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라비니가 돌아왔소!" "아미치의 친구도 왔어요!"

입력 : 2013-01-24 07:58:48 수정 : 2013-01-24 14: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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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 돌아온 두 셰프

요즘 외식의 대세는 단연 이탈리아다. 새로 문을 여는 양식당은 어김없이 파스타와 피자, 리조토를 내세운다. 입맛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니 대충 흉내를 냈다간 큰일 난다. 맛 경쟁이 치열해지고 셰프의 고민도 깊어진다. 연초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꼴라비니'에 초대 셰프 파올로 꼴라비니(48) 씨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딴 '꼴라비니'를 열면서 부산에 처음 화덕피자를 소개한 주인공이니 '원조의 귀환'인 셈이다. 또 원도심 광복동의 실력파 셰프 '아미치'의 이지수 (43) 씨도 최근 암남동에 가게를 다시 열고 오너 셰프로 복귀해 오랜 단골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정통 가정식 이탈리안 요리를 표방하며 귀환한 두 셰프의 포부가 궁금했다.

· '꼴라비니'에 '꼴라비니'가 돌아왔다

부산 화덕피자 원조의 귀환
짭짜래한 듯 미감 살린 그 맛
정통 이탈리아식 구현 기대


10년 만에 부산에 돌아온 파올로 꼴라비니(Paolo Collavini) 셰프의 얼굴은 밝았다. '고향 같고, 이번 아니면 영원히 못 올 것 같아' 부산 복귀를 자청했다니 오죽할까. "같은 위도에 위치한 반도국가로, 싱싱한 해산물과 마늘, 고추를 즐겨 먹는 공통점이 있고, 아, 강서의 토마토는 얼마나 맛있는지…." 신이 난 듯 말을 이어가던 셰프는 최근 한국에 불고 있는 이탈리아 요리 열풍으로 화제가 옮아가자 표정이 '진지 모드'로 바뀐다.

부산에 오자마자 소위 잘나가는 이탈리안 음식점 몇 곳을 둘러보고 맛도 봤다고 했다. 지난 10년의 변화가 어떻게 비쳐졌을까? 비장미까지는 아니어도 작정한 듯 속내를 털어놨다.

"실내 장식이나 분위기도 좋고, 요리사들은 고도로 숙련되어 있어요. 훌륭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프렌치와 섞인 퓨전적인 느낌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특히 아쉬운 점은 이탈리아 정통의 맛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사례를 하나 든다. 예컨대 새우에 레몬크림소스를 얹어 내놓는 것은 정통 이탈리아식이 아니란다. 버터와 치즈를 즐겨 쓰고, 가공을 많이 하는 프렌치 요리법과 정통 이탈리아식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내야 이탈리아식이다. 그런 면에서 이탈리안은 프렌치보다 투박한데, 그 차이는 한국과 일본요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또 본고장의 '짠데 왠지 맛있는' 미감이 부족한 게 아쉬웠단다.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2%가 부족하다는 거다. 그래서 '이탈리아스럽게' 짭짜래하면서도 입맛을 유혹하는 메뉴를 선보이겠다고 포부가 대단하다. 나트륨 과다섭취에 대한 우려, 개인적으로 지난 여름 이탈리아 여행 때 '짜도 너무 짠' 음식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을 넌지시 일러주자 지중해성 기후에서 비롯된 이탈리아 식습관에 대한 긴 설명 끝에 "그게 이탈리아의 맛"이라고 잘라말한다.

"맛있게 짠 것과 그냥 짠 것의 사이에는 백지장이 아닌 심연의 차이가 있습니다. 정통 이탈리아 음식은 짜면서도 맛있는 것이고, 그걸 구현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퓨전을 배격하고 순수 이탈리아식을 고수할 것인데, 그걸 가정식 요리나 정통의 맛 추구로 불러도 좋습니다."

요컨대 한식은 한식일 때 가치가 있듯이 이탈리아 음식은 이탈리아 음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걸 한꺼번에 바꾸지 않고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겠다고 덧붙였다.

