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도 국수 보면 웃음이 난다는데…

입력 : 2011-01-13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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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사랑파' 위한 국수집

김해 '신어국수'의 모리국수. 커다란 냄비에 신선한 해물이 한가득이다.

갈수록 면 요리가 좋아진다. 밥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스님들이 국수를 보면 웃음이 난다 해서 '승소(僧笑)'라고 부른다는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면 사랑파'를 위해 올 한 해는 좀 더 다양한 면 요리를 찾아서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첫 번째로 김해의 모리국수집과 해운대에서 볶음면이 맛있는 집을 소개한다.

김해 '신어국수'
싱싱한 해산물 우려낸 국물 일품

해운대 '면식가'
약간 매콤한 맛에 중독성 느껴져



#모리국수를 김해에서 '신어국수'

'모리국수'(부산일보 2010년 8월 19일자 26면 보도)를 알아야 이야기가 된다. 그동안에는 경북 포항 구룡포항까지 가야 모리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얼큰한 해물탕 국수라고 할까. 어판장에서 팔고 남은 생선에 국수를 넣고 끓이며 모리국수가 시작되었다.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국수는 부드럽다고만 생각했다. 모리국수를 처음 먹고 세찬 파도와 같은 거친 맛에 놀랐다.

부산과 가까운 김해에 모리국수집이 생겼다는 데 안 가볼 수가 없다. 생각보다 크고 깔끔한 건물에 '구룡포 모리국수 전문점'이라고 써 붙였다. 자신 있는 표정이다.

펄펄 끓는 큰 냄비에 모리국수가 나왔다. 이 느낌이다. 육수는 싱싱한 해산물에서 우러난 맑은 맛이 난다. 얼큰하지만 자극적이지는 않다. 아귀 간이 내는 쌉쌀한 맛이 좋다. 미더덕을 씹으니 바다 냄새가 입안에 톡하고 퍼진다.

구룡포에서 먹었을 때에 비하면 맛은 세련되었다. 조금 심심하고 싱거운 듯한 느낌도 있다. 이건 조미료가 내는 감칠맛이 빠져서 그렇다. 조미료가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싱거운 듯한 느낌을 무엇으로 대신 충족시켜 줄지가 과제인 것 같다. 국수에 묵은김치를 넣어서 먹으니 제대로 간이 맞다. 국수에 든 아귀와 물메기를 건져먹다 보니 든든하게 요기가 된다.

김해에 바다 냄새를 몰고 온 이는 누구일가. 강희철 대표는 문화판에서 뼈가 굵었단다. 어쩐지 집 안에 문향이 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조미료를 조금만 넣어 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일절 조미료가 침범하지 않은 좋은 식재료로 맛을 낸 모리국수를 전파하고 싶다"고 고집을 피운다. 만드는 방법을 물으면 "아귀, 물메기, 홍합, 건새우, 모자반, 토판염… "하고 아낌없이 가르쳐준다.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 외에 비밀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는 "국수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미약하나마 일조하고 싶다"고 다짐한다. 곧 나올 김치국밥국수, 장어국수의 맛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저녁에는 가볍게 술도 한 잔할 수 있다. 과메기, 스지오뎅탕, 백골뱅이 깐풍기 같은 메뉴가 자꾸 눈에 밟힌다.

모리국수 5천 원, 과메기 2만 원, 백골뱅이 깐풍기 2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1시. 경남 김해시 삼방동 566의 2. 인제대 후문 삼거리 신어천변 가야정 맞은편. 055-334-7400.



#달맞이 언덕의 예쁜 국수집 '면식가'

"언제 이런 집이 생겼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고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작고 예쁜 국수집이 생겨났다. 아예 대놓고 보라고 주방을 도로 쪽으로 냈다. 이곳에서 철판 요리를 하려면 얼굴도 같이 철판이 되어야겠다.

'면식가(面食家)'의 면(面)은 국수를 뜻하는 면(麵)의 간체자이다. 좋은 의미의 모든 면을 면 한 그릇에 담고 싶었단다. 4인용 테이블이 2개, 바에는 겨우 6명이 앉을 수 있는 앙증맞은 규모.

해물철판볶음면, 생면국수, 억수로매운생짬뽕을 시켜 여러 면을 맛보기로 했다. 생면국수에서는 몸에 좋은 느낌, 순한 맛이 났다. 정성스러운 고명에 면은 통통하고 부드럽다.

해물철판볶음면이 특히 좋았다. 야채와 해물의 향이 면에 잘 배었다. 약간 매콤하면서 당기는 중독성이 느껴지는 맛이다. 이 볶음면 때문에 다시 올 것 같다. 볶음면에는 전복을 비롯해 해산물이 꽤 여러 가지가 들었다. 게, 소라, 오징어 등 해물이 푸짐한 짬뽕은 자극적이다. 처음에는 이 정도로 맵지 않았지만 손님들이 자꾸자꾸 맵게 해달라고 해서 이렇게 되었단다. 요즘 세상이 이렇다.

여러 면을 맛본 결론.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좋다. 가게 분위기와 메뉴 구성이 조화가 잘된 집이라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가게 하나 가져봤으면…."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가게이다. 달맞이 언덕의 꿈이라고 할까.

이 집 주인 이석(41) 씨는 성공한 외식사업가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해운대 일대에서 '팔선생', '오반장', '마오' 등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씨에게 실패한 적도 있는지 물었다. 참치집, 장어집, 횟집 등을 해서 다 말아먹었단다. 10대 때 쥐포 장사를 시작으로 쭉 이 길로 나선 결과다. 실전, 야전이 그를 단련시켰다. 그는 워낙 면 요리를 좋아해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3개월 간 자장면만 먹은 적도 있단다. 질리지 않을까? 간자장, 삼선자장, 사천자장 등 골고루 시키면 괜찮단다. 음식점이 재미있단다. 재미있어하는 사람을 못 당한다.

해물철판볶음면(7천 원), 생면국수(4천 원), 억수로매운생짬뽕(6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해운대 달맞이언덕 달맞이집(옛 알렉산더) 맞은 편. 051-747-4611.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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