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맛!] 마스터셰프는 없다, 탐구하는 셰프가 있을 뿐…

입력 : 2014-06-19 07:53:21 수정 : 2014-06-23 14: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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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도정·자가제면'을 내세운 한·분식집 '송정집'이 내놓는 수제 찐만두. 0.47㎜ 전후로 얇게 빚은 만두피와 육즙이 살아있는 속이 이 집 만두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송정집

좋은 재료·노력은 기본
수저 하나에도 정 쏟아
지역 최고 '핫'한 분식집


분식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민트색의 건물 외부 마감이나 심플한 인테리어, 그리고 가장 기본이 되는 맛에 이르기까지 '송정집'이 부산 외식업계로부터, 그리고 고객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 조목조목 찾아보기로 했다. 수저 하나, 그릇 하나, 메뉴 하나까지 직접 손을 댄 장석관 '송정집' 회장의 경영 노하우를 정리해 보았다.

①'제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수한 밥 냄새가 났다. 홀 한쪽 벽면 앞 선반에 진열해 놓은 10대의 전기밥솥이 눈에 들어왔다. 면을 주문하고도 밥이 먹고 싶은 사람, 혹은 밥이 더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시간차를 두고 세팅된 밥솥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도정하는 쌀로 밥을 짓는다. 주방에도 중솥 등 6개의 솥이 더 있다고 했다. 식당 뒤편 주차장 한쪽엔 10t에 달하는 쌀(안동산)을 보관할 창고까지 지었다. 맛있는 밥은 쌀에서 시작된다고 믿었다.

②좋은 맛은 좋은 식재료에서 나옵니다.

한우떡만둣국을 먹어 보고 육수 이야기를 꺼냈다. 뽀얀 국물에, 쫄깃한 떡국, 그리고 직접 빚은 만두까지 담백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맹물로 끓인 떡국이란다. 그리고 부연설명한다.

"좋은 떡국을 쓰면 국물이 맛있을 수밖에 없어요. 좋은 떡국이란 좋은 쌀로 만든 떡국이겠죠. 그리고 국산 참기름에 달달 볶는 쇠고기는 당연히 암소 고기라야 합니다."

좋은 식재료가 내는 맛의 진가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스지김치찌개국수'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도 냉장 암퇘지만을 고수했다.

③기술은 곧 경쟁력입니다.

홀 입구 오른편엔 제면실이 있다. 송정집에서 취급하는 모든 면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총괄 셰프 장경국 팀장이 면을 반죽하고 국수를 뽑고 있다. 비빔면 소스 단맛이 비교적 강했지만 물국수 육수는 제법 깔끔했다. 특히 생국수 면발은 쌀국수처럼 탱글탱글했다.

속이 꽉 찬 찐만두는 속이 다 드러날 정도로 피가 얇고, 육즙이 살아 있다. 전분이 들어간 게 아니냐고 했더니 장 회장이 펄쩍 뛴다. 0.47㎜ 전후로 빚은 만두피 기술 덕분이란다.

④음식의 완성은 그릇입니다.

먹기 좋도록 잘게 썬 진주식 비빔밥과 떡만둣국은 방짜유기에 담아냈다. 그 밖의 음식도 도자기를 사용 중이다. 음식의 완성도를 높인 그릇 선택이다.

⑤작은 서비스가 감동을 낳는다.

이 밖에 녹차 물에 담아낸 수저, 주방 세제를 대신한 EM(유용미생물), 현미를 찾는 고객을 위한 '미강' 환 무료 서비스까지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59(송정동). 광어골 굴다리 입구. 송정生김밥 2천800원, 찐만두·송정물국수 각 4천 원, 스지김치찌개국수 5천 원, 송정비빔밥·한우떡만둣국 각 6천500원, 오전 11시 50분~오후 9시 30분. 매주 일요일 휴무. 051-704-0577. 




주와리소바

반죽 어렵고 식감 안 좋대도
메밀 100% '자가제면' 고집
부산 입맛 사로잡겠다 집념

국산 메밀 100%로 만드는 '주와리소바'의 냉소바. 메밀 깎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중심부를 가루로 쓸수록 소바 색깔은 검지 않고 하얗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와리(十割·메밀 100%) 소바'는 건강을 위한 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 에서 지난 3월 5일 문을 연 '주와리소바' 이병선 대표의 말이다. 일본 지인을 통해 건강 소바 면을 접한 뒤 그에 흠뻑 빠져들어 ㈜주와리소바(모리오카 본사·1995년 창업)까지 찾아가서 소바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즉석 반죽한 소바면을 뽑는 '순간자가제면기'와 '활수기' 등을 국내에 들여와 '주와리소바'를 시작했다. 단, 메밀은 100% 국내산을 사용한다.