초대 셰프 시절만 해도 그는 부산에서 독보적이었다. 당시 기름지고 두꺼운 도(반죽)를 쓰는 미국식 피자밖에 없던 부산에서 키친화덕에서 바로 구워낸 담백한 피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부산의 화덕피자는 꼴라비니 전과 후로 나뉜다.

그러곤 강산이 한 번 바뀌었다. 쟁쟁한 유학파 셰프가 물밀 듯 돌아왔고 부산 사람들의 입은 까다로워졌다. 명불허전의 셰프는 또 어떤 '전과 후'의 갈림길에서 서 있을까? 어쨌든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과의 차별성을 '정통에 더 충실'한 데 두겠다니, 이탈리안 요리를 즐기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 의욕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그가 오는 3월 공개할 비장의 정통 이탈리아 요리 새 메뉴가 더 기다려진다. 런치 메뉴 5만 1천~7만 7천 원(부가세 등 포함). 051-749-2274.


파올로 꼴라비니 셰프는 "천직인 요리사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 베르가모 CFPA호텔학교를 졸업했다. 1990년 이탈리아 밀란호텔에서 요리를 시작해 일본, 두바이, 태국 등 15개국에서 활약했다. 2000년 파라다이스호텔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장으로 와 2년 있다가 떠난 뒤 올 초 복귀했다. "나 자신의 행복이 아닌 고객의 만족을 위해 요리한다"는 게 그의 요리철학이다.



예전 광복동에 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미치'의 실력파 셰프 이지수 씨가 암남동에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재오픈하고 오너 셰프로 돌아왔다.
·'아미치' 시즌 2를 기대하시라

이지수 셰프 암남동서 개업
제철 재료·변함없는 그 맛
수제 가정식 진수 다시 한 번


예전 광복동에 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미치(Amici·친구들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는 단골들로 북적였다. 오너 셰프 이지수 씨가 매일 장을 본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고 싶어서 찾는 이들이었다. 뒷골목에 있었고 테이블이 7개밖에 안 되는 협소함, 때론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셰프가 지난해 1월 돌연 문을 닫고 제주도로 떠나자 "이젠 어디서 오너 셰프가 해 주는 가정식을 먹느냐"는 탄식이 이어졌다. 그런 이 셰프는 지난해 7월 해운대 '테이블온더문'에 스카우트돼 주위를 놀라게 하더니, 몇 달 만에 이곳도 박차고 나와 다시 '아미치'를 재개점하고 오너 셰프로 돌아왔다. 

"저의 요리를 아껴 주시고, 좋은 인연을 맺어주신 고객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는 게 복귀의 변이다. 요리사가 많은 레스토랑의 시스템보다는 손님과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하는 오너 셰프가 체질상 더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신장개업한 '아미치'는 암남동 송도해수욕장 방파제 쪽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4개에 바 좌석 예닐곱개. 아담한 크기여서 수제 가정식의 정감이 물씬 묻어났다. 이 셰프는 "산토리노풍으로 출입문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자랑했다. 실제 바깥에서 보면 양개식 목재 여닫이문이 이탈리아 현지 식당 골목에 선 듯한 느낌을 준다. 뉴 시즌을 시작하는 '아미치' 분위기에 어울린다.

"과거 단골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주시고, 지나가다가 간판을 보고 '옛날 광복동에 있던 아미치가 맞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다시 문 연 게 잘한 것 같아요."

맛을 지키고, 고객과의 신뢰를 지켜 명예를 지키는 것! 어머니가 가르쳐 준 신조다. 이 셰프는 새 가게에서도 그 다짐은 변치 않을 거란다. 요리 연구를 위해 이탈리아에도 종종 다녀올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입소문이 나고, '친구들'처럼 지내던 단골들이 돌아오는 건 시간문제 같아 보인다. 그래서 왠지 조만간 예약하기도 힘들어지고, 다시 줄을 서야 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굴파스타 1만 8천 원, 홍합 수프 혹은 파니니 2만 3천 원, 저녁 코스 3만 8천원/5만 원. 부산 서구 암남동 풍림아이원상가 1층. 051-244-4359. 010-3993-9923.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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