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자 이명아 대표 별세] 클래식 음악계 '대모' 잃었다

입력 : 2018-12-08 13:21:16 수정 : 2018-12-09 19: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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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일보DB

 부산 클래식 음악계의 '대모(代母)'가 세상과 이별했다.

 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가 별세했다. 향년 63세. 고인은 지난 7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아트매니지먼트 운영
지역 음악문화 성장 큰 기여
백혜선 등 음악가 애도 물결

 고인은 1986년 민간 기획사인 부산예술협의회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면서 클래식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32년 동안 5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클래식 공연을 열며 부산의 클래식 공연을 이끌었다. 특히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민간기획사로는 드물게 부산국제음악제를 직접 운영하며 부산 실내악 발전에 큰 몫을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부산에선 1월에 음악공연과 문화행사가 거의 없었다. 그런 조건에서 부산국제음악제는 겨울 공연문화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고인은 평소 연주자들도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들으면서 하모니를 이루는 실내악이 발전해야 부산 음악문화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부산국제음악제를 여러모로 힘든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이끌어왔다.

 고인은 오랜 경험과 타고난 노력으로 국내외 공연장과 연주자 정보, 국내외 공연예술의 흐름을 꿰뚫고 있었고 부산 클래식, 공연 기획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런 이유로 고인은 '부산 클래식 대모'로 불렸다. 연주자들은 고인이 기획하는 공연에 무한 신뢰를 보낼 정도였다. 올해만 해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조성진, 백혜선, 임동혁 등 클래식계 슈퍼스타들의 대형 공연을 부산에서 기획했다. 부산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직접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은 고인뿐이라는 얘기가 회자됐다.

 이 대표는 부산에 클래식 공연 기획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신의 공연 기획 노하우를 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인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고인의 평생 음악적 동지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백혜선 미국 클리블랜드음악원 교수는 "별세 소식에 아쉬움과 섭섭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클래식 음악을 위한 고인의 헌신을 잊지 않고, 클래식음악이 계속 꽃피울 수 있도록 뜻을 이어가겠다. 늘 치열했던 삶을 내려놓고 평안히 쉬기를 기도한다"는 추모의 말을 전했다.

 고인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유족으로 상현(오빠), 상기·상철(남동생) 씨가 있으며, 장례절차를 마치고 9일 부산 기장군 실로암공원묘지에 묻혔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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