"소바의 주 재료인 메밀 반죽은 물 온도나 양에 아주 민감합니다. 주문 즉시 2~3분 만에 면을 만들어야 하는 등 제약도 많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100%의 메밀 함유량을 자랑하는 '주와리' 소바로 손님을 맞는다는 건 일종의 실험일 수도 있다. 소바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조차 '주와리'는 흔한 게 아니다. 메밀과 밀가루의 혼합 비율이 2 대 8인 '니하치(二八)'나 반대로 8 대 2의 '하치니(八二)' 혹은 5 대 5의 '도와리(同割)' 소바가 대부분이다. 메밀가루에는 밀가루에 들어 있는 글루텐 성분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물로 이겨서는 반죽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밀가루나 감자전분을 섞는다. 게다가 100% 메밀보다 밀가루를 섞게 되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는 식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또 메밀가루 가격이 밀가루나 감자전분에 비해선 비싼 것도 음식점에서 100% 메밀 사용을 꺼리는 이유라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대표가 메밀 100%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단순한 맛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제는 뭔가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소바 카레
실제 냉소바, 온소바, 소바 카레 등을 먹어 봤더니 약간은 거친 듯한 식감이 평소 먹던 소바 맛과는 달랐지만 '주와리소바' 특유의 '쓰유'와 어울려 제법 맛도 났다. '쓰유' 비법도 물었더니 이 대표는 다섯 번 찌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동안에 발생한 푸른곰팡이의 감칠맛까지 더해진, 거의 육포 수준 두께의 일본산 가쓰오부시를 쓴다고 재료까지 들고나와 보여준다.

하지만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아 보인다. 100% 메밀이라는 말만 듣고 찾아온 어떤 손님은 소바 맛을 본 뒤 덜컥 화부터 내더란다. "아니, 덜 익은 메밀을 손님한테 주면 어떡하냐!"고. 그 손님 입장에선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2 대 8' 혹은 '3 대 7'의 익숙한 맛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부산 수영구 좌수영로 83번길 20(수영동). 수영강변 협성르네상스아파트 맞은편. 냉·온소바 및 소바 카레, 돈가스 등 전 품목 8천 원. 오전 11시~오후 9시 영업. 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051-759-5006.

미미참족발

호텔 양식 담당하다 족발집
맛 위해 '오행' 공부까지…
'부전공' 국수로 전국적 명성

돼지 앞다리 생족으로만 만드는 '미미참족발'의 족발. 족발 소스가 아닌 족발 삶는 방법으로 특허증까지 교부해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 '미미참족발' 정수영 오너 셰프는 월간 '외식경영'이 진행한 '잔치국수와 냉국수' 전수회 강사로 서울을 다녀왔다. 벌써 2년째다. 초청장에는 "기존 국수와는 '맛의 격이 다른' 잔치국수와 냉국수를 전수하는 자리"라고 써 있었다. 하고많은 셰프 중에서, 족발집 사이드 메뉴로 나오고 있는 잔치국수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잔치국수
"족발은 제가 평생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를 메뉴지만 국수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다 함께 잘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 레시피까지 공개했습니다."

'미미참족발'을 보고 놀란 건 그뿐이 아니다. 1, 2층에 식당을 두고 3층에서 살고 있는 정 셰프는 자택에서 일체의 조리 시설을 없앴다. 그러니까 1층 식당 주방이 정 셰프네 가족 주방도 겸하고 있다. "'고객에게 드리는 음식이 곧 내가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년 전 단층 자택 건물을 헐어서 식당을 지을 때부터 작심한 일이다. 하긴, 특급호텔 양식당 일만 하다가 새로 시작한 일이 족발집이었으니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호텔에서 퇴직하기 전, 이미 족발에 대한 특허출원 신청까지 한 것만 봐도 준비는 남달랐다.

"당시 족발 소스에 관한 특허는 있었지만 족발 제조방법, 즉 삶는 방법에 대한 특허증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특허증 교부로 정 셰프의 맛 연구가 끝난 건 아니었다. 대학교수와 약사를 하고 있는 형제들에게도 끊임없이 자문하고, 음식과 오행(五行)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정 셰프와 24시간을 함께하는 그의 아내 신숙화 씨가 어느 날 말했다. 특허증도 나왔는데 무슨 실험을 계속 하느냐고. 그러자 정 셰프는 "연구엔 끝이 없다"고 하더란다.

냉채족발과 일반 족발 소짜를 주문했다. '따뜻한 족발'을 강조하는 미미참족발은 족발을 담는 그릇도, 진공포장 상태에서 뜯은 족발에도 토치로 살짝 열기를 더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물론, 한약재 맛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정도는 남달랐다. 상추에다 족발 한 점을 올리고, 도톰한 굵기로 썰어서 숙성한 뒤 양념을 한 무말랭이를 얹은 뒤, 서산표 새우젓갈을 더했더니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냉채 족발은 겨자 소스와 어우러져 상큼했다. 그러고 보니, '미미참족발'은 그날그날 들여오는 돼지 앞다리 생족으로 족발을 만드는 데도 일일이 진공포장을 했다. 음식은 맛도 있어야 하지만 위생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수도 맛보았다. 밀가루 70%에 감자전분 30%를 더했다는데 쫄깃한 면발이 살아 있는 생면이다.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났다. 잔치국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국물 요리의 기본 베이스로 사용해도 무난할 듯싶었다. 서울에서 그를 초빙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부산 동래구 안락로 137(안락동). 안락SK 쁘띠메종 아파트 후문 쪽 NH농협은행 충렬지점 방향 도로변 위치. 족발 2만 2천~3만 2천 원. 냉채족발 2만 7천~3만 7천 원. 자가제면 냉국수와 명물잔치국수 각 4천 원. 낮 12시~오후 11시 영업. 둘째·넷째 일요일 쉼. 051-531-1235.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사진=김병집·김경현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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