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하고 진한 국물 맛, 이 겨울에 딱이네요

입력 : 2011-01-20 15:58:00 수정 : 2011-01-20 16:54:0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곰탕 맛집

온천장 '원조꼬리곰집'의 한우꼬리곰탕.

돼지국밥의 아성 때문에 부산에서 다른 국밥류, 즉 설렁탕이나 곰탕이 맥을 못 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음식점 수도 상대적으로 적을뿐더러 제대로 된 맛집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나마 설렁탕집은 웬만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한두 개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곰탕 전문점'을 내건 곳은 드물다.

겨울철 칼바람 앞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곰국 생각이 간절했다. 진하고 뽀얀 국물 한 모금이면 96년 만의 한파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곰탕집을 찾아 나섰다.

원조꼬리곰집
고기와 물 비율 정확히 지켜 국물 내
가격 다소 비싸도 좋은 재료만 사용

박가네
국물 맛 잡내 없고 수육도 부드러워
전라도서 가져온 재료 밑반찬도 깔끔



· 진하고 개운한 국물 맛 '원조꼬리곰집'

곰탕은 대표적 보양식이다. 오죽하면 '젊었을 때 망령은 매로 다스리고, 늙었을 때 망령은 곰탕으로 다스리라'는 말이 있을까.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에는 몽둥이가 해결책이고, 나이 들어 행동이 단정하지 못한 것은 기력이 부족한 탓이니 곰탕으로 기운을 북돋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중 소꼬리를 푹 고아 삶은 꼬리곰탕은 '소꼬리의 힘'을 음식에 담은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이 집을 찾아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한마디 거든다. 어릴 적 집 앞에 큰 강이 있었는데, 어른들 하는 말이 '아무리 넓은 강도 소꼬리만 잡고 건너면 무사히 건널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몸보신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음식점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저녁시간이 되지 않은 오후 5시께인데도 손님들이 3분의 2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메뉴인 수입 꼬리곰탕과 한우 꼬리곰탕을 주문했다.

우선 꼬리곰탕의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담백하지만 밍밍하지 않았다. 고기 국물 특유의 구수함이 입안에서 착 감긴다. 꼬리 고기는 3덩이가 들어있었다. 가격에 비해 좀 야박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우 꼬리곰탕은 이보다 더욱 깊은 맛이 있었다. 소고기 특유의 향이 입안에 퍼지며 감칠맛을 더했다. 진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이다. 고깃살의 두툼한 껍질은 국내산 소의 확실한 인증이었다.

이 집은 특히 국물이 유명한데, 거기에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고기와 물의 비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다. 30년 장사의 전통은 여기서 나왔다. 간혹 손님 중에 물 한두 바가지 더 부어서 국물을 더 내달라는 요청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장사하면 30년 동안 못했다"며 자부심으로 맞받아쳤단다. 소뼈는 2~3번 끓이고 버리는데, 너무 여러 번 사용하면 영양가도 떨어질 뿐더러 짠내가 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좀 세다. 한우 꼬리곰탕은 2만 2천 원, 수입 꼬리곰탕은 1만 3천 원, 그냥 곰탕은 8천 원이다. 좋은 재료만 쓰기 때문이라는데, 진하면서 담백한 국물과 만만치 않은 가격 사이에 고민이 좀 되겠다.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도시철도 명륜역과 온천역 사이 늘봄호텔 맞은편. 051-552-1106.



· 잡내 안 나고 깔끔한 맛, '박가네'

고기가 맛난 집에 고깃국물이 맛있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수육은 괜찮은데 국물이 시원찮거나, 국물은 좋아도 고기는 별로인 경우도 있다. 고기와 물의 비율, 삶는 시간 등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우선 이 집은 서면에서 '가격 대비 고기가 괜찮은 집'으로 알려져 있다. 곰탕을 먹어 본 이들은 곰탕집으로 기억하기도 한단다. 그만큼 두 메뉴가 나름 인정을 받고 있는 음식점이었다.

가게 입구 지름 1.5m가량의 대형 솥에서 쉴 사이 없이 연기가 피어오르며 특유의 냄새로 지나가던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칸막이로 가려져 잘 보이진 않지만 냄새만으로 존재감이 느껴진다.

곰국은 프리미엄 곰탕과 보통 곰탕이 있다. 보통 곰탕을 시켰다. 별도의 간을 맞출 필요가 없이 간이 돼 있었다. 조미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이 신경 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은 제대로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곰탕의 간이었다.

이 집 곰탕의 가장 큰 특징은 잡내가 없다는 것. 대개 곰탕을 사먹기 부담스러운 것은 노릿한 냄새 때문이다. 그래서 부추나 깍두기를 넣어 노릿한 맛을 없애서 먹는다. 그 맛이 진정한 곰탕 맛이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참기름과 고춧가루가 둥둥 떠 있는 그 국물은 돼지국밥도 아니고, 곰탕도 아닌 국밥이 된다. 이 집은 그런 게 없다.

국물은 진한 맛은 덜한데, 뒷맛이 깔끔하다. 수육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다. 수육을 먹고, 다른 고기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의 처가가 전라도라 재료를 대부분 거기서 공수해 온단다. 밑반찬도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부산 사람들의 돼지국밥 사랑을 존중(?)해 밑반찬 사이에 토하젖과 비슷한 새우 젓갈도 끼어있는데, '보개미'라고 불렀다. 돼지국밥처럼 이 젓갈을 넣어 먹는 이들도 많다.

보통 곰탕 8천 원, 프리미엄 곰탕 1만 원, 수육(중) 4만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면 쥬디스태화 옆 SC제일은행 뒤편. 051-809-0013.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