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시바라구'

입력 : 2013-10-24 07:47:35 수정 : 2013-10-24 14: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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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안성기 유혹한 '타코와사비' 무슨 맛일까…

이자카야를 보통 '일본식 선술집'으로 번역한다. 그런데 선술이란게 '술청에서 선 채로 마시는'것이니 선술집에서 제대로 된 요리를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일본 이자카야는 제법 근사한 요리를 낸다. 칼맛이 제대로 들어간 횟감은 물론이고, 불맛이 배여있는 탕과 볶음, 구이, 조림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일본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단골집에 들러 맡겨놓은 술 한 잔을 걸치면서 요기를 하는 곳이 이자카야다. 요즘 우리 주변에 이자카야가 흔하게 됐지만 요리를 제대로 내는 집은 얼마나 될까?

고층 사무실이 밀집한 센텀시티에 위치한 이자카야 '시바라구'는 퇴근길 부담없이 들를만한 곳이다. 식사와 안주 메뉴를 두루 갖춰 낮에는 밥집이고, 저녁에는 본격 이자카야가 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때 임권택 감독, 배우 안성기 등이 연거푸 찾아와서 유명세를 치렀다.

초저녁에 '시바라구'를 찾았더니 벚꽃 장식이 반긴다.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인 문어를 고추냉이로 절임한 '타코와사비'와 두툼한 계란말이 안에 피자치즈와 게살을 넣고 구워낸 '게살치즈계란말이'를 주문했다. "나마 히토쓰(생맥주 한 잔)!"를 외치고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아담한 크기의 가게인데도 제법 요리의 구색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삼내장(고노와다)에 찍어먹게끔 얇게 썰어낸 광어 요리, 오징어와 전복요리(사진), 참치를 곁불에 쬐어 낸 다타키는 순식간에 접시가 비었다. 숙주돼지볶음의 숙주는 아삭한 식감도 잘 살아있고, 짜거나 달지 않아 입에 맞다. 눈에 띈 건 나가사키짬뽕. 닭뼈육수에 해산물을 곁들여 국물이 뽀얀 일본식과 함께 고추기름을 넣어 붉고 얼큰하게 만든 한국식이 별미.

신선 횟감에서 시작해 기름기 있는 육류를 거쳐 칼칼한 짬뽕국물로 마무리! 입이 질릴 틈을 놓친 탓에 과식하고 말았다. 점심특선으로 인기라는 규(소고기)스테이크나 수제돈가스, 나가사키짬뽕라멘 시식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시바라구'는 '잠시'라는 뜻의 일본어 '시바라쿠'에서 끝말만 살짝 바꾼 것이다. 잠시 들러 편안한 시간을 가져달라는 취지다. 주문 즉시 요리를 시작해서 내는'수제'를 고집한다는 김둘남(56) 사장의 설명을 듣고는 '잠시 후 요리 해드릴게요'라는 다짐으로도 읽혔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60 센텀티타워 2층. 051-742-5006. 타코와사비 9천원, 참치다다키 1만 8천 원, 숙주돼지볶음 1만 5천 원, 게살치즈계란말이 1만 3천 원. 점심특선 수제돈까스 5천500원, 나가사키짬뽕라멘 6천500원, 규스테이크 7천 원. 오전 11시∼오전 1시 30분. 일요일 휴무.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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