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진구 동천로 '베파나'

입력 : 2014-03-06 07:55:17 수정 : 2014-03-06 14: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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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파스타·샐러드를 한꺼번에 즐기는 '이탈리아식 짬짜면'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이 좋을까?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이 숙제는 '짬짜면'이 등장하면서 난제를 졸업했다. 그럼, 파스타로 할까, 피자가 나을까?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마주치는 이 고민은 어쩌란 말인가?

젊은 층이 몰리는 서면 부전도서관 옆의 '베파나'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이탈리아식 짬짜면이다. '피자위에파스타' 즉, 기본 치즈피자 위에 파스타를 토핑처럼 얹어 준다. 여기에 샐러드까지 올려 주니,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파스타는 포모도로(토마토소스), 발사믹(발사믹과 크림), 로제(토마토와 크림), 카르보나라(크림소스) 4종류 중 택일. 재밌는 건 매운 정도를 1~4단계 중 고를 수 있다. 무슨 떡볶이도 아니고!

'보통맛'과 '매운맛'은 그럭저럭할 듯해서 '졸라매운맛'에 도전했다가 콧물깨나 흘렸다. 최종 4단계는 '응급실직행'이다. "밖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며 은근히 도전정신을 부추겼지만 참았다. 청양고추나 캡사이신이 아니라 이탈리아 고추만 쓴다고.

입은 얼얼하고, 목은 칼칼해서 음료수를 주문했더니 이벤트 중이라며 '마법주스'란걸 내놓는다. 분홍색 탄산음료에 '마법가루'를 뿌려 저으니 주황색으로 바뀌는데, 거품이 생길 때 소원을 빌면 '마귀할멈'이 들어준단다. 이탈리아에서는 연초에 빗자루를 타고 나타나 산타클로스처럼 선물을 나눠주는 게 마귀할멈(베파나·befana)이다. 실내 곳곳에 요상한 마녀 인형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마녀 모자를 쓰고 셀프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해장국 느낌의 국물파스타도 개발해 선보이고, 맥주 안주로 즐길 수 있는 닭봉도 메뉴에 올라 있다.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 달라는 주문이다.

'베파나'는 동구 수정동 이탈리아 레스토랑 '산만디'의 정해리 셰프가 '모던 이탈리아'를 기치로 문을 열었다. '산만디'가 클래식하다면 '베파나'는 캐주얼해서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파격을 즐길 수 있다. 단, "마법, 소원…, 대체 이런 걸 왜 하죠?" 같은 '어른스러운' 질문만 던지지 않는다면.

※부산 부산진구 동천로 85번길 3 2층. 피자위에파스타(2인 기준) 1만 7천900원, 마법음료 5천900원, 국물파스타(카르보나라·포모도로 각각 1만 2천 원, 발사믹 1만 3천 원). 051-807-6641.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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