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 공백에 환자 피해 눈덩이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입력 : 2024-04-19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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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해법 못 내놔 기존 입장 고수
여야, 의·정 갈등 해결 첫 협치 대상 삼길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60일째인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60일째인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증원 반발에 따른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가 두 달이 돼 가는데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어떤 방향으로든 해결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18일 현재까지 정부·의료계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될 위기에 직면해 있음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의료 현장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부산에 사는 50대가 급성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은 뒤 병원 10곳 이상에서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사망했다. 경남에서는 지난달 31일 60대 심장질환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돌다가 숨진 일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의료 공백 사태가 사망 사례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더 확인해야겠지만, 의·정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의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양측은 새로운 해법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대안 없이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은 이달 25일부터 실제 현장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이날이 지나면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가 효력을 발생한다. 수업을 거부 중인 전국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도 코앞이다. 의대생들은 이달 말까지 학교로 돌아오지 않으면 수업 일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될 위기에 처한다. 대학별 입학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시기도 다가온다. 전국 대학은 5월 말까지 학과별 정원 등 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늦어도 5월 중순엔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집 요강은 한번 정하면 바꾸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칫 의료 교육까지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의료 공백 사태는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무엇도 마다해선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의료 공백이 지속되면 자칫 의료체계마저 붕괴할 수도 있다. 정부가 의료 개혁을 하려는 필요성도 알고 의료계 입장 역시 이미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무엇보다 정부는 유연한 태도로 의료계와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든 정치권이 나서든 이제는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의·정 갈등 해소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게 국민적 요구다. 총선 후 가장 시급하고 협치가 필요한 현안 중 하나가 바로 의료 공백이다. 여야는 의료 공백 해결을 첫 협치 대상으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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