 △동래구(얼쑤 청춘동래-옛것의 동래를 청년 동래로·황순자·금정구) △동구(해(海)야 솟아라-동구의 자연을 담다·김지은·연제구)△금정구(하늘로 간 물고기-금샘, 금어를 정원에 담다·강종오·해운대구) △강서구(집으로 가는 골목길-골목의 담벼락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다·오혜영·기장) △남구(만선의 기쁨-21C 만선을 현대적으로 재조명·차욱진·남구) △북구(소연정-옛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는 산마루 쉼터·한라영·동래구) △영도구(아지개 정원-아침을 맞이하는 곳 영도·조미정·사하구) 등이 있다.

부산조경협회 송유경 회장은 "다들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었지만 서너 곳을 제외하면 정체성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과당경쟁 방지 차원에서 올해는 수상 제도를 없앴는데도 알게 모르게 구청 간에도 경쟁심이 유발돼 마지막까지 보완을 거듭하는 등 분발하는 모습이었다"고 귀띔했다. 윤종면 수석부회장도 "가드너나 가든 디자이너 개념도 생소한 상황이어서 이번에 참여한 정원작가 면면은 화훼 관련 종사자나 설계사무소, 조경회사 근무자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한 뒤 "조성된 정원만 보고도 구청 이미지가 잘 떠오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등 자치구 별로도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편차가 컸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회장은 또 "이번에 조성된 자치정원의 경우 갖다 버릴 게 하나도 없지만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주는 차원에서라도 앞으로 존치해 시설관리공단에서 사후 관리를 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경업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장은 "구청 이미지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정원이라는 본래 주제가 덜 부각될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바닥 정원 콘테스트 개최

1m×2m '손바닥 정원' 눈길
서류 심사 후 14개 작품 전시
한 평 공간 연출 아이디어 돋보여

1.5m×2.0m 크기로 만드는 '손바닥 정원'도 눈길을 끌었다.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한 학생부 5작품, 일반부 4작품, 시민가드너부 5작품 등 총 14개 작품을 실물로 선보였다. 각 파트별 1등은 부산시장, 2등은 부산조경협회장상이 각각 주어졌다. 
'손바닥 정원' 콘테스트에서 학생부 1등(부산시장상)을 수상한 '부산국제신항만정원' 모습.
학생부 1등을 차지한 '부산국제신항만정원'(김미진 박동준 강홍구)은 삭막하고 단조로운 부산 국제신항만의 모습을 정원의 모습으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컨테이너는 원목 플랜트 박스를 이용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크레인은 철제 프레임을 설치해 자칫 공포와 위협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물에 포복성식물(덩굴이나 뿌리가 땅위로 길게 뻗으며 자라는 식물)을 이용해 부드럽게 표현했다.

일반부 1등인 '10월의 정원'(이용도 임한글)은 생활 가까이에 있는 정원을 연출했다. 야외 웨딩이 트렌드인 요즘 시대를 반영해 생활 속에서 정원을 찾는 기쁨을 표현했다.

시민가드너부에서 1등을 차지한 '꽃밥 한 상 같이 드실려우'(박덕근)는 앉은뱅이 밥상에 밥 대신 다양한 식물을 올려 한 끼의 꽃 정원으로 표현했다. 공간 전체를 인조 잔디로 깔고 중앙에 앉은뱅이 밥상을 배치했다. 밥상에는 다육식물군, 허브류, 스칸디아모스 등을 비롯해 가을 개화 식물 등을 깔아서 가을의 정취와 결실의 풍요로움을 나누었다.

손바닥 정원 콘테스트를 주관한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손바닥정원은 시민 생활 속 정원문화를 추구하며 정원 조성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전파시키는 한편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 평 공간에 연출함으로써 나만의 공간을 이웃과 더불어 공유하는 데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정원박람회를 찾은 시민 안병수(73·수영구 광안동) 씨는 "젊을 땐 꽃이 예쁜 줄 몰랐지만 나이가 점점 들고 보니 계절이 너무나 소중하다"면서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순태(74·부산진구 전포동) 씨는 "우리 집은 식물이 잘 안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만든 걸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민 소장은 "서울만 해도 정원박람회 예산이 14억 원 규모인 데 비해 부산은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자치구 정원 예산 2억 4000만 원을 포함해도 3억 4500만 원밖에 안 된다"면서 "실내에서 바깥으로 나온 만큼 그 규모에 걸맞은 행사로 제대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하다못해 5억 원대의 예산은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부회장은 "박람회장을 찾은 시민뿐 아니라 각 가정에 돌아가서도 베란다 등에라도 조그마한 정원을 가꿔 볼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과 정원문화 확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는 결국 시민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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