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쪽문 골목 식당] 좁다란 골목에 착한 가격, 넉넉한 밥상 있네

입력 : 2014-12-04 07:55:01 수정 : 2014-12-08 09: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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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식당'의 우엉돼지불고기는 아삭한 우엉 채와 양념 잘 밴 돼지고기의 조합이 일품이다 .

부경대 쪽문 방향의 골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높은 담장이 허물어지고, 녹색 캠퍼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담장이 높았던 시절 그 담장 아래는 왠지 어두웠고, 즐거움보다 고민을 나누는 술집이 많았습니다. 이 골목의 주택들은 하나둘씩 산뜻한 카페와 식당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착한 가격의 맛있는 밥, 500원짜리 동전 하나면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나서 볼까요.


■ 품식당

아삭한 식감 정성 밴 우엉돼지불고기


`품식당`의 우엉돼지불고기는 아삭한 우엉 채와 양념 잘 밴 돼지고기의 조합이 일품이다 .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임대료다. 이익의 속도보다 임대료는 훨씬 빠르게 치솟는다. 임대료 때문에 결국 문을 닫거나, 점점 후미진 곳으로 내몰려 나중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맛있기만 하다면 위치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음식점이 '품식당'이다. 품식당은 용천지랄 소극장에서도 더 남천동 쪽으로 들어간 골목에 위치했다. 지난 6월에 문을 열었는데도 인터넷에서는 이미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평일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게 안은 분주하기만 하다. 남들은 뭘 먹지? 옆 테이블에 가장 많이 오르는 메뉴는 '우엉돼지불고기'이다. 다른 곳에서는 먹어 볼 수 없는 메뉴이니 고민할 필요 없이 결정했다.

우엉돼지불고기는 양념 잘 밴 돼지고기와 아삭한 식감의 우엉 채가 어울려 일품이었다. 어떻게 돼지고기와 우엉채의 결합을?

품식당 김남훈(44) 대표는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시작해서 서울 신라호텔 일식당, 홍콩 싱가포르 호텔 한식당 총 책임자, 이탈리아 식당 등 국내외를 합쳐 25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서울에서 한 번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가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함께 부산에 정착해 새로 음식점을 열게 되었단다. 품식당은 엄마품 같은 식당이길 바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란다.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익히면 빨리 익고 양념이 잘 배는 장점은 있지만 씹는 식감이 없는 단점이 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우엉채였다.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우엉채의 굵기를 고기와 함께 잘 익힐 수 있는 얇은 두께로 맞춘 것이 포인트 였다.

오랜 내공은 다른 메뉴에서도 드러난다. 김치찌개에 늙은호박을 사용해 육수를 냈다. 김치의 매운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국물이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 난다. 김 대표는 약선 요리연구회에서도 활동해 몸에 좋은 재료로 화학조미료 없이 맛을 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공부해야 좋은 맛을 낸다.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우엉돼지불고기 8천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돼지김치찌개 7천원. 영업시간 11:00~21:00 2·4주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용소로 13번길 61. 051-621-0826.


■ 밥 잘하는 남자

치즈로 매콤함 달랜 돼지두루치기


'밥 잘하는 남자'에는 싸고 푸짐한 메뉴들이 많다. 치즈두루치기는 요즘 인기 있는 메뉴다.
부경대 쪽문 바로 맞은편에 '밥 잘하는 남자' 간판이 크게 보인다. 개조한 주택 2층에 위치한 식당이다. 호기심이 생긴다. "네가 밥을 좀 한다는 말이지?"

실내는 어린 시절 친구 집의 구조와 비슷하다. 여기는 안방, 저기는 작은방, 또 거실…. 가정집에서 음식점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기본 뼈대는 그대로 남았다. 그때 그 친구 집 안방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 든다.

이 식당에 자칭 밥 잘하는 두 남자가 있다. 고교 동창인 김상현·신현종 씨가 동업 중이다. 주방 쪽 안살림을 맡은 김 씨는 직장인이었다. 서빙과 카운터라는 바깥살림을 맡은 신 씨는 다양한 가게를 운영해 본 노하우로 맛있는 밥집을 해 보자는 생각으로 뭉쳤다.

