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화명동에 있는 '전문통닭'. 좁고 허름해도 재래식 통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집이다. 본보(2010년 12월 2일자 33면)에도 맛집으로 이미 소개됐다. 그런데 이 집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깥주인 정대현 씨가 시인이라는 것이다. 항상 수수한 차림인지라 단골 중에서도 아는 이는 몇 안되지만, 그는 부산에서 중견 대접을 받는 현역 시인이다.
다른 하나는, 이게 중요한데, 안주인 이순옥 씨의 별미는 정작 통닭이 아니라 닭개장이라는 사실이다. 확실히, 그렇다. 먹기 좋게 잘 뜯은 닭가슴살이 숙주나물, 토란줄기, 고사리 등과 얽히고 설키며 아삭아삭 씹힌다. 뭣보다 좋은 것은 국물. 보통의 닭개장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어 벌겋다. 그런데 이 씨의 닭개장은 국물이 맑다. 그런데도 맵싸하고 시원하다. 술로 쓰린 속이라면 단번에 괴로움이 해소될 듯하다.
원래는 남편 정 시인의 술국으로 내놓던 것이다. 정성을 꽤 들인다. 닭 삶고 살점 뜯고 그 뼈로 국물 우려내고 갖가지 채소 다듬어 썰어 넣고…. 그렇게 두어 시간 걸린다. 바쁜 통닭집에서 고정 메뉴로 내놓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보통의 사람들은 이 집 닭개장을 모르는 것이다.
맛보려면 이 씨가 만드는 정성만큼 객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이 씨, 혹은 정 시인과 너나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든지, 아니면 으르고 달래며 집요하게 만들어 주기를 간청해야 한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닭개장이다.
이 씨는 닭개장으로 돈 받기를 부끄러워한다. 파는 게 아니라 대접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값은 없다. 시중의 육개장이 8천 원 쯤 되니 적당히 짐작해 주면 된다. 하루 전, 못해도 서너 시간 전에 부탁해 놓아야 한다. 혼자 먹을 것으로 해 달라면 염치 없으니, 여럿이 함께 먹을 요량을 하는 게 좋다. 부산 북구 화명동 962의 9. 화명중학교 앞 큰 도로 건너편. 051-335-6860. 글·사진=임광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