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공들여 낸 '맑은' 닭개장… 맛보려면 손님도 정성 들여야…

입력 : 2012-11-29 07:55:50 수정 : 2012-11-29 14: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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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명동 '전문통닭'

'전문통닭'의 안주인 이순옥 씨가 만든 닭개장. 국물이 맑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있는 '전문통닭'. 좁고 허름해도 재래식 통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집이다. 본보(2010년 12월 2일자 33면)에도 맛집으로 이미 소개됐다. 그런데 이 집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깥주인 정대현 씨가 시인이라는 것이다. 항상 수수한 차림인지라 단골 중에서도 아는 이는 몇 안되지만, 그는 부산에서 중견 대접을 받는 현역 시인이다.

다른 하나는, 이게 중요한데, 안주인 이순옥 씨의 별미는 정작 통닭이 아니라 닭개장이라는 사실이다. 확실히, 그렇다. 먹기 좋게 잘 뜯은 닭가슴살이 숙주나물, 토란줄기, 고사리 등과 얽히고 설키며 아삭아삭 씹힌다. 뭣보다 좋은 것은 국물. 보통의 닭개장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어 벌겋다. 그런데 이 씨의 닭개장은 국물이 맑다. 그런데도 맵싸하고 시원하다. 술로 쓰린 속이라면 단번에 괴로움이 해소될 듯하다.

원래는 남편 정 시인의 술국으로 내놓던 것이다. 정성을 꽤 들인다. 닭 삶고 살점 뜯고 그 뼈로 국물 우려내고 갖가지 채소 다듬어 썰어 넣고…. 그렇게 두어 시간 걸린다. 바쁜 통닭집에서 고정 메뉴로 내놓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보통의 사람들은 이 집 닭개장을 모르는 것이다.

맛보려면 이 씨가 만드는 정성만큼 객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이 씨, 혹은 정 시인과 너나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든지, 아니면 으르고 달래며 집요하게 만들어 주기를 간청해야 한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닭개장이다.

이 씨는 닭개장으로 돈 받기를 부끄러워한다. 파는 게 아니라 대접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값은 없다. 시중의 육개장이 8천 원 쯤 되니 적당히 짐작해 주면 된다. 하루 전, 못해도 서너 시간 전에 부탁해 놓아야 한다. 혼자 먹을 것으로 해 달라면 염치 없으니, 여럿이 함께 먹을 요량을 하는 게 좋다. 부산 북구 화명동 962의 9. 화명중학교 앞 큰 도로 건너편. 051-335-6860. 글·사진=임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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