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 스타들 찾는 밥집 뜨겠네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1 13: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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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일식집 가미의 구성근 대표가 초밥을 만들고 있다.

# 롯데시네마~스펀지

롯데시네마와 부산국제영화제(PIFF) 야외상영관이 있는 센텀시티역 부근에는 초대형 현대식 건물들이 서로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상가 내 몇몇 음식점들이 고작이지 아직까지 맛집이라고 할 만한 곳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맛이 제대로 드는 데는 세월이 필요하다.

근처에서 찾자면 시립미술관역 6번 출구 인근에 있는 일식집 가미(佳味)가 살짝 눈에 띈다. 가미는 가격이 저렴해 젊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찾기에 편한 일식집이다. 초밥, 우동, 덮밥 위주이고 코스 요리는 3만원부터 시작한다. 부산에서는 드물게 아나고(붕장어) 스시가 나오는데 먹어보니 그야말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지하철 해운대역에서 내려 스펀지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출출하다면 멀리갈 것 없이 스펀지 4층의 '페네'를 찾아가 보자. 이 집에서 스테이크나 스파게티를 먹으면 만사형통이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면 정말 괜찮다"라며 대부분이 만족하는 행복한 집이다.

해운대역에서 해운대시장 입구까지 천천히 걷다보면 '상국이네'라는 떡볶이집이 보인다. 이 집의 매운 떡볶이를 생각하니 벌써 군침이 돈다. 부산까지 와서 웬 떡볶이냐고? 유명 연예인들이 호텔방에서 몰래 시켜 먹는다는, 일본까지 자자하게 소문이 난 집이다. 안 먹고가는 사람이 손해다.

이 근처 윤가네 신토불이보쌈집은 푸짐한 집으로 이름이 났다. 특이하게도 고기를 간장게장에 찍어 먹어보라고 권한다. 항아리 뚜껑에다 가지가지 반찬이 많이 나와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그 전날 밤 한잔 했다면 해운대구청 부근의 향미식당에서 매생이국이나 짱뚱어탕, 혹은 기장식당의 재첩국으로 속풀이를 하는 것도 괜찮다. 짱뚱어는 망둥어와 비슷한 갯벌에 사는 민물 생선인데 과식해도 탈이 나지 않는단다. 걱정 말고 많이 먹어도 괜찮겠다.

오늘 저녁에도 영화를 보고 한 잔 술 약속이 있어 속을 미리 든든하게 채우고 싶다면 소담골의 영양돌솥밥, 신라정의 떡갈비 정식이 바람직한 메뉴이다. 가격 대비해 양도 푸짐하게 나온다.

이제 슬슬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 보자.

미포선착장 부근에는 새아침식당이 있다. 이 집에서 생선구이 정식을 시키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그냥 따라 나온다. 연예인들이 많이 찾기로 소문난 집이니 누구와 시선이 마주치더라도 놀라지 말자.

'속시원한 대구탕'은 '아저씨네 대구탕'과 함께 해운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맛집 중의 하나이다. 국물맛이 진하고 고소해 어떤 이는 복국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포선착장 부근의 '아저씨 대구탕'은 시원하고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참, 해운대 그랜드호텔 뒤편 오뎅집 '미나미'는 웬만한 연예인들은 한번씩 들르는 곳이라니,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영화배우와 우연히 마주치기에는 이곳이 적합한 장소 같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 해운대 신시가지

해운대 프리머스 영화관 주변은 근래 조성된 지역인 만큼 역사를 가진 맛집은 드물다. 패스트푸드, 닭집, 퓨전분식처럼 20∼30대들의 기호에 맞는 음식점들이 많으며 체인형 음식점들도 눈에 띈다. 다만 체인형 음식점이라고 해도 부산에선 첫선을 보이는 1호점이라 맛집으로 추천리스트에 오르기도 한다. 극장가에서 5분여 떨어진 좌동 재래시장 쪽으로 이동하면 서민의 입맛을 사로잡는 줄 서는 맛집들이 꽤 있다.

△콩시루='돼지국밥' 일색이라 할 부산의 국밥계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콩나물 국밥집. 콩나물 국밥의 원조인 전주 삼백식당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얼큰한 해장국 느낌의 남부시장식과 들깨가루가 들어가는 담백한 삼백식으로 나뉘며 지난 영화제 기간에는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도 즐겨 찾았단다. 국밥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유럽풍 인테리어는 "망하면 스파게티집이라도 다시 하라"는 이 집 사장의 친구인 인테리어업자의 아이디어(?). 덕분에 깔끔한 국밥집으로 소문이 나 있다.

△채선당=친환경 야채 샤브샤브를 내세우며 서울에서 인기를 끌었던 채선당이 부산에선 처음으로 프리머스 뒤쪽에 들어왔다. 청겨자, 적근대, 신선초 등 10여 가지의 야채를 육수에 데쳐 먹고 칼국수와 만두, 영양죽의 서비스가 나온다. 야채를 듬뿍 제공하다 보니 여성 고객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단다. 직장생활을 하다 음식이 좋아 조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했고 결국 음식점까지 차린 젊은 사장의 이력이 독특하다.

△하가원=좌동재래시장에는 점심시간이 휠씬 지난 오후 시간에도 줄을 서는 집 2곳이 있다. 하가원은 그 중 한 곳. 뭐가 그리 특별한가 들어가보니 메뉴는 달랑 3가지. 수제비와 콩국수, 돌판비빔밥뿐이다. 강원도에서 계약 재배한 콩과 남해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해산물처럼 우선 재료가 좋단다. 널따란 돌판 위에 각종 야채와 함께 예쁘게 담겨 나오는 비빔밥은 먹는 맛뿐만 아니라 보는 맛까지도 만족시켜준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줄줄이 콩국을 사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시마을순두부=하가원과 마주보며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 곳은 순두부 하나로 승부를 거는 집이다. 전국에서 이 집 순두부 맛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오며 기자가 방문한 날도 마침 LA에서 왔다는 단골 손님과 반가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북 임실에서 콩을 가져오며 즉석으로 차려내는 반찬들도 맛깔스럽다. 기본 순두부 외에도 검은 콩을 사용한 속청 순두부, 아이들이 좋아하는 누드 순두부, 카레 순두부, 참치 순두부 등 신기한 순두부들도 이 집만의 매력. 최근 개발한 생멸치된장쌈밥도 반응이 좋단다.

이와 함께 부산에 왔으면 빼먹지 말고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돼지국밥. 중동역 근처 뽕나무돼지국밥의 맑은 국물을 마시면 속도 마음도 풀린다. 뽕술도 덩달아 한잔.

이제 뉘엿뉘엿 어두워지니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색다른 장소를 원한다면 중동역 부근의 몽골식 겔 형태로 지어진 한우나들이를 권할 만하다. 육사시미를 비롯한 신선한 고기를 즐기며 생맥주를 한잔 할 수 있다.

본격적 유흥이 필요하다면 밤이 되면 불야성으로 바뀌는 프리머스 주변 장산역 일대를 권한다. 고깃집이 아니라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나는 육교집, 꼬치구이로 이름난 게이샤매(구 총각꼬치)를 둘러보자. 박종호·김효정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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