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쫀득 … 입안 가득 겨울이 한 움큼 …과메기

입력 : 2011-12-22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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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 깔고, 미나리 얹어, 초고추장에 …

과메기는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많이 난다. 잘 말린 과메기는 절대 비리지 않고 고소하다.

한 번 맛을 들이면 잊기 어려운 맛이 있다. 특히나 그게 한 철만 나온다면 안 먹고는 견디기가 도저히 힘들다. 과메기의 철이 돌아왔다. 과메기는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전국 과메기의 80%가 경북 포항 구룡포에서 생산되는데, 택배업계가 과메기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부산에서 과메기 좀 한다는 곳을 수소문했다. 그런데 다들 바빠서 그런지 맛집 담당 기자 전화를 놀부 마누라가 흥부 보듯이 대한다. 과메기를 잘근잘근 씹으며 녀석은 맛이 어떻게 들었을까 생각했다. 쇠는 담금질을 통해 단련되고, 과메기는 꽁치가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맛이 든다. 우리 같은 사람은 시련을 통해 철이 들고….


허름한 골목에 자리한 아주 작은 선술집

명륜동 '대짱'


허름한 골목에 자리 잡은 아주 작은 선술집 '대짱'. 여기까지 알고 찾아온 사람들도 참 용하다. 이 허름한 집 덕분에 골목 상권이 살아났다니 무슨 비결이 있을 것 같다. '대짱' 문을 열고 들어가니 1970년대쯤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느낌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휘갈겨 쓴 낙서 하며 정겨운 다락방…. "맞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이모님'으로 통하는 김승애 대표, 먼저 떡부터 내놓는다. 이게 웬 떡? 술에 지지 않으려면 뭐라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우리 집을 찾아준 귀한 손님에게 밥 한 공기 대접한다는 뜻도 담았다. 장사를 시작한 지 13년째 변함이 없다. 떡을 꿀에 찍으니 달콤한 추억의 맛이 난다.

이날의 주인공 과메기가 상에 올랐다. 2만 원이라는 가격이 미안할 정도로 푸짐하다. 꽁치가 뛰어놀던 미역을 잘 깔고, 초고추장에 찍은 과메기 한 토막,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미나리를 올렸다. 겨울이 한 움큼 입안으로 들어갔다. 겨울은 이렇게 꽉 차야 든든하다.

과메기가 궁금해 따로 먹어봤다. 다른 데서 먹던 것과 달리 과메기가 아주 존득존득, 아니 쫀득쫀득하다. 잠시 뒤 약간 물컹한 듯 부드럽게 입 안에서 풀린다. 아주 청결한 꽁치인지 기름내가 맑고 살코기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이런 과메기, 부산에서 쉽게 보지 못했다. 과메기는 잘못하면 비린 맛이 나서 평생 멀리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다.

사실 과메기는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 공장에서 건조기로 말리는 것이 최하질, 반으로 갈라 말린 '짜배기'가 그 다음이다. 최상의 과메기는 통째로 말린 '통말이'이다. 하지만 요즘 포항에서도 이런 과메기를 구할 수 없다고 하니 아쉽다(황교익 저 '미각의 제국' 참조). 과메기와 따로 시킨 굴을 한데 싸서 먹어도 좋다. 은은한 굴 향이 뒤에 오래 남는다.

맛의 비결은 재료에 있다. '대짱'은 건조가 아주 잘 된 과메기를 쓴다. 과메기가 좋지 않으면 아예 취급을 안 해 이곳의 과메기 철은 다른 곳보다 늘 늦은 편이다.

'대짱' 의 김승애 대표가 이렇게 잘 말린 과메기로 한 쌈을 싸주며 맛있게 먹고 겨울을 잘 견디라고 권한다.

과메기에 소주 한 잔 곁들였다면 마무리로 김치오뎅모둠탕이 괜찮다. 얼큰해서 냄새만 맡아도 속이 풀리는 느낌이다. 오뎅탕에 든 청양고추가 이제 정신 차리고 집에 갈 시간이라고 꼬집는다. 자기들만 먹기에는 오뎅탕 양이 많다며 옆 테이블에 나눠주라고 이모님께 귀띔하는 모습도 보기에 좋다.
 
이 작은 집에 예약이 몰린다. 벌써 3번째나 왔는데 자리가 없어서 그냥 간다는 손님도 있었다. 단골들은 자리가 없다고 하면 보기 좋다고 격려를 해 주고 간다. "요새 많이 행복해, 내가 복이 많은 복녀인가 봐. 전생에 선업을 많이 쌓아 인출해 먹는 모양이야." 김 대표는 전남 여수 돌산이 고향이다. 열일곱에 부산에 나왔는데 손님들에게 인정을 받으니 이미 금의환향한 것이나 다름없단다. 잘되는 집에는 이유가 다 있다.

과메기 2만 원, 김치오뎅모둠탕 1만 원, 조기구이 1만 원, 장어양념 1만 2천 원.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1시. 부산 동래구 명륜동 502의 7. 메가마트 동래점 후문 앞 일신초밥 옆 골목. 051-557-4746.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연산동 '도화'와 연지동 '금랑'

맛집 블로거들은 부산에서 과메기 잘하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할까.

생선 전문 블로거로 '맛면'에 소개된 적이 있는 '몽'(hongn1.blog.me)은 연산동의 해산물 전문점 '도화'(051-868-6106)를 첫손에 꼽았다. 몽은 이곳에 다녀와 굳이 구룡포를 찾지 않아도 될 만큼 맛있는 과메기를 부산에서 찾았다고 소개했다.

먹어보면 지금까지 먹은 과메기와는 질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단다. 고래육회, 문어, 전복 등 제철 수산물을 취급한다. 과메기 3만 원. 연제구 연산동 KNN 인근.

부산을 대표하는 맛집 파워블로거 '걸신'(unicorns7.blog.me)은 연지동 '금랑'(051-819-5741)을 추천한다. 과메기를 시키면 일반적으로 나오는 미역과 배추 이외에도 생강 채, 묵은지, 시래깃국을 주는 점이 특색이다.

걸신은 "김에다 잔파를 올리고 그 위에 초고추장을 찍은 과메기 한 점을 올리면 추운 겨울에 이만한 안주도 없을 것 같다"고 이 집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과메기 중 3만 원.

부산진구 연지동 국립부산국악원 맞은편. 두 곳 다 손님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이 좋다.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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