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상큐 카레'로 전합니다"

입력 : 2013-03-14 07:50:23 수정 : 2013-03-14 14: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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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겡키카레' 다케다 유키 씨

오겡키카레의 유일한 메뉴인 카레라이스.

일본 오사카 출신인 다케다 유키(47·아래사진) 씨는 일본어 강사였다. 지난 2009년 대학 강사를 그만두기까지 15년간 부산의 강단에 섰다. 그러다 돌연 가르치는 일을 접고 거리로 나왔다.

서면 쥬디스태화 앞 혹은 광복로의 번화한 거리가 어둠에 어슴푸레 잠길 때 그는 그곳에 섰다. 기타를 퉁기고 하모니카를 불며 김광석의 '일어나' 혹은 한국에 잘 알려진 일본 노래를 불렀다. 들어 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한국사람들은 거리공연에 인심이 후하다.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걸어 준다. 거리에서의 생생한 만남이 데면데면한 회화 수업 시간보다 즐거웠다.

그는 마라톤 마니아다. 아침저녁으로 부산 전역을 뛰어다녔다. 부산일보 주최의 바다하프마라톤 대회 하프 코스에도 여러 차례 출전했다. 올 봄에는 경주벚꽃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목표다.

노래 부르랴, 뛰어 다니랴 바쁜 와중에 급기야 일을 저질렀다. 올 초 국제시장통에 카레전문점을 덜컥 차린 것이다. 상호는 '일본카레전문점 오겡키카레'. 한국말도 서툴면서 혼자서 가게를 운영할 자신이 있느냐니까 어릴 때부터 카레를 좋아했고, 자기만의 비법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만만이다.

서면 집에서 자갈치 시장까지 출·퇴근할 때는 차를 타는 법이 없다. 40분 정도 뛰면 금방이란다. 마라톤 완주를 위한 몸 만들기의 과정인데 가게 홍보는 덤이다. 짊어진 배낭에는 큼직한 광고 문구가 쓰여 있다. '오겡키카레 국제시장 051-907-9578.' 매일 서면∼국제시장 중앙대로를 뛰고 있는 걸 활용해 블로그(blog.naver.com/pusancurry)에 '다케짱을 찾아라!!! 이벤트'를 올렸다. 뜀박질 모습을 찍어 제시하면 음료수 한 병이 공짜다. 

'오겡키카레'의 메뉴는 단 한 가지 카레라이스뿐이다. 가격이 3천900원. 여기에는 갸륵한 뜻이 숨어 있다. 일본어 숫자 3의 발음이 '상', 9가 '큐'라서 이어 부르면 '상큐'가 된다. '상큐'는 영어 'thank you'의 일본식 발음이다. 지난 19년 간 부산에서 살면서 이래저래 도움을 받았던 부산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단다.

가게가 생기면서 라이브 연주가 수월해졌다. 식당 한편에는 기타와 키보드가 비치되어 있다. 밤이 되면 은근한 조명을 켜 놓고 즉석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고 가끔씩은 '일본어 노래 배우기'도 진행한다. 노래를 부르는 자리 벽면의 문구에 문득 눈길이 간다. "카레를 드시고 힘 내세요. 카레를 드시고 행복해지세요. 따끈해, 따끈해, 따끈해…. 당신과 카레라이스…."

맛있는 카레와 일본어 그리고 음악이 한자리에! 다케다 씨가 돌연 거리로 뛰쳐나갔을 그즈음 가장 목말랐던 것들이다. 보잘 것 없는 시작 같아 보이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며 다케다 씨는 환하게 웃었다.



※부산 중구 신창동 1가 19의 12 2층. 051-907-9578.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일본수제 카레라이스 3천900원. 음료수 1천 원.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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