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사랑의 추억이 새겨진 음식

입력 : 2010-04-01 16:25: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새롭게 인기 얻는 맛집들

대표적인 이탈리아 음식, 파스타. 요즘엔 사랑을 표현하는 음식으로 변신했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파스타' 덕분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세프(총 주방장)와 막내 조리사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 이 드라마에서 파스타는 또 하나의 주연 배우였다. 파스타는 사랑의 표현이었고 이루어야 할 꿈이자 살아가는 의지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아직도 달콤했던 사랑의 흔적을 떠올리며 파스타집을 찾는 이들이 많단다. 알려진 곳을 빼고 새롭게 뜨고 있는 파스타집을 찾아봤다.


위대한 요리사의 꿈 '그랑셰프'

레스토랑을 문을 연 지 20여 일. 부산대 앞의 그랑셰프는 막 출발한 곳이다. 기자의 방문에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라고 주인이 놀란다.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집 소문이 꽤 났다. 개업 전에 인터넷 주부 동호회를 통해 시식회를 몇 번 한 덕분이다. 평가가 꽤 후했다. 파스타의 풍미에 대한 칭찬이 많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 집 별로더라'라는 소문이 나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데 그랑셰프는 맛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 셈이다.

사장이자 세프인 배종휘 씨를 만났다. "제가 말 주변이 없어서요. 저희 집 음식 드시고 맛 그대로 써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붙잡고 몇 마디를 물었다. 배 씨는 특급호텔 주방장 출신이다. 올해로 조리 경력 11년차란다. 그랑셰프 주방에 있는 3명의 요리사 모두 호텔 출신들이다. 드라마 이상으로 혹독했던 호텔의 주방을 견디며 기본기를 튼실하게 다졌다.

"드셔야죠." 배 씨가 한 마디를 던지고 주방으로 사라진다. 지글거리는 주방의 소리가 경쾌하다. 곧이어 올리브 오일에 고추기름으로 맛을 낸 '디아볼리노'가 따뜻한 김을 내며 식탁 위에 올라온다. 쫄깃하고 탱탱한 면이 매콤한 소스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해산물도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고르곤졸라 필레토는 안심을 다루는 주방장의 솜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고소한 크림 소스에 부드러운 안심, 쫄깃한 스파게티면이 인상적이다. 느끼해서 크림 스파게티는 싫다는 사람도 이 집의 크림 소스는 잘 넘어갈 것 같다.

2개의 파스타 덕분에 배가 찬 후에 등장한 안심 스테이크와 고르곤졸라 피자. 주방장의 성의를 생각하며 안심을 살짝 잘라 입에 넣었다. 묵직한 소스가 꽤 매력적이다. 아몬드가 들어가 색다른 맛을 내는 고르곤졸라 피자 역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주방장을 대신해 기자의 말벗을 해 주던 이 집의 매니저 김혜연 씨. 주방장과 부부 사이이다. 문득 세프와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요리에선 엄격하고 사랑에선 자상하죠." 파스타를 배우는 혜연 씨에겐 냉정한 스승이란다. 파스타 면이 제대로 삶아지지 않았다며 "다시"를 외치며 몇 번이나 퇴짜를 놓는다. 두 사람의 달콤한 사랑이 파스타에도 묻어나는 집이다. 봉골레 1만 1천원 디아볼리노 1만 3천원, 고르곤졸라피자 9천500원. 연중무휴. 오전 11시~오후 11시. 051-514-1722.

특급 세프들의 수작 '더 팬'

요즘 광복동이 환해졌다는 소문을 자주 들었다. 그 중심에 이 집이 있다. 일명 '더(THE) 시리즈'로 통한다. 베트남 음식 전문점인 '더 파오'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팬', 그리고 커피 전문점 '더 까페'가 합쳐진 '더 테라스'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월에 문을 열어 개업한 지 이제 3개월. 어느새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 카페로 입소문이 났다. 100평이 넘는 야외 테라스 공간 덕분이다. 디카족들이 테라스의 야경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도대체 어디냐"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자 역시 이 집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개업을 하며 이 집의 사장이 내건 인상적인 플래카드 덕분이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특급 조리사들이 수작(手作)을 부리는 곳'이라는 말에 한참을 웃었다. 더 팬의 총 주방장 김민재 씨는 이 말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식전 빵부터 샐러드, 메인 디시, 디저트,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모두 주방 조리사들이 만들어요. 그만큼 주방의 손맛을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스무 살 어린 시절, 요리가 좋아서 무작정 파스타집 주방을 찾아갔던 김 씨. 눈물겨웠던 주방 막내로 시작해 어느새 11명의 조리사를 거느린 세프가 되었다. "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이탈리아 요리가 맘에 들었어요. 미친 듯이 빠져들었죠. 파스타는 특히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창의적인 요리가 나올 수 있거든요. 요리사로서는 도전의식이 생기는 종목이죠."

더 팬은 현재 13가지 종류의 파스타들을 선보이고 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제철 재료로 만든 특별 파스타들도 가끔 선보였다. 단호박 파스타, 굴 파스타는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주방장의 기본기가 드러난다는 오일 파스타 역시 인기가 많은 편이다.

파스타를 맛보고 싶다는 기자에게 생소한 엔초비 파스타를 내놓는다. 비릿한 엔초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파스타면을 입에 넣었다. 맛이 색다르다.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엔초비의 고소한 향과 짭조름한 간이 면에 제대로 들어가 있다. "와, 이거 제대로인데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피자 도우를 올린 해산물 스파게티와 칼국수 면을 떠올리는 딸리아딸레는 크림의 고소한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맛있게 파스타를 먹는 기자를 보며 뜬금없이 김 씨가 한마디 던진다. "제 주방에는 여자가 많아요. 6명이 여자 조리사예요." 진지한 그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알리오올리아 9천원, 뚝배기 스파게티 1만 1천원, 파스타코스 1만 8천원. 연중무휴. 오전 11시~다음날 오전 2시. 051-256-8056. 글·사진=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