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인 고기 맛에 혀가 꿰였다

입력 : 2010-11-25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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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좀 굽는다'고 자부하는 꼬치구이집 3곳

정성스레 꼬치를 굽고 있는 '긴타로'의 김선균(34) 사장.

최근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串' 자가 들어간 음식점 간판을 자주 보게 된다. 저게 무슨 글자인지 아시는 분? 쉽지 않다. '꿸 관' 자라고도 하고, '꿸 천' 자라고도 하고, '땅이름 곶' 자라고도 하고, '꼬챙이 찬' 자라고도 한다. 갑자기 화가 난다. 그러나 '串' 자가 뭔 글자인지는 몰라도, 글자 생김새만으로 충분히 간판이 걸린 음식점의 메뉴를 상상할 수 있다. 바로 꼬치구이다. 알맹이 두 개가 긴 꼬치에 꿰여있는 모양새다.

실제 꼬치구이가 그렇다. 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구워먹는 요리다. 인간이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선물받았을 당시로 돌아가 보자. 인간이 불을 이용해 가장 먼저 한 일들은 바로 밤을 밝히고, 추위를 쫓고, 그리고 고기를 익히는 것이었다. 당시 석쇠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꼬챙이에 고기를 꿸 수 밖에 없다. 결국 꼬치구이는 인류의 가장 첫 요리인지도 모른다.

'인류의 첫 요리'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인기다. '야키도리(燒き鳥)'로 대표되는 일본식 꼬치구이(串燒き·쿠시야키)에 이어, 중국식 양꼬치구이인 '양러우촨(羊肉串)'이 최근 새로운 술안주로 떠오르며 '주당'들의 미각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리고 영원한 '길거리 간식'인 우리의 '닭꼬치'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이상 언급한 세 분야(?)에서 그 나름 대로 '꼬치 좀 굽는다'고 자부하는 꼬치구이집을 골라 다녀왔다.



일본식 꼬치구이 : 해운대 '긴타로'

여기, 진짜 '제대로'다. 음식 맛도 맛이거니와 술집 분위기까지 영판 일본이다. 김선균(34) 사장은 지난 2007년 중구 남포동 인근에서 장사를 시작해 지난해에 해운대로 옮겨왔다. 음식 장사 4년차다. 그런데 음식을 먹어보면 4년차 같지 않다.

일본식 꼬치구이집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종류의 꼬치구이를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 '긴타로' 역시 꼬치구이류만도 그 종류가 서른 가지다. 닭고기에서부터 돼지고기, 소고기를 부위별로 다시 나누고, 힘줄이나 내장 등을 이용해 다시 종류가 갈린다.

음…, 뭘로 해 볼까? 메뉴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기분이다. 우선 통삼겹살꼬치와 닭껍질꼬치를 골랐다. 사장이 직접 숯불에 꼬치를 굽는다. 그동안 잠시 맥주로 목을 축인다.

갓 구워진 통삼겹살부터 한 점 씹는다. 부드럽다. 그리고 촉촉하다. 소고기라고 해도 될 정도다. "굽는 동안 사케를 고기 표면에 수 차례 뿌리면서 육즙의 증발을 막았다"는게 사장이 말하는 비결. 다음은 닭껍질 차례다. 이건 반대로 바삭함이 기분 좋다. 종류에 따라 굽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생각보다 섬세하고 민감한 작업이다.

꼬치 한 개에 2천500~4천 원. 갑자기 꼬치값이 싸 보이는 건 사장의 굽는 솜씨에 반한 탓인게다. 해운대구 우1동 그랜드호텔 뒤쪽. 오후 5시30분~다음날 오전 2시30분 영업.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051-746-5994.


중국식 양꼬치 : 동래 '경성 양꼬치'

부산의 경우 일본 식문화의 유행에는 빠른 반면 중국의 것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중국식 양꼬치도 서울·경기 지역에서 먼저 성행한 후 부산으로 그 유행이 내려왔다. 음식도 일종의 유행이다. '경성 양꼬치'라는 상호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가게 역시 서울에서 이미 그 맛의 검증을 거친 꼬치구이집이다. 부산에 자리를 잡은 것은 2년이 조금 넘었다.

양고기 조리의 가장 큰 관건은 특유의 누린내를 없애는 것. 실제로 많은 분들이 누린내 때문에 양고기 먹기를 주저한다. 기자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염려 놓으시라. 전혀 문제가 없더라는 말씀. 김일광(49) 사장에게 물어봤더니 일단 어린 양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란다. 생후 10개월이 지나지 않은 양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기 자체에서부터 누린내가 덜하다는 것.

중국의 대표적인 향신료 쯔란에 고춧가루, 들깨가루 등을 섞어 만든 가루 소스도 양고기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쯔란 특유의 향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깨소금도 내어준다. 왠지 칭다오 맥주와의 궁합이 가장 좋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한 접시 6개 8천 원. 동래구 수안동 동래시장 입구 근처. 오후 4시~다음날 오전 3시 영업. 연중 무휴. 051-558-1110.



길거리 닭꼬치 : 서면 '꼬치 아저씨'

꼬치구이가 술안주로 사랑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간식거리다. 한국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을 꼽을 때에도 닭꼬치는 빠지질 않는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닭꼬치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실제로는 닭고기가 아니라 일부 중국산 비둘기고기를 수입해 사용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닭꼬치 먹기가 조심스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종이컵에 담긴 '꼬치 아저씨'의 꼬치구이들.
그러나 '꼬치 아저씨'에서라면 전혀 걱정할 것 없다. 남영진(39) 사장이 직접 손질한 신선한 고기를 숯불에 정성 들여 구워준다. 길거리 음식 치곤 주문 후 꽤 기다려야 된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 그래서 전화로 먼저 주문한 후 찾으러 오는 경우도 많다. 기자의 닭꼬치가 구워지는 동안에도 두 번의 주문 전화가 걸려왔다.

닭꼬치는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또한 찰지다. 꼬치에 꿰기 전에 약재를 넣은 물에 한 번 데치는 것이 이 가게만의 비법이란다.

메뉴판을 보니 닭꼬치 외에도 다양한 꼬치들이 있다. 사장에게 추천 메뉴를 물었다. 소고기꼬치를 추천하신다. 주문해서 시식. 연한 스테이크를 베어먹는 듯하다. 그만큼 육질이 좋고, 씹는 감촉도 좋다.

다 구워진 후에는 꼬치에서 뽑아 종이컵에 담아준다. 걸어다니며 먹기에 딱 좋다. 닭꼬치 한 개 1천500원, 그 외 한 개 1천500~2천500원. 서면 쥬디스 태화 맞은편 금강제화 건물 앞. 오후 3시~다음날 오전 1시 영업. 연중 무휴. 051-807-0801.

글·사진=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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