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디' '國民'… 가게 이름만큼 남다른 파스타

입력 : 2012-08-23 07:54:39 수정 : 2012-08-23 14: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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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름 이탈리아 레스토랑

'산만디'의 8월 특선 메뉴에는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 포함되어 있다. 점심시간에 가볍게 즐기기에 좋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봉골레 파스타, 펜네 파스타, 감베리 파스타.

근래 우리말 상호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생소했다. 조각 같은 꽃미남이 '삼식이'라는 구수한 이름을 쓰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눈길을 끄는 이들의 이름에는 특별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


이탈리아 가정식 선보이는 '산만디'

토마토·크림소스 섞은 메뉴 인기
유학 때 배운 이탈리아 가정식 맛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산복도로 마을에 샛노란색 건물 하나가 눈에 성큼 들어온다. 바로 말로만 듣던 '산만디'였다. 경상도 사람에게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타지 사람을 위해 뜻풀이를 하자면, 산꼭대기를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이다. 서울 태생인 정해리 대표가 부산 출신의 남편에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굉장히 예쁘더란다. 사투리는 촌스럽다고만 생각했는데. 괜히 사투리에게 미안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토마토 소스와 크림 소스를 섞은 '스파게티 아이 감베리'. 조화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크림의 부드러운 맛과 토마토 특유의 향긋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원통형의 면인 펜네를 크림 소스에 버무린 '펜네 아이 꽈뜨로 포르마쥐'의 쫄깃한 식감은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여기에 짭짤한 치즈의 맛이 더해져 입안에 찰싹 달라붙는다. 짠 음식을 싫어하는 이들은 조금 과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모시조개를 이용한 봉골레는 담백해서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이탈리아 가정식을 지향해서인지 전체적으로 맛이 소박하다. 성악을 전공한 정 대표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 솜씨 좋은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의 주방을 기웃거리면서 요리와 인연을 맺었다. 귀국 전 베니스의 한 요리학원에서 1년간 수업을 받기도 했다.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에 대한 추억이 음식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달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 강좌를 소규모로 열고 있다. 원래의 전공을 살려 가게에서 정기적으로 음악회도 개최하고 있다.

이 집을 이야기하면서 조망을 빼 놓을 수 없다. 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해운대 고층빌딩이 뽐내는 조망 못지않다. 창이 살짝 높아 자리에 앉아서는 제대로 안 보인다는 것이 흠. 아쉬운 마음은 옥상 테라스에서 한 방에 날릴 수 있으니 반드시 들러 보자. 밤이 되면 백만 불짜리 야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날이 선선해지면 쉬엄쉬엄 내려오면서 산복도로를 구경하는 재미도 꽤 괜찮겠다. 주차가 편리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마을버스(도시철도 부산진역 5번 출구에서 2번 버스)가 가장 편리하다.

스파게티 아이 감베리 1만 1천 원. 펜네 아이 꽈뜨로 포르마쥐 1만 3천 원.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현재 연중무휴. 9월부터 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수정 5동 508의 14. 수성아파트 인근. 051-638-6641.


'국민'에서 판매되는 파스타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맛을 지닌 뽀모도로(왼쪽)와 고소한 맛의 까르보나라. '착한 가격' 때문에 파스타 맛이 더욱 좋게 느껴진다.
부탐없는 맛과 가격의 '국민'

까르보나라·뽀모도로 등 무난
모든 파스타 가격이 7천 원 이하

간판에 한자로 '國民(국민)'이라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조그맣게 '파스타 소셜 클럽'이라 영어로 씌어 있다. 뭐하는 집인지 궁금증이 식욕보다 앞섰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20평 가까운 매장을 여성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이 먹는 것은 바로 파스타. '국민'에서 먹는 파스타, 즉 '국민 파스타'를 즐기는 셈이었다. 그제서야 이름이 참 절묘하다는 걸 눈치챘다.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사람이나 사물 앞에만 붙는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날로(?) 얻어 내는 센스라니!

하지만 차림표를 보니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도 했다. 모든 파스타 가격이 7천 원을 넘지 않았다. 거품을 뺀, 그야말로 국민적인 가격이다.

가격만큼 맛도 대중적이다. 까르보나라는 고소한 맛이 진하다. 소스에서 계란 노른자의 찰기가 느껴진다.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뽀모도로는 이 집 파스타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맛이다. 토마토소스를 기본으로 버섯 등 채소를 첨가했다. 페페론치노는 살짝 매콤하면서 미트 소스의 안정감 있는 맛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맛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격을 보면 이 가격에 어떻게 이 맛을 보겠느냐며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든다.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명덕 대표도 보통 1만 5천 원 정도에 판매되는 파스타와 비교해서 맛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아니 오히려 고만고만한 가게보다 품질은 더 낫다고 했다. 인테리어 등 부대비용을 줄여 재료에 더 투자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인테리어가 엉성한 것도 아니다. 특히 편안하게 웃고 있는 주인장의 캐리커처로 가득 채운 벽면이 신선하다. 가게 안쪽에 6월 항쟁을 그림으로 표현한 벽면을 보고는 참 특이한 콘셉트의 가게라고 생각했다. 운동권과 무관하다는 김 대표는 잊혀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고 했다. 어릴 적 향수를 담은 작품도 조만간 전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파스타는 서민적이면서 친근한 음식이잖아요. 그런 콘셉트를 우리 식으로 바꾼 거죠."

이 집은 요일별로 선보이는 음식이 정해져 있다. 가령 로마 스파게티라 불리는 '아마트리시아나'는 월요일, 상하이 해물 스파게티는 화요일에 맛볼 수 있다. 매일 바뀌는 메뉴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셈.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맛의 표준이 되어 보겠다는 야심이 파스타 맛을 더했다.

뽀모도로 6천 원. 까르보나라 6천 원.페페론치노 6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30분(오후 3~5시 쉼). 부산 중구 중앙동 4가 84의 8. 무역회관 뒷길. 070-7503-8459.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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