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흑연 쓴 전기차도 2년간 IRA 보조금 지급…“韓 요청 수용”

입력 : 2024-05-04 10:58:25 수정 : 2024-05-04 11: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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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말까지 흑연에 대한 '해외우려기관' 적용 유예
中 대체 어려운 흑연, ‘원산지 추적 불가능 배터리 소재’로 분류
산업장관 "IRA 최종 가이던스에 흑연문제 등 韓입장 반영 결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미국 정부가 중국산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2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특정 전기차의 보조금 지급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배터리에 사용된 흑연에 대해서는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해도 2026년 말까지 2년간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신 기업들은 2년 유예 기간이 끝난 뒤에는 FEOC 규정을 어떻게 준수할지에 대한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 재무부는 3일(현지시간) 관보에 게재한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최종 규정에서 배터리의 음극재 소재인 흑연을 ‘원산지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impracticable-to-trace) 배터리 소재’로 분류했다. 흑연의 경우 천연 흑연과 합성 흑연을 혼합해 사용하고, 합성 흑연의 경우 공급망의 상류(upstream) 부문까지 원산지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 및 해외우려기관(FEOC) 정의에 대한 최종 가이던스를 각각 발표한 것과 관련, "흑연 문제를 포함해 한국 기업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이날 산업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는 한미 간 공고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산업과 통상 간 유기적인 협조 속에 민관이 원팀으로 적극 대응한 성과"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과 관련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한 이후 지난해 12월 FEOC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이후 국내외 의견을 수렴해 이번에 최종 가이던스를 확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나날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의 힐즈버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나날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의 힐즈버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부에 따르면 최종 가이던스의 FEOC 규정을 보면 흑연에 대해 오는 2026년 말까지 유예 기간이 부여됐다.

그간 우리 정부와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서는 흑연의 경우 단기간 공급망 대체가 어려워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흑연의 경우 배터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광물이지만,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중국을 대체할 공급처를 개발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와 업계는 ‘중국산 흑연을 사용할 수 없으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흑연에 대해서는 FEOC 규정 적용을 유예하거나 예외를 둘 것을 설득해 왔다. 결국, 이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번 최종 가이던스에서는 흑연이 '현실적으로 추적 불가능한'(impracticable-to-trace) 핵심광물로 분류돼 FEOC 적용이 2년간 유예됐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핵심광물 요건을 만족하는 '적격광물 산정 방식'도 새로 제시됐다.

지난해 잠정 가이던스에서는 핵심광물의 채굴 또는 가공의 50% 이상 부가가치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창출할 경우 적격광물로 보고, 그 비중을 계산했다.

최종 가이던스에서는 이 같은 50% 기준과 무관하게 미국 또는 미국과의 FTA 체결국 내 창출된 실제 부가가치 비중을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다만, 이 경우 2년간의 전환 기간이 함께 부여돼 기업들은 2026년 말까지는 기존 방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산업부는 "정부는 2022년 8월 IRA 발표 직후부터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한국 업계의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왔다"며 "지난해 12월 FEOC 잠정 가이던스 발표 직후부터 긴급 업계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측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고 지속적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에 발표된 최종 가이던스와 관련해 오는 8일 안 장관 주재 업계 민간합동회의를 열 계획이다.

산업부는 회의에서 IRA 친환경차 세액공제와 FEOC 최종 가이더스의 세부 조항별 업계 영향, 핵심광물 다변화를 위한 대응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차량당 최대 7500달러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미국 정부는 작년 12월 발표한 세부 규정안에서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고, 현재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중국산 핵심 광물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 규정을 준수해 보조금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앞서 미 에너지부는 FEOC를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규정했는데, 이번에 공개한 최종 규정에서 FEOC의 정의와 이에 대한 해석은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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