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지’ 맞은 날…양정시장 ‘와요스지’

입력 : 2020-01-22 18:27:1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고기의 잡냄새가 나지 않고,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인상적인 스지 곰탕. 고기의 잡냄새가 나지 않고,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인상적인 스지 곰탕.

음식 재료 중에 ‘스지’라는 게 있다. 소의 힘줄과 근육 부위를 뜻하는 일본어다. 10~20년 전만 해도 스지를 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추억의 요리가 돼 버렸다. 부산 부산진구 도시철도 양정역 인근 양정시장에 스지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교 동창 사이인 35세 동갑내기 이승혁, 권도환 씨가 동업으로 운영하는 ‘와요스지’가 바로 그곳이다.

잡내 없이 진하고 고소한 곰탕

쫄깃한 씹는 맛 살아 있는 수육

스지 활용한 덮밥·볶음밥 인기

청양고추 넣은 ‘불스지’도 별미


스지 수육. 스지 수육.
스지볶음밥 스지볶음밥
스지장조림덮밥 스지장조림덮밥

두 사람 경력을 보면 식당 일에 최적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씨는 돈가스집, 일식집, 횟집, 분식집 등 여러 식당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주방 일에 대해서는 실력을 쌓은 사람이다. 반면 권 씨는 경남 김해 주촌의 도축 공장에서 5년 정도 근무한 적이 있다. 고기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진 셈.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한 갈색을 띤 국물이 담긴 스지 곰탕이 나왔다. 먼저 국물 맛부터 보았다. 한마디로 진하고 고소하다. 고기 잡냄새도 나지 않는 깔끔한 맛이다. 국물이 식은 뒤에도 고소한 맛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면 첨가물로 맛을 낸 것은 아니다. 곰탕 국물은 한우 뼈와 도가니로 만들었다고 한다.

스지 수육은 사태와 스지를 섞어 놓은 음식이다. 여기에 생부추를 얹었다. 수육 국물부터 떠먹어 보았다. 아주 연한 허브와 부드러운 양파 향이 느껴지는 게 기분을 좋게 한다. 고기는 전혀 질기지 않다. 스지의 특성상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울 수는 없지만, 전혀 텁텁하지 않고 약간 쫄깃한 정도여서 씹는 맛이 있다.

스지 수육은 무, 파 뿌리, 마늘, 양파에 표고버섯 뿌리와 월계수 잎, 오레가노, 로즈메리를 함께 넣어 압력솥에서 30~40분 정도 삶는다. 권 씨는 “가스 불로 삶으려면 4시간 정도 걸린다. 그동안 고기 육즙이 빠져나가 맛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이 씨와 권 씨는 스지로 덮밥과 볶음밥을 만들어 냈다. 아이디어 퓨전 음식이다. 스지장조림덮밥과 스지볶음밥이다.

장조림덮밥은 스지와 사태로 만든 장조림을 덮은 음식이다. 거기에 잘게 자른 잔파와 김을 뿌리고 계란을 얹었다. 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하고 설탕, 올리고당, 표고버섯 가루와 물, 간장을 넣어 만든다. 간장은 가게에서 직접 제조한 것을 사용한다. 장조림덮밥은 짭짤하면서 파 맛도 나고, 무엇보다 고소한 게 특징이다.

스지볶음밥은 스지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거부 반응을 덜기 위해 개발했다. 스지를 잘게 갈아 밥과 함께 볶은 음식이다. 미리 알지 못한다면 스지가 들어있는지 전혀 인지할 수 없다. 다만 스지 덕에 밥이 아주 부드럽다는 느낌이 든다. 권 씨는 “먼저 파 기름으로 튀기듯이 스지를 볶는다. 여기에 밥과 버터를 넣고 다시 볶은 뒤 장조림 간장을 살짝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메뉴 중에 ‘불스지’라는 게 있다. ‘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걸 보니 매우 매운 음식이 틀림없다. 권 씨가 웃으며 “젊은 층을 겨냥해서 매운맛을 첨가한 음식이다. 스지에 어묵, 라면, 표고버섯, 삶은 계란, 주먹밥을 넣었다”고 말했다.

불스지에 사용하는 매운 양념은 두 사람이 3개월 동안 많은 재료를 버려가면서 개발했다. 기본 재료는 베트남 고추, 청양고추, 땡초 가루다. 여기에 색을 내기 위해 잘 익은 빨간 고춧가루를 배합한다. 고기 잡냄새를 없애기 위해 간 마늘과 양파, 생강을 넣고, 매운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표고버섯 가루도 첨가한다. 마지막으로 후추, 소금, 물엿, 설탕을 뿌린다. 인공적인 매운맛을 내는 재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원래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려다 스지를 선택했다. 삼겹살 가게는 너무 많아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 씨는 “다른 고기를 찾다가 스지를 생각해 냈다. 스지는 건강은 물론 여성 피부에도 좋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와요스지는 울산과 김해의 도축공장에서 스지를 받아온다. 스지라는 게 원래 많이 나는 부위가 아니라서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크다. 와요스지는 권 씨가 일하던 김해의 도축공장 경매인이 도움을 줘 스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스지, 사태 등 소고기는 모두 ‘한우 1+’ 이상만 사용한다. 그런데 고기 품질에 비해 가격은 매우 낮다. 스지 곰탕이 겨우 6000원이다. 이 씨는 “박리다매를 목표로 삼았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 맛에 비해 가격이 싸서 손님들이 격려를 많이 해 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씨와 권 씨는 “양정시장 주변에 자리 잡고 있어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온다. 저녁에는 젊은이들이 술을 한잔하러 온다. 앞으로 메뉴를 더 다양화할 생각이다. 처음 마음을 끝까지 유지해 손님들에게 늘 맛있는 스지 요리를 대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와요스지/부산 부산진구 거제대로 60번길 24. 051-853-1907. 스지곰탕 6000원, 스지장조림덮밥·스지볶음밥 5000원, 스지오뎅탕 1만 5000원, 스지수육·불스지 2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