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광우병 · 조류독감 걱정… '말고기 드실래요?'

입력 : 2008-06-05 00:00:00 수정 : 2009-02-21 04: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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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다. 허∼참 새옹지마라더니…." 마옹(馬翁)이 탄식을 했다. 말고기를 먹는 일은 일종의 금기로 여겨 왔다. 말은 농사용이자 이동수단, 전쟁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축이었기 때문이다. '말고기는 질기다'는 유언비어는 그래서 나왔다. 한데 광우병 발병 우려에 조류인플루엔자 파동까지 겹치며 먹을 고기가 줄어들자 말을 보며 군침을 흘리는 인간들이 늘기 시작했다. 말고기 전문점에는 손님들이 늘고, 특급 호텔에서도 말고기 요리를 내놓는다. 말고기가 수천년의 금기를 깨고 대중화의 길을 달릴 것인가?

·말 달리자!

수소문 끝에 말고기 전문점인 김해시청 앞의 '사또마말고기'를 찾았다. 입구에는 '다금바리, 비아그라 물렀거라, 말고기 납신다'는 원색적인 광고 문구가 붙었다. 정력가로 소문난 말. 그래서 연산군은 백마만 골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폴레옹,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도 말고기의 광팬이었다는데 이들도 정력가였을까?

'사또마말고기' 집 안에는 메달 수십 개가 걸려 궁금증을 자아낸다. 알고 보니 김영도 사장이 그동안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기념 메달이란다. 당뇨가 심했던 김 사장이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제주도에 갔다가 말고기를 먹은 게 말고기 전문점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김 사장과 부인 김상란씨는 또 공교롭게도 54년생 말띠이다. 말띠인 김씨가 말처럼 달리다 말고기 장사를 하게 되었으니, 우연치고는 참 기이하다!

·말에 대한 오해와 편견

3년 전 김씨가 말고기 식당을 시작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냉담했다. "말고기 전문점이라고? 차라리 뱀탕집을 하지!"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제주도에는 말고기 식당이 수십 곳이나 되는데 왜 육지에서는 안된다고만 할까? 실제로 말고기 식당으로 성공한 곳이 드물다. 김씨는 제주도 출신 주방장을 초빙해 말고기 자르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개발한 양념을 첨가했다. 나중에는 일본까지 가서 말고기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그래도 말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손님이 없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참가해 사또 복장을 하고 뛰었다. '사또마'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김씨의 모습을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지성이면 감천. 딱 3년째 버티다 보니 말고기의 맛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 마지못해 인상을 쓰며 따라왔다가 맛있게 먹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게 그의 즐거움이다. 사실 말고기라고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말고기인 줄 잘 모른다. 음식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이렇게 깊고도 깊다.

·벚꽃이 피었습니다

말고기는 고기가 연하고 비계가 거의 없는 순살코기이다.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포함되어 살이 찌지않는다. 쌈과 함께 먹을 필요도 없다. 이 집에서는 제주산 말고기를 제주도에서 냉동이 아니라 진공포장으로 가져온다. 말고기는 시간이 지나면 색깔이 변해 미리 절이거나 준비해 둘 수 없다. 그래서 김씨가 이야기를 하다 말고 즉석에서 주방에 들어갔다.

먼저 말고기 육회다. 일본에서는 말고기 육회를 벚꽃처럼 붉다고 사쿠라라는 이름을 붙여 먹는다. 과연 아름다운 꽃이 쟁반에 피어 올랐다. 한 점 입에 넣으니 육회는 사르르 녹아내린다. 엉덩이 근육살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나? 육고기가 아니라 식물성 같다. 그래서 꽃이라고 불리는 지도 모르겠다. 말의 생고기에서는 단맛이 난다고도 이야기한다. 말은 각설탕을 좋아해 하루 2∼3개를 먹는다. 그래서 단맛이 나는 걸까?

·졸깃졸깃한 구이

다음에는 소금구이. 안심 부위인데 마블링(지방이 고기에 낀 정도) 무늬가 기가 막히다. 불에 살짝 익혀 기름장을 찍어 씹으니 이렇게 졸깃졸깃할 수가 있을까 싶다. 살만 가지고는 이 맛이 나지 않으며 근육질이 함께 붙었다. 흔히 '말고기 삼겹살'로 불리는데 실제로는 살과 근육의 이겹살인 셈이다. 솔직히 쇠고기를 비롯한 어느 고기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독특한 씹는 맛이 있다. 말고기는 먹기도 좋지만 소화 흡수가 잘된다. 어느 정도냐 하면 동물원에서도 사자나 호랑이가 간혹 소화가 안돼 탈이 나면 약으로 말고기를 준다고 한다. 이밖에도 불고기, 갈비찜, 양곱창 등 말에 관한 모든 요리가 있다. 버섯야채전골불고기는 이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식사로 나오는 마우거지탕은 구수하다.

·색소폰으로 마무리

김씨는 84㎏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72㎏까지 줄었다고 한다. 다이어트에 좋은 말고기 때문인지, 말처럼 열심히 달린 덕분이지는 모를 일이다. 벽에 색소폰이 걸려 있다. 손님이 없으면 색소폰을 부는 게 그의 취미이다. "맛있다"와 "색소폰 한 번 연주 해봐라"가 김씨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가게가 마칠 무렵 나가는 손님들은 색소폰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의 애창곡은 '로라', '대니보이' 등이다. 케니 지의 '고잉 홈(Going Home)'을 듣고서 가게 문을 나섰다. 소금구이가 1인분에 1만7천원, 육회 한접시 3만원, 갈비찜식사와 마우거지탕이 각각 7천원, 버섯전골불고기 1인분 1만6천원, 샤브샤브 1만7천원 등 요리가 다양하다. 김해시청 앞에서 한국전력 가기 전에 있다.

www.mpony.co.kr. 055-323-0207

박종호기자 nleader@busanilbo.com


부산서 말고기 먹으려면…

부산에서는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버스 종점 옆에 있는 '복순이네 손맛'에서 제주산 말고기를 먹을 수 있다. 육회가 2만, 3만, 4만원. 샤부샤부 1인분에 1만5천원, 구이 1만5천원. 051-508-8002

파라다이스 호텔 한식당 '가야'와 일식당 '사까에'에서 말고기 요리를 금, 토, 일요일에 먹을 수 있다. 호텔 측은 말고기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메뉴와 날짜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한식당 '가야'의 탁승철 주방장은 "말고기는 처음 요리해 보는데 육질이 부드러워 요리하기가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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