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 미나리, 사각 사각 봄을 씹다

입력 : 2013-02-14 07:53:53 수정 : 2013-02-14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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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언양미나리의 풋내와 연둣빛 색감이 자극적이다. 마치 "나는 봄이다!"라고 도도하게 고고성을 울리는 듯 하다.

※다음의 힌트에서 연상되는 채소는 무엇일까요? ①봄의 전령사 ②연둣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강렬한 색감 ③줄기와 잎을 돌돌 말아 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에 달콤하고 싸한 맛이 입안 가득 ④쌈채소, 초무침, 숙회는 물론 해독, 숙취해소 효과로 국물 요리 부재료로도 단골.

혹독한 겨울 견딘 미나리
봄 올수록 꼿꼿이 서서
봄 향기 자랑합니다
늦어도 16일이면
하우스 미나리 출하 시작
식탁부터 봄이 옵니다


눈치채셨나요? 공연히 군침이 도신다고요? 돼지고기 한 점을 올려놓고 쓱쓱 쌈을 싸 먹으면, 캬∼!

네, 정답은 '미나리'입니다. 팔방미인 봄채소, 봄의 미각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봄나물이죠.

대저 봄채소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대가로 찬란한 봄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미나리꽝에서 자라는 미나리의 겨울은 개중에 특히 혹독합니다. 논미나리들은 줄기가 물에 잠긴 채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한겨울을 보냅니다. 이 시련을 극복해야만 봄이 오면 나 보란 듯이 기지개를 활짝 켤 수 있습니다. 흙빛에 축 처져 있는 엄동의 볼품없는 모양새로 미나리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봄이 다가올수록 꼿꼿하게 선 채 파릇함을 더해가는 의젓한 모습이 진짜 미나리인 것이지요.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미나리가 봄의 향기를 발산하고 있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언양미나리 재배단지에 다녀왔습니다. 한파가 몰아친 대목 밑, 영하 11도를 기록했던 그날 노지 미나리는 힘없이 쓰러져 있었지만 하우스 미나리는 꿋꿋한 모습으로 맞이해 줘 반갑고 대견했습니다. 하우스 미나리는 늦어도 16일이면 첫 출하를 시작한다니 이제 곧 도회의 식탁에 올라 봄의 미감을 자극하겠지요. 모진 한파를 뚫고 우뚝 선 미나리의 본새는 마치 "나는 봄이다!"하고 도도하게 고고성을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출하 직전의 언양미나리를 부산으로 공수했습니다. 북구 만덕동의 한 계절 음식점에서 요리조리 맛을 보았습니다. 우선 생채로! 풀빛에 지친 줄기와 잎사귀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혀를 아리게 하는 싸한 육즙의 맛과 향기는 오랫동안 입안에 머물렀습니다. 구운 고기와 쌈을 싸 먹거나 초무침으로, 혹은 복국에 넣어 향미를 더하는 맛의 조합은 굳이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계절 별미인 주꾸미를 데쳐 곁들여 보니 입에 착착 달라붙더군요.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못난 생선 '도치(표준어 '뚝지')' 수육과의 궁합에 완전 무장해제당해 버렸습니다. 강원도에서 공수한 '도치'는 꼼치(물메기), 아귀와 함께 '물텀벙'이라는 별명을 같이 갖고 있답니다. 몰골이 하도 흉해서 어부들이 잡는 족족 물에 던져버리는 바람에 그 소리를 따서 '물텀벙'이 됐다죠! 요컨대, 우리나라 3대 못난이 생선인 셈인데, 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주점에서 만난 한 단골은 "모양은 끔찍한데, 맛은 기특하다"고 극찬했습니다. 잠시 후 실물을 공개합니다.

미나리의 풋내와 함께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 봄의 향기가 느껴지십니까? 미나리 맛 따라, 향기 따라 다 함께 봄마중 떠나 보실까요.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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