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장 특선] 완당 고수 최맹호씨

입력 : 2003-11-13 00:00:00 수정 : 2009-02-19 19: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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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피가 꼭 꽃잎 같다.

원조 18번 완당집 주방장 최맹호(57·사진)씨가 보여주는 완당 만두피를 본 첫 느낌이 그렇다. 만두피 한 장을 수첩 위에 올려 놓으니 수첩에 쓰인 글씨가 훤히 비친다.

그가 빚은 완당이 입안에 들어가면 아이스크림 녹 듯 부드럽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바로'나비 날개처럼 얇다'는 이 만두피 때문이다. 만두를 먹어도 부담이 없고 소화가 잘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연 만두피 두께는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평균 0.35㎜정도란다. 일반 만두피가 1㎜ 정도니 그 절반도 되지 않는 두께다.

'이렇게 얇게 빚을 수 있는 비결은 뭐죠?' 최 주방장은 미소를 짓더니 '밀가루와 감자 고구마 등 전분의 배합 비율 때문'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배합 비율은 절대 비밀이다. 배합 비율이 정확하지 않으면 만두피가 쉽게 찢어진단다.

밀가루 반죽을 1시간 정도 숙성시켜 장력을 높이는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물론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킬 때도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줘야 한다.

만두 속은 닭고기,소고기,야채,계란 등을 풍부하게 넣고 만들어 영양가를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

만두를 빚는 솜씨를 보고 싶다고 하자 그는 만두피,만두속,그리고 얇은 나무칼을 준비했다.

'척척'완성 '척척' 완성.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이다. 만두피를 잡은 손에 나무칼로 집은 속을 넣어 한 번 돌돌 말자 금새 만두 하나가 완성된다. 1분에 80여개를 완성한다니 만두 하나 빚는데 1초가 채 걸리지 않는 셈이다.

완당 만드는 그의 솜씨는 현 음식점 대표 이용웅(64)씨의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14살부터 이 곳에서 일한 그는 타고난 성실성과 손맛으로 당시 주인의 수제자로 낙점됐다. 그리고 완당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

그가 만든 완당 국물은 시원하다. 일본의 완당 국물 맛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일본 완당 국물은 닭고기 육수로 만들기 때문에 뻑뻑한 편이다. 반면 그의 완당 국물은 멸치,다시마,당근,야채 등으로 만들어 맑고 담백하다. 천연 재료로 맛을 내는건 물어볼 필요도 없다. 당시 주인에게서 물려받은 국물 맛 그대로다.

완당 국물 맛이 독특한 이유는 또 있다. 다른 음식점에 비해 사용하는 물이 다르다. 이 곳에는 물을 알칼리,산성,중성으로 분류하는 기계가 있다. 먼저 수돗물을 정수시켜 연수로 만든 뒤 이온 살균한다. 그런 다음 전기분해를 통해 산성수,중성수,알칼리수로 만든다. 그는 음식재료에 맞춰 적합한 물을 사용한다. 다시물을 만들때는 알칼리수가 적합하단다.

'음식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국물,알갱이,손님 입맛 이 3가지가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스승의 말을 실천하고 싶다는 그. 그가 있기에 57년간 완당 맛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옛 부산지방법원 인근. 051-256-3391. 글=김종균기자

사진=정대현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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