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바다가 보이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고급 식당)에서…

입력 : 2014-07-03 07:54:48 수정 : 2014-07-04 15: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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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가이세키' 요리 첫 번째 순서로 나온 전채와 회. 맛만큼이나 예쁜 색감은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강원태 기자 wkang@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앞둔 부산 해운대 지역에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고급 식당)을 지향하는 두 곳의 음식점이 문을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곳은 일본의 고급 코스요리인 '가이세키' 전문 일식 레스토랑 '미타키'(대표 다케하루 아사다)이고, 다른 한 곳은 오픈 키친에서 선보이는 트렌디한 메뉴들로 구성된 '닉스 그릴(Nyx grill)'. 두 곳 모두 모던한 인테리어와 해운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조망이 장점이기도 하다.

'미타키' 부산점은 특히 일본 히로시마에 본사를 둔 70년 전통의 '미타키소(三瀧莊)'가 첫 해외 진출지로서 서울이 아닌 부산에 개점한 정통 일식 레스토랑이고, '닉스 그릴'은 지난 5월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작업을 마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종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꼴라비니'를 없애는 대신 신관 2층에 야심차게 선보인 양식당이다.

'미타키'는 1일부터, '닉스 그릴'은 지난 5월 23일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 '미타키' 부산점

70년 전통 日 레스토랑 첫 국내 진입
정통 일식 가이세키 요리 느낌 그대로

'미타키'가 자리잡은 곳은 달맞이언덕 문탠로드가 시작되는 곳 부근의 한 빌딩. 오픈 테라스 식탁에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미타키' 나카에 히로히사 매니저는 "서울과 부산을 검토하다가 최종적으로 부산을 선택한 데는 신선하면서 풍부한 해산물 공급이 가능한 점 외에도 아름다운 풍광도 한몫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일식 레스토랑 `미타키`의 스즈키 가즈오 총주방장.
스즈키 가즈오 총주방장은 "생선 등 식재료는 부산에서 공급하고, 어간장, 가쓰오부시 등 소스 재료는 일본에서 공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즈키 총주방장은 일본의 고급 레스토랑인 나카무라 고메이에서 수석 셰프를 거쳐 총주방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부터 '미타키소' 총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일본뿐 아니라 부산점도 총괄하기 때문에 2주마다 히로시마와 부산점을 오가며 음식을 책임지게 된다.

스즈키 주방장이 만든 '미니 가이세키' 요리를 시식했다.

붕장어초밥과 눈볼대소금구이,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곁들인 두부, 청매실 젤리 등이 '전채'로 나오고, 쥐치·쥐노래미·놀래미·오징어 등 활어 4종이 '회'로 나왔다. 그리고 푸아그라를 갈아 넣은 계란'찜'이 이어졌다. '맑은국'과 '구이'는 일단 생략했다. '튀김'은 대파 소스를 곁들인 옥돔찹쌀튀김과 감자 만쥬, '식사'는 연어와 연어알을 넣어 지은 밥을 미소시루와 곁들였다.

일본에서 온천욕을 하고 느긋하게 먹던 그 가이세키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먹던 요리 느낌은 전달됐다. 다만, 앞으로 부산의 제철 식재료를 일본 정통 요리 가이세키에 얼마나 녹여낼 수 있을지는 궁금해졌다.

일본 '미타키소'는 쇼와 시대(1926~1989) 초기 대저택을 1946년 고급 요릿집으로 개조한 것으로 마릴린 먼로와 전 남편 조 디마지오가 일본 신혼여행 때 방문한 곳으로도 유명하고, 일본 바둑 기성전 등의 무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1월 요릿집은 폐점했으며 2009년 10월 레스토랑으로 새 출발했다.

'미타키' 부산점은 가이세키 외에도 스시, 튀김, 데판야키(철판요리) 등을 취급한다.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39(중동) JS빌딩 4, 5층. 영업시간은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주문 마감 오후 2시), 저녁 오후 5시 30분~11시(주문 마감 오후 10시), 바 오후 5시 30분~11시 30분. 캐주얼 런치 정식 1만 5천~3만 8천 원, 미니 가이세키(점심) 5만 원, 저녁 가이세키 8만~15만 원. 철판요리는 시설 미비로 추후 오픈. 070-7770-7763.


■ 파라다이스호텔 '닉스 그릴'

'시어링' 기법 스테이크 풍미 그득
차가운 파스타 먹을수록 묘한 맛
육즙 손실을 최소화한 `시어링` 기법을 활용한 800g짜리 `본 인 꽃등심 스테이크`. 강원태 기자

새 단장을 끝낸 지 얼마 안 돼 '닉스 그릴'을 다녀왔을 때만 해도 개인적으론 이탈리안 레스토랑 '꼴라비니'가 사라진 게 못내 아쉬웠다. 그날은 마침 휴일과 겹쳐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았는데, 특이했던 건, '2030' 여성 고객들도 제법 눈에 띄었던 것이다. '캐주얼 레스토랑'이 아닌 '파인 다이닝'을 지향하는 것 치고는 의외다 싶었는데 그 의문은 메뉴판을 보고 풀렸다.

220∼800g으로 나눠지는 메인 요리인 그릴 스테이크(채끝 등심, 양갈비, 꽃등심, 안심)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디시(signature dish·대표 요리)가 상당히 구비됐다. 수란을 곁들인 구운 야채샐러드와 닭가슴살, 아찔한 높이로 층층이 쌓아 올려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햄버거타워', 병아리콩 너겟을 곁들인 피타브레드,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시 푸드·비스큐 소스 파스타, 그릴에 구운 훈제 삼겹살과 차가운 엔젤헤어 등등.

우아한 프렌치나 섬세한 이탈리안 음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연령대를 초월한 다양한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은 이전과는 달라진 풍경이었다. 

파라다이스호텔 `닉스 그릴`의 김정현 총괄 셰프.
'닉스 그릴'을 다시 찾은 건 한 달여 만인 평일 한낮. 비즈니스 미팅 중인 내외국인이 섞여 있는 테이블과 '4050' 여성 모임 등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데도 빈자리가 없었다. '시어링(searing·육즙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한 불에 굽는 것)' 기법이 더해진 그릴 스테이크는 한층 풍미가 더해졌다. 바싹 탄 듯한 겉면과 달리, 육즙이 살아있는 게 한결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났다. 특히 차가운 파스타로 만든 '…엔젤헤어'는 먹을 수록 묘한 맛이 났다. 파스타면 중에서도 아주 얇은 면인 '카펠리니'를 사용했다는데, 여름 시즌 눈길을 끌 만한 메뉴였다.

한편 '닉스 그릴' 주방에는 '꼴라비니' 셰프로도 근무했던 김정현 총괄 셰프를 비롯, 리뉴얼 중인 파라다이스호텔 일식당 '사카에' 직원 등 7~8명이 근무 중이다. '닉스 그릴' 메뉴 개발 등에 참여했던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출신 마틴 뮬러는 한 달 전부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총주방장을 맡았다.

※부산 해운대구 해변로 296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신관 2층. 낮 12시~오후 3시(점심), 오후 6시~10시(저녁) 영업. 수란을 곁들여 구운 야채샐러드와 닭가슴살, 햄버거타워, 엔젤헤어 각 2만 5천 원. 스테이크 4만 9천~14만 7천 원. 예약 및 문의 051-749-2274.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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