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 우동 '르 씨엘'

입력 : 2012-03-29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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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이탈리아 음식에 상큼한 디저트 케이크가 만나면

부산 중구에서 맛있는 케이크로 이름이 꽤 알려졌던 레스토랑 '쉬폰'. 지난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대형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다. 그 인근에서 약속이 있을 때면 자주 찾던 곳이라 가게가 사라진 후 못내 아쉬웠다. '쉬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달고 상큼한 '마법의 케이크'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말인가?!

얼마 전 해운대 우동에 생긴 한 퓨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투명한 유리그릇에 노란 장미 한 송이를 보며 흐릿한 기억을 되살리는데, 냅킨에 찍힌 상호를 보고는 가게의 정체를 알았다. '르씨엘 바이 쉬폰(le ciel by chiffon)'. 예전 '쉬폰'이 자리를 옮기고, 하늘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르 씨엘'로 이름을 바꾼 것. 연락 끊긴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파스타 단품의 가격은 1만 5천 원 안팎이고, 샐러드와 케이크가 포함된 세트는 2만 3천 원이다. 이곳에서 케이크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한 일. 별 고민 없이 케이크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토마토해산물 파스타에는 해산물이 가득 들었다. 이렇게 재료가 푸짐하면 일단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 맛을 보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분 좋은 감칠맛이 혀끝을 사로잡았다. 냉동 해산물이 아니라 자갈치에서 구한 싱싱한 재료에서 나온 맛이었다. 면발은 꼬들거리지 않고 한국식(?)으로 충분히 익혔다. 탱탱한 면발이 주는 긴장감을 좋아하는 이들은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고르곤졸라 치즈를 사용한 고르곤졸라 파스타에서는 치즈 특유의 진한 맛이 느껴졌다. 버섯의 풍미와 치즈의 고소함이 잘 어울렸다.

보통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주된 메뉴를 보조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데, 이곳은 모두 주인공이라 할 만큼 혀끝에 뚜렷한 존재감을 남긴다. 상큼한 레몬 소스가 뿌려진 샐러드는 기분과 식욕을 동시에 급상승시킨다. 디저트로 나오는 초코 브라우니는 '쉬폰'에서 느꼈던 케이크 맛 그대로였다. 마치 축제 마지막에 터지는 불꽃 쇼처럼 식사를 환상적으로 마무리짓게 만든다.

이 집 메뉴 중 특이한 것은 돼지목살 스테이크. 불판에 구워서 상추에 싸 먹는 것이 보통인 돼지 목살을 특제 소스를 이용해 스테이크로 만들었다. 돼지고기의 은근한 단맛이 입에 착 달라붙었다. 맛만 좋다면 조리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 1만 7천 원. 고르곤졸라 치즈 파스타 1만 7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30분. 부산 해운대구 우1동 마린시티 1로 137. 대우월드마크 해운대 1층. 051-746-5290.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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