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로·광안리 추억의 그 식당] 광안리 뒷고기 전문 '꿀꿀 뒷고기'

입력 : 2018-01-24 19: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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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추억이 지글지글

이곳은 볼살, 눈살, 목살, 항정살 등 돼지고기 4개 부위를 섞은 뒷고기만 파는데, 고기 냄새가 안 나고 쫀득하다.

광안리 민락회타운 맞은편 골목에 꽤 흥미로운 고깃집이 하나 있다. 2010년 문을 열었으니 벌써 개업 8년을 앞두고 있다. 상권 변화가 심한 광안리 일대의 특성을 놓고 보면 상당히 장수한 식당이다. 돼지 뒷고기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꿀꿀 뒷고기(대표 이창석)'다.

식당에 다녀온 여러 블로거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읽어보면 이곳의 특징을 대충 알 수 있다. '좀 허름해 보여서 이상한 곳 아니냐며 걱정했는데 손님이 엄청 많다. 모든 테이블이 꽉 차서 손님이 빠지고 들어오는 게 멈추지를 않는다.' '내가 돼지고기다, 라는 맛과 고소한 맛이 동시에…. 소주 한 잔이 그리운 맛이다.' '뒷고기 가격이 아주 대박이다.'

볼살·눈살·목살·항정살 섞은 고기
밑간한 후 하루 숙성시켜 내놓아
냄새 나지 않고 씹는 맛 쫀득쫀득


이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식당에서 일했다. 처음에는 중국집에서 배달을 다녔다. 어깨 너머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 20대 후반에 그만 두고 와이셔츠 공장에 다녔다. 이 길도 아니다 싶어 공장에서 나온 뒤 부인과 함께 동래고 앞에서 '능동분식'이라는 식당을 운영했다. 10여 년 동안 영업한 덕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장사는 잘 됐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문을 닫고 부산진구 당감동에서 '꿀꿀 뒷고기'를 열었다. 거기서도 영업을 잘 하다 건물주와 월세 문제로 다툰 뒤 광안리로 장소를 옮겨 재개장했다.

'꿀꿀뒷고기' 이창석 대표 부부가 손님을 받기 앞서 뒷고기를 구워 식사를 하고 있다.
'꿀꿀 뒷고기'라는 상호는 부산진구 개금동, 중구 보수동, 연제구 연산동 등 부산 여러 곳에 있다. 이 대표는 "원래 체인점이었다. 본사가 망한 뒤 일부 가게들이 그대로 이름을 쓰고 있다. 이제는 다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식당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구포 도축장에서 고기를 가져다 쓴다. 단골 도매점에서 매일 고기를 배달해 준다. 여기에 후추, 소주, 소금으로 밑간을 해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이렇게 숙성시키면 고기 냄새가 안 나고 쫀득해진다고 한다.

'꿀꿀 뒷고기'에서는 돼지고기 4개 부위를 섞은 뒷고기만 판다. 볼살, 눈살, 목살이 전체 고기의 70%를 차지하고, 항정살이 30% 정도다. 볼살과 눈살은 맛이 독특하다. 삼겹살 맛에 익은 사람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혓바닥도 팔았지만, 색이 빨리 변하는 특징 때문에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
메뉴판을 보니 이 대표의 말처럼 '꿀꿀 뒷고기'의 고기와 식사 가격은 '너무' 싸다. '꿀꿀 뒷고기'가 전혀 남는 게 없을 것 같은 가격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인건비다. 부부 둘이서 영업을 하고 직원을 쓰지 않는다.

뒷고기를 파는 식당이라서 밤에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이 많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오히려 식사를 하러 오는 고객이 더 많다고 한다. 고기를 먹은 뒤 땡초라면이나 냉면으로 입가심을 하고 술은 반주만 하는 손님들이 태반이라고 한다.

'꿀꿀 뒷고기'에는 단골이 많다. 이 대표는 "민지네 가족이라고 단골이 있다. 부부와 아들, 딸이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온다"고 소개했다. 김해에 사는 청년 5~6명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광안리에 놀러 오면 꼭 이 식당에 들른다고 한다. '뒷고기의 원조'라고 불러도 좋은 김해 사람들이 부산에서 찾는 뒷고기라니 신기한 일이다.

이 대표는 "매일 고기를 가져오는 덕에 싱싱하다. 고기 냄새도 안 난다. 큰 딸은 다 컸고, 둘째 딸도 성인이다. 우리 부부만 먹고 살면 된다. 매일 힘들지 않게 재미있게 장사하고 있다"며 부인의 얼굴을 보며 껄껄 웃었다. 남태우 선임기자

▶꿀꿀뒷고기/부산 수영구 민락동 211-9. 010-3561-5611. 뒷고기(110g)·김치찌개 4000원, 땡초라면·냉면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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