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오페라 하우스] 바다 보며 즐기는 푸짐한 ‘바다의 맛’

입력 : 2019-12-18 18:58:36 수정 : 2019-12-18 19: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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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새우·가리비 관자로 구성된 해산물 모둠 구이 전복·새우·가리비 관자로 구성된 해산물 모둠 구이

부산 서면에 ‘마리포사’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었다. 일본에서 커피 맛에 눈을 뜬 박상준(61) 사장이 1984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연 커피 전문점이었다.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 명소기도 했다.

천우장과 함께 약속장소로 유명했던 당시의 서면 마리포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박 사장은 대신 해운대구 달맞이고개로 장소를 옮겨 30년 가까이 카페 겸 레스토랑을 이어가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가 바로 그곳이다.


지중해 분위기 물씬 나는 관광명소

해산물 모둠구이·한우 스테이크 곁들인

랍스터스페셜 ‘특별한 코스’ 탄성 절로

단품메뉴 스튜·티본스테이크도 일품

4~5층 카페 ‘커피콩’ 해운대 풍광 한눈에


오페라 하우스는 1993년 개업했으니 내년이면 26년이 된다. 지금은 해운대구는 물론 부산 밖의 다른 시도에서도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오페라 하우스 건물은 독특하다. 해운대 바다가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 지중해 분위기가 나게 만들었다.

바다 풍경이 보이는 방에 자리를 잡고 랍스터 스페셜을 주문했다. 식전 빵이 먼저 나왔다. 블랙 올리브가 들어간 포카치아 빵과 곡물 치아바타였다. 고소하고 바삭한 게 입맛을 돋우기에 적당했다.

해산물 모둠 구이가 뒤를 이었다. 구운 가지 위에 전복, 새우, 가리비 관자가 종류별로 올려져 있다. 여기에 청어 알을 곁들이고 바질 페스토 오일을 뿌렸다. 접시에는 노란색 사프란 소스가 뿌려져 있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것처럼 신선한 파도 냄새가 느껴졌다.

토마토 스프도 테이블에 올려졌다. 소고기 안심을 구워 4시간 곤 뒤 기름을 걷어내 만든 육수(스톡)에 야채와 토마토 홀을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소고기를 곤 국물 때문인지 매우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첫 번째 메인 요리는 한우 안심 스테이크였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직접 만든 마르샬라 소스가 곁들여졌다. 접시에 같이 담긴 홀 그레이 머스타드 소스와 갈릭 토마토 소스도 이곳에서 만든다고 한다. 샐러드도 함께 나왔다. 하몬, 방울토마토, 양상추, 라디치오, 쌈배추, 로메인 등이 송로버섯으로 만든 트러플 오일에 적셔져 있었다.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랍스터.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랍스터.

두 번째 메인 요리인 랍스터가 등장했다. 가벼운 소스를 발라 삶은 덕분에 해산물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구수한 맛을 살려주었다. 여기에 랍스터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제대로 살아 있었다.

2명이 먹어도 충분한 티본 스테이크 2명이 먹어도 충분한 티본 스테이크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단품으로 스튜, 티본스테이크도 판다. 스튜는 조개 등 해산물을 끓인 물을 사용한다. 여기에 조개, 홍합, 주꾸미, 새우, 버섯, 호박, 브로콜리, 블랙 올리브 등이 들어가 국물이 진하다. 600g짜리 티본스테이크는 매우 크다. 둘이 먹기에도 충분하다.

박 사장은 “레스토랑에서는 한우만 고집한다. 해산물을 잘 보관하기 위해 수족관도 설치했다. 캐나다 총리, 태국 총리 부인 등 유명 인사들도 음식을 즐기고 갔다”며 웃었다.

랍스터의 겨울 바다 느낌을 온몸에 가득 담고 4층으로 올라갔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카페 ‘커피 콩’이 있는 곳이다. 이곳이야말로 마리포사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카페다. 박 사장은 “원두커피니 로스팅이니 하는 용어가 낯설던 1990년대에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려 팔았다. 여러 유명 카페에 원두를 납품하기도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커피 콩의 장점은 해운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풍광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눈과 가슴은 물론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푸르러지는 느낌이다. 5층은 겨울 바다 풍광에 오래된 다락방 분위기까지 더해 독특한 느낌을 안겨준다.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온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4층 카페 한쪽 구석 장식대에 오래된 커피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1800년대 중·후반 유럽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앞에는 미국에서 생산된 최신 핸드드립 기계인 ‘푸어 스테디’가 자리 잡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편차 없이 꾸준하게 내릴 수 있는 기계라고 한다. 커피 콩의 오랜 역사와 새로운 트렌드의 조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커피 콩에서는 40년 경력을 가진 제빵사가 500년 동안 이어져 온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매일 직접 20~30종류의 빵을 만든다.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수제청과 식초도 만들어 판다.

디저트 디저트

예멘 모카를 주문했다. 약배전(弱焙煎)해서 특유의 향을 살린다고 한다. 진한 초콜릿 향과 함께 베리류의 단맛이 좋았다. 같이 간 동료는 브랜디 커피인 오페라를 주문했다. 이곳의 대표 커피라고 한다. 견과류의 고소한 느낌과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 섞여 있다. 부룬디, 콜롬비아, 과테말라 커피를 섞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커피 콩은 젊은 고객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변화를 시도했다. 1인당 1만 원 안팎의 금액으로 가볍게 걸어와서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을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하우스/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17번길 29. 051-746-6670. 파스타·리소토 1만 7000~2만 1000원, 런치 스페셜 3만 3000~3만 8000원, 오페라 스페셜 5만 8000원, 랍스터 스페셜 8만 5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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