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집] 망미동 '닭발의 지존'

입력 : 2014-03-06 07:55:08 수정 : 2014-03-06 14: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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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동통한 닭발과 매콤한 양념이 특징인 '닭발의 지존' 닭발(왼쪽). 닭발과 함께 이 집의 주력 상품인 조개탕까지 더해지면 밥 없이도 배는 너끈하게 불러온다.

한동안 '닭발의 천국'이란 상호로 연산동에서 영업을 하다가 지난해 2월께 망미동으로 이전하면서 '닭발의 지존'이란 간판을 새로 달았다. 가게 이름이 바뀌고, 영업장소까지 바뀌면 아무리 잘되던 가게도 주춤하기 마련이고, 어지간한 고객은 떨어져 나가기 십상일 텐데 이런 예상이 무참히 깨졌다.

오후 4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손님이 들기 시작해 초저녁이 되자 이미 대기 순번표가 돌아간다. 이른바 '줄 서는 집', 이 가게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뜯는' 매력과 꼬들꼬들한 맛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닭발'이라는 메뉴가 대중적이지도 않다.

"비결요? 글쎄요. 양념 맛이고 손맛 아닐까요? 양념 만들 때 재료 안 아끼고, 좋은 재료를 쓰는 거죠."

땅콩 뿌린 오동통한 닭살
적당히 매우면서도 달콤
칼칼한 조개탕과 환상 궁합


사진 촬영을 극구 거부한 '닭발의 지존' 허경숙 사장을 대신해 2층 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는 언니 경화 씨가 닭발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포장마차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주방을 꿋꿋하게 지켜 오신 어머니 구갑년(62) 씨의 손맛이라고 작은딸 허경숙 씨는 대답한다. 허 씨 역시 어머니로부터 이 손맛을 전수 받아 한창 바쁠 땐 주방과 홀을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1층 홀 서빙과 카운터는 전적으로 경숙 씨의 몫. 대신, 2층엔 큰딸 경화 씨가 지키고 있다. 닭발과 조개탕, 달랑 두 가지 메뉴만으로 1, 2층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다른 메뉴는 없을까? 연산동 시절엔 회무침, 명태찜, 가오리찜, 파전 등도 취급했다. 하지만 손이 너무 가서 가게를 옮기면서 줄였다.

"주방에만 4명이 근무하지만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어요. 닭발을 깨끗하게 씻는 사람, 양념 입히는 사람, 그리고 양념 묻힌 닭발을 굽는 사람 등 제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거죠. 닭발도 '하림' 제품으로, 뼈 있는 것만 취급해요. 뼈 없는 것은 위생상 신경 쓰여서요."

-매운맛은 어떻게 내는 거죠?

"중간 맵기를 유지하면서 고춧가루와 고추장, 그리고 손맛으로 조절해요."

닭발과 조개탕이 나왔다. 홍합과 바지락만으로 끓인 조개탕 양을 보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왼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닭발 하나를 잡아 깨물었다. 그 작은 닭발에 살이 어딨을까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오동통한 닭살이 씹혔다. 양념은 눈물이 쏙 나올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매콤했다.

매운맛도 중화시키고 고소한 맛을 위해 땅콩을 갈아 닭발 위에 뿌렸다. 오른손엔 숟가락을 들고 시원 칼칼한 조개탕을 떠먹었다.

각종 야채와 조개를 듬뿍 넣고 뭉근히 끓여 냈을 뿐인데 조개탕 맛이 일품이었다. 이 집 맏사위, 즉 경화 씨 남편이 광안리에서 어패류 수산업을 하고 있어서 매일 신선한 재료를 공급해 준 덕분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 가게도 밥이나 면 같은 식사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동에서 왔다는 유지희 씨와 토곡에서 왔다는 박수민 씨에게 말을 건넸다. 두 사람은 2주에 한 번꼴로 '닭발의 지존'을 찾는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똑같은 대답이다. "이 집 닭발은 살이 오동통해요. 적당히 매우면서도 달콤하고, 조개탕과 환상 궁합이죠."

가격도 착했다. 닭발과 조개탕 대(大)짜를 시켜도 각각 1만 5천 원. 손님 계층은 몹시 다양했다. 20대부터 60, 70대까지. 여성도 많았다.

미혼의 경숙 씨, 닭발집 경영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그의 대답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장사하는 걸 봐 왔으니까 눈에도 익었고, 손에도 익었어요. 그리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요. 딱 하루 도와준다는 게 이렇게 됐네요."

※부산 수영구 연수로 382. 도시철도 망미역 1번 출구에서 수영교차로 방면으로 가다가 도로변에 위치. 닭발 소(1만 원)·대(1만 5천 원), 조개탕 소(1만 원)·대(1만 5천 원). 포장 가능. 1층은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2층은 오후 6시30분 새벽 1시까지 영업. 1·3주 일요일 휴무. 051-865-8449. 김은영 선임기자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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