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사상구 괘법동 '토종한우식육식당'

입력 : 2009-05-14 15:46:00 수정 : 2009-05-19 17: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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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한우 싸게 많이 팔자'가 영업 방침


가족들끼리 나가 한우 쇠고기를 먹는다면 일단 각오를 해야 한다. 단체회식? 쇠고기, 말도 꺼내지 마라. 쇠고기를 좀 편하게 먹을 곳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변두리에 괜찮은 식육식당이면 좋을 것 같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토종한우식육식당'이 딱 그런 곳이다. 이전에 세차장 자리였다는데 실내에 백두산 천지나 호랑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이북 음식점 같다는 느낌도 든다. 지나치게 세련되지 않은 분위기가 고기를 먹기에 오히려 편안하다. 지난해까지 수영에서 '팔도한우'를 해 오다 이곳으로 이전했다.

메뉴에 육사시미(2만원)가 먼저 눈에 띈다. 육사시미는 우리집 고기가 그만큼 좋다는 자신감이다. 육사시미는 이전에는 도살장 옆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이 귀한 육사시미를 평범한 사각 접시에 큼직하게 썰어 수북하게 가져온다. 육사시미는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은은한 맛이 오래 남는다. 이 집에서는 육회 하나 시켜서 소주 한 병 먹고 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국물김치를 떠먹으니 맛이 있다. 김승태(37) 사장의 모친은 초밥, 불고기집, 도가니탕 등 30년 넘게 음식 장사를 해 왔단다. 업종은 달라졌지만 김치 담그는 솜씨야 어디 갈까?

이번에는 육회비빔밥(8천원) 차례. 그만 놀라고 말았다. 육회비빔밥이 대접이 아니라 대야에 나왔다고 해야겠다. 육회를 중심으로 배, 김, 각종 나물이 둘러싸고 있다. 밥을 넣고 썩썩 비벼 한입 가득히 넣었다. 입안 가득히 좋은 향이 퍼진다. 푸짐한 육회비빔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소고기국밥의 국물도 진하다. 고기가 좋은데 소고기국밥의 맛은 어련할까. 어제 먹은 술이 깨끗하게 내려간다. 두 사람이 점심 때 온다면 육회비빔밥과 소고기국밥을 하나씩 시켜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좋겠다.

김 사장은 "저 한국말 잘합니다"라며 첫인사를 건넨다.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가끔 외국인으로 오인받아서 그렇다. 김 사장은 부산예고, 경성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홍신자무용단, 서울예술단 등에서 춤을 추며 춤인생을 살아오다 방향을 전환했다. 김 사장의 학교 다닐 때 별명이 '소'였다니, 이것도 정해진 운명일까?

이 집을 소개한 분이 "한 번은 여기에 단체로 데리고 왔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잘 먹던지 고기를 마시는 줄 알았다"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래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다행이다. 가격이 싼 이유는 소를 한 마리 통째로 사와 중간 마진이 없기 때문이다. '질 좋은 고기를 싸게 많이 팔자'가 이 집의 모토다. 냉면도 꽤 맛이 있다. 점심메뉴로 곱창전골도 있다. 한우 1등급 고기 원 플러스에서 투 플러스까지 사용한다. 쉬는 날은 없고 24시간 영업. 사상구 괘법동 이마트 후문 앞. 051-326-8948.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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