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딛고 다시 문 연 맛집 "맛도 재료도 최강" 단골들이 돌아왔다

입력 : 2011-10-13 15:25:00 수정 : 2011-10-13 15:38:5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가미'의 구성근 대표가 즐거운 표정으로 생선회 재료를 만지고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시련을 겪은 뒤에 더 강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번 주엔 '돌아온 맛집'을 찾았다. 소문난 맛집이었던 '가미'는 크게 옮겼다 실패한 뒤 다시 자리를 옮겨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마르티나스'는 가게 임대 문제 등으로 인한 공백을 딛고 영업을 재개해 다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생살이의 오묘한 맛까지 같이 느껴 보자.



일식집 가미

"두 번 실패 없다" 값 대비 최고 '품질'로 옛 명성

수비사거리 시절 '가미'는 가히 전설의 일식당이었다. 작은 가게에 손님이 워낙 밀려 한 달 전이 아니면 예약을 못 잡았다. 당연한 수순(?)으로 가게를 확장해 옮겼다. 그러자 사람들은 "맛이 변했다" "사장님 얼굴 보기 힘들다"고 불평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며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런데 예전 같은 '가미'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 구성근 대표의 첫 마디는 "두 번 실수는 안 한다"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같은 밥에 같은 소스를 썼는데도 맛이 변했다더군요." 그는 수영강변에서 강소주를 마시며 방황하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단다.

요즘 미식가들 사이에서 가격 대비 최강으로 꼽히는 이집 음식 맛 좀 보기로 하자.

살아있는 대하는 힘차게 꼬리를 친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잠은 5시간 잔다) 장을 보러간 결과물이다. 그는 요리사는 정직이 최고라고 생각해 10년 거래처와 외상 거래도 일절 없다. 해삼을 녹차에 삶아 초절임을 했다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문어찜은 달콤해서 문어만 보면 깨물어보고 싶을 정도이다. 바다의 피조개는 육상에서 꽃이 되어 피어났다. 광어 뼈째썰기, 광어가 아닌 줄 알았다. 요리 방법에 따라 맛이 이렇게 달라진다.

입맛을 돌게하는 해삼초절임,문어찜, 피조개 등

좀처럼 못 보던 술뱅이(용치놀래기)가 등장했다. 소위 말하는 잡어인데, 일식집에서 잡어는 잘 취급을 안 한다. 그 이유는 맛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찔리면 아프고, 미끄러워 다듬기가 힘이 들어서란다. "꼭 비싸야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게 아니고 제철 재료를 쓰면 싼 재료로도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잊어버린 고기, 술뱅이의 맛을 찾았다. 술뱅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처럼 보인 건 착각일까. 물론 참치를 비롯해 몸값이 비싼 녀석들도 "나는 생선이다"고 외치며 차례로 나왔다.

구 대표의 장기 중 하나는 불이다. 불로 살짝 굽거나 익혀 나오는 한우채끝살, 북방조개 등등이 다 맛있다. '가미'는 부가세를 안 붙여 더 마음에 든다. 그의 어머니가 부가세 있는 집은 싫다고 해서란다. 그는 "잘 모르지만 행복하다. 다음 번에는 혼자서 하는 가게를 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도 자기를 포함해 직원이 4명뿐인데….

코스 5만 원. 점심특선 2만 2천 원. 스시 등 일품 요리 1만 5천~2만 원.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점심), 오후 11시까지 영업.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우동 1507 트럼프월드센텀Ⅱ 2층 . 051-746-5252.



마르티나스

"이전보다 싸고 푸짐" 손님들 안 잊고 찾아와

'마르티나스' 이영선 대표가 편안한 얼굴로 음식을 내놓고 있다.

연애할 때 부산 해운대 장산역 앞 '마르티나스 키친'을 자주 찾았던 연인이 있었다. 이들은 결혼을 하고 난 뒤 어느 날 추억의 이 집이 갑자기 사라져 안타까워했다. 몇 년이 지나 비슷한 이름의 가게가 눈에 띄어 들어가 보았더니 그때의 여사장님이 여전히 반갑게 맞이해 주더란다.

'마르티나스 키친'이 '마르티나스'로 돌아왔다. 이 소문이 퍼지자 이전의 단골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단다. 비록 추억은 없지만 맛있는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를 싸고 푸짐하게 준다는데 안 가볼 수 없다.

'마르티나스'의 실내 분위기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고급스러워 들어가기에 주저되었다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다. 맛있다는 소문이 난 오일 베이스의 마늘 스파게티와 한우안심스테이크를 시켰다. 스파게티는 담백하고 고소해서 입안으로 쏙쏙 잘도 넘어간다. 한우안심스테이크는 때깔도 육즙도 훌륭했다. 가격을 확인하고는 고맙다는 말을 할 뻔했다. 다른 가게에 비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와인도 2만 4천~4만 8천 원으로 저렴하다.

주방에서 일만하는 이영선 대표와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 대표는 "가격은 낮추고 양은 늘렸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음식은 국수를 먹듯이 편해야 하고, 넉넉하게 먹어야 가장 이탈리아스럽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솔직히 다른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비싸서 자기도 못 가겠다며 웃는다.

그는 이탈리아에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러 갔다 요리에 빠져 작은 레스토랑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 2007년에 시작한 가게는 보기와는 달리 힘이 많이 들었단다.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아 이탈리아에 가서 2년간 푹 쉬었다. 그러다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 지난 4월에 다시 문을 열었단다. 휴식이 그를 변화시켰던 모양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가서 햄버거스테이크를 시켰더니 푸짐하게 먹으라며 밥을 서비스로 내줘 고마웠다는 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음식을 편하게 내준다는 평가다. 마르티나스의 마르타는 그의 세례명이자 남을 돌봐주기를 좋아하는 요리의 성녀란다. 식전빵, 수프, 샐러드, 밀러 생맥주가 나오는 맥주코스가 8천 원으로 마음에 든다.

때깔이 좋은 한우안심스테이크

스파게티 8천~1만 8천 원, 한우 안심스테이크 2만 8천 원, 점심 세트 9천900 원. 낮 12시~오후 3시(점심), 오후 5시 30분~10시. 매주 수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394의 302 2층. '스펀지'와 해운대구청 사이. 051-704-9914.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