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일단 가격이 싸고 양도 푸짐하다. 게다가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이 집의 인기비결 중 하나인 모양이다.

현재 제일 인기 있는 메뉴 '치즈두루치기'는 매콤한 두루치기 주변에 치즈를 둘러쌓았다. 고기의 매콤함을 치즈의 고소함이 순화시켜 자꾸만 손이 간다. 2인 이상 주문해야 하기에 혼자서 먹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삼겹고추볶음(흰색)' 메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삼겹살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면 안성맞춤이다. 삼겹살에 양파와 고추를 잘라서 넣고 후추와 소금으로 양념을 했다. 혼자서 간단히 삼겹살로 한 끼로 해결할 수 있다니…. 수제 함박스테이크는 별미.

착한 가격은 인건비 절감으로 가능한 모양이다. 이곳에는 두 남자 이외에 서빙을 하는 직원이 단 한 명뿐이다. 일주일에 두 번 직접 가서 장을 보고 고르니 재료비도 절감되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게 된단다.

가게 안에 '1인 1주문'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워낙에 요리가 푸짐해 3명이서 2개를 주문해 나눠 먹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밥 한 끼 하기 좋다. 밥맛에 특별함이 없는 점은 살짝 아쉽다.

삼겹 고추볶음(흰색) 5천 원, 수제 함박스테이크 5천 원, 치즈두루치기 6천 원(2인분 이상 주문 가능). 영업시간 10:30~23:00.1·3주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용소로 21번길 43. 전화 없음.


■ 은하수 다방

편안한 매력 품은 커피·스팸빠빠

집에서 해먹어도 되지만 누군가 해준다면 더 맛있는 '은하수 다방'의 스팸빠빠.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은하수 다방으로 향한다. 주택을 개조한 가게는 우리 집처럼 편안한 매력으로 이미 많은 단골을 확보한 곳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공간이다. 정민석 대표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나와 지금도 학습지나 동화책에 삽화를 그리고 있다. 손님이 별로 없을 때에는 미대 오빠 스타일의 정 대표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술학도 뿐만 아니라 동화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누군가의 화실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단골들이 들어오자 사장님이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알은체를 한다.커피도 많이 팔리면 좋지만, 작업실도 겸하는 곳이라 주변보다 커피 가격을 조금 높게 잡았단다. 간단하게 요기도 할 수 있도록 밥 메뉴도 있다. '스팸빠빠' '간장빠빠' ' 홍대라면'인데 사실 요리라고 할 수도 없기에 이 메뉴들은 비싸게 받지 않는다. 재료가 비쌀 것도 없다는 게 솔직한 입장이다. 집에 있는 재료로 편안하게 만들어 먹는 밥이다.

스팸빠빠는 흰 쌀밥, 스팸 두 조각, 달걀부침에 간장, 참기름, 된장국, 김치, 조미 김이 나온다. 집에서 누구나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스타일이다.

제대로 된 조리공간을 갖출 수 없는 곳에서도 가능한 메뉴에 중점을 둬 조리법도 간단하다. 밥은 전기밥솥에 미리 해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달걀 부치고 스팸 굽는 정도면 된다. 된장국도 마른 미역을 물에 불리지 않고 된장과 청양고추를 넣어서 함께 끓인다. 마른 미역 자체에서 나오는 염분 덕분에 맛국물을 내지 않아도 간편한 된장국이 탄생한다. 라면은 오븐에 넣고 끓인다. 가스불로 끓이는 것보다 꼬들꼬들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집에서 혼자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해 준다면 더 맛있는 메뉴이다.

가게를 나올 무렵 '10㎝'의 노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와 관련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가사 속 가게의 전 주인과 친구란다. 밥을 함께 먹어야 사랑도 이루어진다.

스팸빠빠·홍대라면·간장빠빠 각 3천800원. 영업시간 10:00~24:00 토요일 12:00~23:00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대연동 50-51, 051-628-5051.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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