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갑상선 허용치 최대 3배 피폭

입력 : 2018-12-04 22:37:10 수정 : 2018-12-04 2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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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고리1호기 운전 시작 2년째인 1979년, 원전 인근 주민들이 연간 갑상선 피폭선량 허용 한도의 2~3배에 달하는 양에 피폭됐다는 내용이 담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지금껏 외부 전문가들이 고리원전의 방사능 배출량을 근거로 과다 피폭을 주장한 적은 있었지만, 원전 운용자 측의 과다 피폭 인정 자료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자료는 원전 인근 주민의 방사능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인 '균도네 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민심'이 소송 관련 자료들을 분석하던 중 발견했다. '민심'이 공개한 자료는 한수원의 전신인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1980년 작성한 '고리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 보고서다.

원전 가동 2년 되던 1979년
배출 액체 피폭선량 기준
성인 2배·유아 3배 측정

충격적 한수원 내부 문건
인근 주민 손배소 중 발견


이 보고서에 담긴 '방출 액체에 의한 피폭 경로별 개인 최대피폭선량' 표에 따르면, 1979년 인근 주민(성인)의 갑상선 최대피폭선량은 연간 0.183mSv(밀리시버트)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정한 '원자로 1기에서 배출된 액체의 연간 피폭선량 한도' 0.1mSv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당시 국내에는 피폭선량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미국 NRC의 기준을 빌어서 사용했다. 이 보고서 역시 NRC 기준을 적용해 피폭선량을 측정했다.

연령이 어려질수록 피폭선량의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같은 해 어린이의 갑상선 최대피폭선량은 연간 0.205mSv, 유아의 경우 연간 0.296mSv까지 그 수치가 올라간다. 이는 NRC 허용한도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실제로 보고서에는 "1979년도의 방출 액체에 의한 내부 갑상선 피폭선량은 선량목표치 0.1mSv/yr를 약 3배가량 상회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렇게 높은 피폭선량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주로 방사성요오드의 어류 및 해조류를 통한 음식물 섭취경로에 의한 것으로서 외국과는 달리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습관에 기인한다"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균도네 소송'은 항소심 변론 절차를 모두 마치고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심'이 보고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며 변론 재개를 신청한 상태다. '균도네 소송'은 고리원전 인근 주민인 이진섭(52) 씨가 원전으로 인해 온 가족이 질병에 걸렸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014년 1심 재판부는 한수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 이 씨의 부인 박금선(52) 씨에게 1500만 원과 밀린 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민심' 대표 변호사인 변영철 변호사는 "지금껏 한수원은 '고리원전에서 방출하는 방사능의 피폭선량은 한도를 초과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한수원의 전신인 한전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이 같은 한수원 주장이 거짓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내용과 관련해 언론에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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