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육질, 혀를 유혹한다

입력 : 2013-02-07 07:52:25 수정 : 2013-02-07 14: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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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1만 원대 숙성회' 실비식당

원도심에는 착한 가격에 군침이 도는 숙성회를 내놓는 실비집 스타일의 식당들이 보석처럼 곳곳에 숨어 있다. 중앙동 노포 진주집추어탕에서 차려낸 병어, 방어회.

활어회와 숙성회는 제각각의 매력이 있다. 생선회 전문가인 부경대 조영제 교수는 하루 이상 숙성하는 선어와 구별해 10시간 이내 숙성한 것을 싱싱회로 부른다. 싱싱회는 육질의 쫄깃함이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감칠맛은 강해지니 한 번 입맛을 들이면 좀체 벗어나기 힘든 것이다. 부산에는 인심 후하게, 품질 좋은 숙성회를 내놓는 식당이 지천이다. 특히 남포동, 중앙동, 부평동의 원도심 일대는 개성 있는 숙성회의 보고다. 반주를 곁들인 점심상에 1만 원대 숙성회를 내놓는 실비집 개념의 식당 두 곳을 찾았다.

경상도식 추어탕과 맛보는 병어·방어 일품
곰삭은 멸치젓갈·생미역 45년 연륜 느껴져

■중앙동 진주집추어탕


중앙동의 노포 진주집추어탕은 경상도식 추어탕이 간판 음식이다. 들깨를 풀어 뻑뻑한 전라도식과 달리 경상도식은 삶은 미꾸라지를 갈아 넣고, 개운하게 끓여내니 시래깃국처럼 밋밋하게 보인다. 그 꾸밈 없이 덤덤한 모양새가 경상도 기질을 닮았는데, 이 집은 그런 무던함으로 45년을 이어왔다.

추어탕 백반을 시켰더니 따라나온 반찬이 정갈하다. 쌈으로 내온, 삶은 배추와 케일 옆에 자리한 붉은 고추가 이 집의 특색이다. 곰삭은 멸치젓갈과 생미역도 이 집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메뉴는 숙성회다. 1만 원 하던 것이 1만 5천원으로 올랐는데, 풍성한 차림새로 가격인상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다른 날 다시 찾아가 회 한 접시만 주문해 보았다. 추어탕 백반 때와 마찬가지 가짓수의 반찬과 함께 병어와 방어를 내왔다. 두 사람이 먹기에 넉넉하다. 특히 붉은 살의 방어는 숙성된 뒤라 씹는 맛도 좋고 감칠맛이 강하다. 새벽 시장에서 가져온 생선을 오전 중 숙성했다가 손님상에 내놓은 것이란다.


예전 시청과 경찰청이 중앙동에 있었을 때는 자리가 없어 줄을 서거나 되돌아가기 일쑤였다고 주인 아주머니 김응순(72) 씨가 회상한다. 지금도 그 맛을 못 잊는 옛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가게를 둘러보니 손님들의 평균 연령도 50대 이상의 단골로 보였다. 실제 가게가 골목길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일부러 찾지 않고는 오기 힘들다.

이 집의 또 다른 독특 메뉴는 논고둥(논우렁이) 무침. 양식 논우렁이를 쓰는데 가게 입구의 수조에 담겨 있는 실물을 보니 제법 큼직하다. 삶은 우렁이를 회무침으로 내놓는데 육질의 쫄깃함이 그대로 살아 있어 별미로 느껴진다.

부산 중구 중앙동 1가 24-9. 중앙동주민센터 맞은편 골목 안. 회 1만 5천 원. 논우렁이무침 1만 원. 추어탕 백반 7천 원. 051-246-0310. 

부평동 유성실비의 광어회.
두 명 먹기 넉넉한 광어회 감칠 맛 환상적
고등어구이·꽁치구이·생선초밥 인기 메뉴

■부평동 유성실비

부평동 옛 솔로몬저축은행 뒤편 골목에는 그 나름 이름 있는 식당이 즐비한데, 그중에 생선구이와 숙성회가 제법이라는 지인의 추천을 듣고 지난 4일 유성실비를 찾았다. 정오가 되기 전에 첫 번째 손님으로 들어갔는데, 정오가 지나자마자 좌석이 다 차고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인기의 비결을 알아보려 고등어 정식과 회 한 접시를 주문했다.

제법 큼직한 고등어 구이와 함께 따라 나온 나물류 반찬들이 모두 깔끔하다. 생선구이 백반의 정석을 보는 듯한 상차림이다. 그런데 이 정식 가격은 5천원. 이 가격에 이런 상차림을 받으려니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차림표를 보니 생선초밥도 같은 5천 원을 받고 있다. 식당 앞에 줄을 지어 서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다. 생선구이가 생각나서 일부러 멀리서 차 타고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니 그 심정을 알겠다.

생선회로는 숙성된 광어회가 나왔다. 주인은 서너시간 숙성된 것이라고 귀띔한다. 1만 원 짜리를 시켰는데 두 명이 먹기에 넉넉했다. 다시 한 번 후한 인심이 고마웠다. 흰 살 생선이지만 제대로 숙성됐는지 씹히는 맛과 감칠맛이 다 좋다. 자꾸 젓가락이 갔다. 

내친김에 생선초밥도 맛을 보려고 했더니 저녁 차림이란다. 아쉬움을 달래려 반주를 한 잔 들이켜고 있으려니 가게 밖에 줄을 선 손님들이 눈총을 준다. 아차! 이 집에선 점심 시간에 질펀하게 앉아 있으면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병어구이와 조림도 계절 메뉴로 한다고 메뉴판에 쓰여 있는데, 어떤 상차림일지 궁금했다.

부산 중구 부평동 3가 42-1. 해솔저축은행(옛 부산솔로몬저축은행) 뒤 골목. 고등어구이, 꽁치구이, 생선초밥 각각 5천 원. 생선회 소 1만 원, 대 2만 원. 회무침 1만 5천 원. 051-244-5615.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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